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음이 불편한 기사를 보게 됐다.
기사를 읽으며 '치열한 초등학교 입학 준비 시즌'이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즌이 치열하다는 것은 마음을 다잡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즌에는 언론과 SNS에서 온갖 신학기 물품들의 마케팅이 시작된다.
가방, 옷, 학용품, 문제집, 학원 등 가리지 않고 학부모의 눈에 띄기 위해 발악을 한다.
그중에 언론이 조장하는 비교와 불안감 마케팅의 형태가 바로 아래 기사이다.
"하나뿐인 조카 선물"...초딩 책가방 100만원짜리도 지른다
"기자들 이런 기사 쓰지 좀 마라. 맘 카페가서 어떤 가방 사야 되나요 질문하면 대부분 비싼거 필요없다 어차피 6학년까지 못 들고 다닌다 1-2번 이상 교체해야되니 가벼운 가방이 최고란 댓글이 대부분이다. 어디서 주워 들은 얘길 모든 부모가 그렇게 사는걸로 일반화시키냐? 이것뿐만 아니라 개근거지, 아이폰 안쓰면 왕따, 명품패딩 안입히면 왕따. 이런 기사 볼때마다 기자가 문제다 싶어."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본 학부모들은 기사에 달린 댓글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얼마 전 동생이 가방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나도 저렇게 답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가방은 너무 크면서 무거우면 안 되고, 중학년만 돼도 자녀의 패션 스타일이 바뀌어 무난한 디자인이 좋다.
여자아이의 경우 핑크색의 티니핑 같은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 스팽글이 잔뜩 달린 가방을 원한다면 매우 저렴한 가방을 고르라고 추천한다.
어차피 일이 년 지나면 또 사야 되니까.
기사에서 텐포켓의 지갑을 연다는 100만 원짜리 가방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명품 브랜드 색깔이 아주 강하게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가방이다.
저걸 내 아이에게 쥐어준다면 매일 더러워지는 가방에 땅을 치며 울지도 모를 것 같다.
물 흘려, 연필 그어져, 물감 묻혀, 흙바닥 굴러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만큼 아이의 가방과 옷은 더러워진다.
아직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못한 예비 초등 1학년 학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주변 사람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주지만 SNS와 미디어를 둘러보면 조언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있다.
그 속에서 '내 자식만 뒤처지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마음, '내 아이는 제일 좋은 거 해줄 거야.'라는 비교하는 마음이 현실을 자꾸 흔들어댄다.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환경이 이러면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를 부추기는 비교, 불안 마케팅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건가.
이런 마케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이미 알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필두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돕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생산자, 유통업자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장 저렴하다고, 가장 비싸다고 사지 않는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물건을, 가장 적합한 때에, 가장 적합한 가격으로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사람들의 행태를 모두의 모습인양 몰아가는 언론도 자신들이 잘못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을 반성하고 긍정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신학기 가방 마케팅과 언론의 합작에 가슴 답답해 울분을 토하는 하루이다.
"정신 차려 이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