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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교육, 공립교사의 시선

by 북장

처음 IB를 접하게 된 것은 자녀교육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였다. '아, 내 아이도 저런 교육과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라는 관심에서 시작하여 '내가 IB를 배우고 연구해서 가정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걸 찾아보고 학교에서도 시도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IB에 대한 내 관점은 이렇게 공립학교 교사와 학부모라는 두 개의 시선이 양립한다.


이런 관심은 올해 학습연구년 연구주제를 IB교육으로 잡게 만들었다. IB에 대해 알고 싶어 책도 무수히 읽었고, 공개 연수가 있으면 무조건 들었다. IBO에서 주관하는 매우 비싼 공식 워크숍도 내 돈 주고 참여했다. IB를 연구해 보겠다 깝죽거린 게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공부한 것을 믿고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몇 번 입을 턴 적도 있지만 IB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이다. 소속된 IB학교도 없고, 소속될 수 있는 IB학교도 없는 신세이기에 연구와 별개로 IB는 먼 나라 이야기로 남게 될 예정이다. 겉 포장지를 실컷 공부만 하고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IB는 국제 바칼로레아라고 한국에서는 국제학교와 몇몇 자사고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대구, 제주가 공교육에 도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이다.


10월에 IBO(IB 공식기관)에서 주관하는 3일간의 빡센 전문가 워크숍에 다녀왔다. 그 덕분에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도 구경해 보고, 전국 공교육에서의 IB 현황도 알게 되고, IB PYP(초등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IB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과 별개로 공립학교에 확산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한계를 굉장히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국제학교를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 채드윅 국제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IB를 하는 학교이다. 대학은 외국 진학 비율이 훨씬 더 많고 엄청난 학비의 국제학교답게 시설, 식사, 교원비율 등이 공립학교와 비교가 안 된다. 너무 부러웠던 것은 교사들이 수업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는데 메이커 디자인 선생님 두 분이 상주하고 계시는 데다가 그분들은 그것만 한다. 디자인 선생님 말씀이 '학생들이 여러 번의 실패를 겪더라도 자신이 구안한 문제해결 디자인을 실현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하셨다.

"이야, 우리였으면 메이커실 관리 누가 하냐, 사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 난리 날 텐데."

"우리 학교에 메이커실이 과학실 옆에 있는데 그거 과학선생님이 다 관리해야 해서 힘들다고 넌더리를 쳤어요."

저런 환경에서 내가 메이커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부러우면서, 속닥거리는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니 공립의 현실은 누더기구나 싶었다.


도대체 국제학교와 공립학교가 무엇이 다르길래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 한마디로 돈이다. 돈으로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얼마 전 교대 교수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채드윅을 다녀온 소감을 말한 일이 있었다. 국제학교를 보며 자본주의의 힘을 느꼈다는 내 말에 교수님은 다른 사람도 자신한테 똑같은 말을 했다고 말씀하셨다.


IB교육을 공립학교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렵다'라고 말할 것이다. IB의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는 학교의 구조가 너무 다르다.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대구, 제주는 어떨까?'였다. 대구 선생님의 말씀은 신랄했다. 무늬만 IB인 경우도 많고 교사를 갈아 넣어 실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셨다. 교사를 갈아 넣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이던가. 이런 식의 IB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정말 의문이다. 대구와 제주를 제외한 지역들도 정책적으로 IB를 한번 해보고 싶어 깔짝거리고는 있다. 다만 역시 자본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자본과 유인책을 때려 붙는 대구나 가능하지 아무것도 없는 곳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렵다. 그나마 경기는 IB가 안 되면 개념 기반 교육과정, 이해 중심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바꿔나가겠다는 다른 방향이라도 있더라.


2028 대입 개편안을 보고 또 한 번 IB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IB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수능을 볼 수 없다. 수능과 DP(IB의 고등)를 동시에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수능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수능과 IB는 평가의 결 자체가 다르다. 평가의 목적이 수능은 출제자의 의도를 읽어내야 하고, IB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마음껏 펼쳐야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기에 아이들은 두 개를 왔다 갔다 하기에 너무 큰 혼란일 것이다. 수능이라는 것이 주된 평가 방법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IB가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고 해도 전면 확대는 어려운 상황일 거라 예상된다. 대학입시와 상관없이 내 아이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부모가 단단한 기준으로 버틸 수 있다면 선택하는 그런 상황일 듯하다.




워크숍에서 참 재밌는 상황이 생겼었다. 우리 반과 관리자 반(IB학교의 관리자들은 리더 연수를 필수로 들어야 한다)이 교류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자녀 교육 때문에 IB에 관심이 생겼는데 충남에는 자녀를 보낼 수 있는 IB학교도, 내가 갈 수 있는 IB학교도 없다고 하니 대구 자기네 학교가 내년에 IB학교로 개교한다고 거기로 오라고 말씀하셨다. IB학교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이다. 그 학교의 교장, 교감, IB리더 세 분이 진짜인 듯 농담인 듯 집 얘기와 일대일 교환까지 구체적인 것들을 말씀하시며 너무 쉽게 지역을 옮기라고 하셔서 엄청 웃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맹모삼천지교를 따를 정도로 IB교육 확산이 현실성이 있을까 싶다.


공립교육에서 IB교육 도입과 관련된 쟁점, 논란들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최종홍 저의 '뜨거운 감자 IB, 한국 교육혁신의 대안인가 유행인가?'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IB교육의 공립학교 도입에 회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교육이 돈의 논리가 아니라 진짜 교육답게 펼쳐질 수 있다면, 내 학생들이 IB처럼 생각을 꺼내는 평가를 받으며 정말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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