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아니, 벌써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다.
올해는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안 꾸며놓아서일까.
딸아이가 그다지 크리스마스와 산타에 대한 기대감을 전혀 표현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
그녀의 선물과 조카들의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어쩌면 이번 크리스마스를 지오디 콘서트로 포커스를 맞춰둔 나 때문에 생각이 뒤로 밀린 거일 수도 있다.
허겁지겁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친정 식구들은 벌써 동생네 조카들 선물 준비를 마쳤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원피스를, 이모는 장갑을 샀다고 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네 딸은 뭐 줄까?"
그러게.
내 딸도 선물을 줘야 하는구나.
그녀가 받고 싶다고 했던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남편은 포켓몬 저금통을 이미 선물로 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당겨 받는 숙달된 협상가의 크리스마스 풍경이다.
산타할아버지한테는 닌텐도 칩을 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이모도 닌텐도 칩을 준비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운동화가 조금 작다고 투덜거리던 것이 떠올라 할머니한테는 운동화를 부탁했다.
부탁한다고 해도 결국엔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돼서 우리가 사고 청구하는 식이다.
동생네 아이들 선물을 뭘 살지 쇼핑몰을 뒤적거린다.
얼마 전 잠자리 독립을 도전한 아이들을 위해 별자리 무드등이 괜찮겠다 싶어 장바구니에 담으려니 배송이 1월부터란다.
겨우 찾았다 싶었더니 내 손을 떠나는 선물에 의욕이 확 꺾였다.
동생에게 연락을 취했다.
동생도 선물로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단다.
그나마 가볍게 엄마의 마음을 투영해서 살 수 있는 게 책이랄까.
부족함 없이 키워서 그렇다는 말에 공감이 확 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있어야 선물을 고르기 편한데 아이들은 이미 원하는 것을 너무 손쉽게 얻는다.
'그렇지. 부족함이 없어서 그렇지.'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인터넷 서점을 뒤적거린다.
크리스마스니까 산타 관련 그림책을 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 신간을 담는다.
신간들 중에 읽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책들을 기웃거리며 내 책도 담을까 말까 고민한다.
장바구니는 이미 세 아이의 책으로 10만 원이 꽉 차 있다.
내 마음은 뒤로 하고 아이들의 선물만 사기로 한다.
갑자기 동생이 엄마에게 외치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 내 산타는 어디에 있는 거야?"
그러게. 내 산타는 어디에 있는 거냐.
생각을 바꿔보자.
산타는 도대체 왜 있는 거지.
도대체 크리스마스에는 왜 선물을 챙겨야 하는 거야.
물질풍요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산타와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 걸까.
크리스마스의 첫 단추를 이미 잘못 끼워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놈의 크리스마스 선물.
고민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주는 것도 지겹다 지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