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축구 사랑은 한파를 뚫고

by 북장

한파주의보가 떨어졌다.

영하 5도, 체감기온 영하 8도에 바람까지 불어온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축구를 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몸이 얼어 들어간다.


출발하기 전 딸아이의 복장을 확인했다.

내복, 기모바지와 티셔츠, 겉옷, 장갑, 스카프빕, 축구양말.

그동안은 괜찮았지만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

주섬주섬 얇은 겉옷들을 챙겨 나와 덧입혔다.

경량패딩조끼, 경량패딩, 귀도리.

아빠나 딸이나 한겨울 축구인의 준비물

바깥에서 훈련 내내 대기해야 하는 나도 주섬주섬 옷을 찾아본다.

'난 그래도 차 안에서 있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에 분주하던 움직임을 멈췄다.

가볍게 경량패딩조끼, 목도리만 챙기고 서둘러 축구장으로 출발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몰려오는 찬 기운에 후회도 몰려왔다.

내 발목, 무릎, 손, 귀!

방한용품들을 꼼꼼하게 챙겨 올걸.


아이를 축구장 앞까지 데려다주며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 패딩 벗지 마. 더우면 조끼까지는 봐줄 테니까 조끼만큼은 꼭 입고 있어야 해."

애들은 두 시간 내내 뛰어서 그런지 자꾸 옷을 벗어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히트텍에 반팔, 반바지 유니폼을 입고 뛰던 애들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기에 서둘러 차 안으로 피신을 했다.

담요를 둘러싸고 몸을 녹이고 있은지 얼마 안 되어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고 찬 기운이 슬금슬금 차 안까지 잠식하니 바깥은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축구인들은 이 추위에도 왜 볼을 차는 건지 그들의 머릿속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암묵적으로 훈련 중에 연습경기를 뛰는 시간에는 보호자들이 축구장 주변으로 나와 경기를 지켜본다.

평소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가 뛰는 모습을 보고 응원해 줄텐데 한파에는 너무 하기 싫다.

담요 두 개를 돌돌 말아 감싸고 겨우 지켜보는데 아이들 움직임이 이상했다.

한 명은 멀리 떨어져 입을 가리고 있고, 한 명은 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의 움직임도 평소와는 다르게 둔하기만 하다.


훈련을 10분 일찍 끝내고 아이들은 축구장에서 재빠르게 빠져나와 부모에게 달려들었다.

"얘 축구하다가 너무 춥다고 울었어요."

"엄마, 공이 얼어서 안 튕겨져."

볼이 새빨개져서 투덜대는 것이 '축구 사랑꾼들도 추위는 못 이기는구나' 싶었다.



너도 나도 박자를 맞추듯 코를 훌쩍이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본다.

우리의 방한용품은 무엇이 부족했을까.

머리를 감쌀 모자, 비니 같은 게 있어야 될 것 같다.

스카프빕에 넥워머를 더 착용시켜야 볼이 보호될 것 같은데.

핫팩을 파우치에 담아 주머니에 넣어주면 너무 추울 때 잠깐이라도 몸을 녹일 수 있겠지.

나도 내복을 입고,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지.

장갑도 챙기고 핫팩 여러 개를 가져오는 거야.

USB 온열방석을 하나 사야겠다.

휴대용 가스난로가 있던데 그것도 살까.


어디 북극에 가는 것도 아닌데 챙길 방한용품이 가득이다.

다음번에는 더 꼼꼼하게 챙겨서 조금이라도 찬 기운을 막으리라.

'엄마 네 축구 따라다니다가 몸 상할 것 같아. 관절이 너무 시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똥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