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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Aug 24. 2016

콘텐츠IP는 누구의 것인가?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싼 콘텐츠IP 권리 분쟁이 주는 교훈

콘텐츠 지식재산(IP)의 활용늘어나면서 관련 분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원저작물을 통한 직접 수익이 아닌 2차 활용을 통한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권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가 확대되면서,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의 분쟁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대표 사례인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싼 분쟁을 검토하고, 그 교훈과 함의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액토즈 소프트와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 IP를 둘러싼 쟁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대표적인 사례다. '미르의 전설2'의 저작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의 갈등은  2001년 중국 진출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2를 개발한 제작사로, 액토즈 소프트로부터 분사하여 설립된 회사로 출발했다.  PC 온라인 게임으로 출발한 '미르의 전설2'는 2001년 중국에서 퍼블리셔 샨다를 통해 출시되어 중국에서만 2002년에 누적회원 2억명과 동시접속자수 70만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누린 바 있다[1].


IP권리를 둘러싼 분쟁은 '미르의 전설2'의 IP를 공동 보유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 그리고 중국의 퍼블리셔인 샨다게임즈와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로열티 지급 문제와 샨다가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 '전기세계'의 '미르의 전설2' 저작권 침해 문제로 샨다와 IP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3년 7월 샨다가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 중재소에 위메이드와 액토즈를 제소했고, 위메이드는 같은 해 10월 샨다를 중국 베이징 인민법원에 제소했다[2].  이 과정에서 샨다는 미르의전설2 IP 지분을 보유한 액토즈 소프트를 2004년 인수하게 되었다.


 이후 2007년 화해조정을 통해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가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이던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는 완전히 별도의 기업으로 분리되게 되었고, 샨다는 '전기세계'의 저작권을 인정받게 되었다. 다만 '미르의 전설2'에 대한 지분은 여전히 액토즈소프트가 일부 보유하게 되었다. 이후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인 중국의 샨다게임즈와 위탁판매 계약을 통해 '미르의 전설2'의 퍼블리싱과 IP관리 등을 맡겨왔다.


이때까지의 분쟁은 저작권 인식이 미비한 중국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한 수익 배분 요청의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화해조정이란 형태의 봉합이 이루어진 것은 샨다게임즈가 액토즈 소프트를 인수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소송의 주체였던 액토즈소프트가 소송 대상의 자회사로 편입되었고, 중국 내 퍼블리싱의 역할이 중요했던 상황에서 파트너십 자체에는 균열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한동안 소강 상태에 있던 IP분쟁은 2015년 9월 액토즈가 샨다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파기하고 독자 행보를 나서면서 재점화 되었다. 위메이드가 샨다를 배제하고 중국의 킹넷과 모바일,웹게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선 것이다. 위메이드는 중국 퍼블리셔에 불과한 샨다게임즈가 동의 없이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웹게임을 출시하여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고, 모바일 게임을 무단으로 개발하는 등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위메이드는 4월, 샨다에게 미르의 전설2와 관련된 '수권서'를 갱신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공개했고, 이에 샨다는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의 IP가치를 키워온 것은 본인이라고 주장하며 크게 반발했다. 중국에서는 미르의 전설이 샨다의 게임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2015년 위메이드가 IP권리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샨다의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는 7월 자사의 동의 없는 위메이드와 킹넷 간의 계약에 대해 공동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하며 중국 법원에 저작물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주장했다[3]. 상하이 지식재산권법원은 지난 7월29일, 액토즈소프트를 배제하고 체결된 위메이드와 킹넷 간 IP계약은 공동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판결하고, 위메이드-킹넷 간 계약을 즉시 중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와 킹넷은 재심의 신청을 8월 11일 제기했다[4][5].


위메이드 측의 입장에서 볼때 핵심적인 갈등의 원인에는 중국에서 샨다게임즈가 미르의 전설IP를 기반으로 웹게임 분야에서 독자적인 라이선싱 사업을 벌여 로열티 수익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는 점있다. 킹넷은 샨다가 아닌 한국 저작권자인 위메이드와 처음으로 직접 라이선싱 계약을 시도한 사례이고, 샨다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6] 그러나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의 일방적인 IP사업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위메이드가 제3자에게 모바일게임과 영상저작물을 개발하도록 미르의 전설 IP 라이선스를 단독으로 부여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또한 IP가치 관리를 위해 양사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액토즈소프트의 주장을 인용한 상하이 법원의 빠른 판결도 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7]




양측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분쟁에 대해 논의 한다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운 일이다. 미르의 전설 관련 분쟁에는 IP권리의 활용에 있어서 기여도에 대한 인식, 사업권의 실행과 관련된 권한의 문제, 소비자 인지도를 둘러싼 담론 경쟁의 차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외부자의 입장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이상의 세부적인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국경을 넘어선 사업권 분쟁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미르의전설2 IP를 둘러싼 분쟁콘텐츠IP 개념을 둘러싼 변화된 지형을 반영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몇가지 중요한 논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콘텐츠IP는 누구의 것인가? : 만든 공로 vs 키운 공로


IP를 키운 기업과 만든 기업. 위메이드와 샨다의 불화는 이 두 입장의 차이를 드러낸다. 샨다가 여러 불법 행위와 권리 침해를 한 것은 사실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 10년 이상 서비스를 하면서 쌓아 온 인지도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해외 시장의 경우 파트너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현지 파트너는 분명 IP권리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액토즈 소프트의 개입은 이러한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부분이 있다. 소송 제기를 통해 수익 배분율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이를 보여준다. 즉,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을 활용한 사업을 통해 IP가치를 길러낸 역할에 대한 권리를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위메이드의 중국 본토에서 진행한 적극적인 소송과 언론대응은 이러한 대중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법적으로 볼 때, 분명 콘텐츠IP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지도와 사용자의 경험에 그 가치를 의존하는 콘텐츠IP의 특성상, IP를 키우는 역할의 공로를 무시하기 어렵다. 적절한 보상과 협력의 유인을 만들어내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사업권 행사의 어려움

 그러나 중국 시장의 특수성, 공동 권리자인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의 특수 관계 등의 문제로 위메이드 소프트는 중국에서의 IP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해왔다. 특히 샨다의 불법적인 사업권 행사를 견제하기 어려웠던 것은 뼈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IP권리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전환이다. 현재까지의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조건을 고려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위메이드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비록 킹소프트와의 계약은 샨다와 액토즈소프트의 반발로 발목을 잡혔지만, 최근 분쟁 과정을 통해 권리 관계에 있어서 위메이드가 샨다에 대한 협상력을 과거보다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점점 더 적극적인 권리 주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아직까지도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직접 사업권을 행사하며 IP권리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최근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형태의 IP권리 관련 계약이 다수 이루어졌다. 그러나 중국에서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 기업이 갖기란 쉽지 않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빼곰'의 경우, 알파에게 러닝개런티 형식이 아닌 매절의 형태로 저작물의 권리를 넘긴바 있다. 중국의 자국 애니메이션 인정 기준의 문제로 IP소유를 중국 기업으로 등재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당장의 IP판권 판매에 있어서는 사업적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있어서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내 사업권을 중국 기업에 넘기게 됨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들이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위협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IP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콘텐츠 창작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제작사의 특성 상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존재한다.


안정된 사업 구조 확보의 필요성

문제는 여전히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규모와 사업 역량이 제작에 더 비중을 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콘텐츠로 제 값을 받기 어려운 장르들의 경우, 제작사와 플랫폼 기업의 규모 및 역량 격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져있다.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기업은 IP활용 부서의 역량을 기르면서 사업 구조를 고도화 하고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IP의 존재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빼꼼의 경우 이 단계에서 사업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IP매각 대금을 토대로 다시 IP창출의 과정으로 돌아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뽀로로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의 사업적 토대를 다진 아이코닉스는 반대의 사례다.


또한 IP활용 산업은 전문성의 측면에서 가용 인력과 전문가의 도움에 한계가 있는 중소 기업에게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콘텐츠 IP 활용의 경우, 이종 산업간의 협업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만큼, 국가별 산업별 특성 전반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콘텐츠 기업이 이러한 역량을 모두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이라는 콘텐츠 기업 본연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IP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여력을 기르는 일은 콘텐츠 기업에겐 한계로 작용한다.


따라서 콘텐츠IP 활용 사업의 적용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성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아직 도입 단계에 있는 IP금융의 형태가 하나의 대안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우수한 IP를 갖춘 기업이 이를 토대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고 사업을 확장해갈 수 있도록, IP에 기반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콘텐츠 IP에 국적은 있는가

콘텐츠IP 사업의 특성상 IP의 국적이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예를들어, 넷마블의 퓨처 파이트 같은 게임의 경우, 마블의 IP를 활용했지만 글로벌한 수익화에 성공한 사례다. 오리지널 IP를 만들어내는 것만 IP 사업이 아니며, 다양한 IP를 매체별 성격에 맞게 사업화 할 수 있는 역량도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콘텐츠IP 열풍이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콘텐츠를 원작자와 연결시키는 인식 자체에 나타난 균열이다. 재산권으로서 IP의 사업권을 보유하는 것이 실제 "작품"으로서의 콘텐츠 창작 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콘텐츠는 더 이상 창의적인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닌 여러 투자 주체들과 창작 주체들의 협업 과정에서 창출되는 성과물로 여겨진다. 창작과 권리의 분리, 원작자와 사업권자의 분리는 IP란 용어가 가져온 중요한 인식의 변화다.


오리지널 IP를 창출하는 것은 분명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콘텐츠 산업의 안정된 성장을 위해선 IP관리 역량에 기초한 다양한 활용 사업의 전개가 필수적이다. 뛰어난 제작 역량 뿐 아니라, 활용의 역량이 중요하고, 심지어 그 IP가 반드시 자신이 창작한 것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적인 측면에서 IP활용 역량을 높이는 일과 우수한 자국 IP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창작 외에도 다양한 IP활용 사업 영역의 발전을 위한 토대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분명, 이는 정책적 개입의 영역일 수 있다. 이번 분쟁은 이런 문제에 대한 적극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인 것이다.

 


[참고 기사]

[1] 위메이드-中샨다, 4년 지재권 전쟁 "끝", 한국경제, 2007.2.13.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7021156941 

[2] '미르의 전설2' 모바일게임, 중국서 초대박 터졌다, 한국경제, 2015.8.19.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8199658v 

[3] 위메이드-액토즈,'미르의 전설' IP분쟁 격화, 뉴시스, 2016.8.15

[4] 위메이드, 킹넷, 액토즈 가처분신청에 '이의있소', 2016.8.12. 데일리게임.

http://www.dailygame.co.kr/view.php?ud=2016081216304546863

[5] 中 게임사 샨다 '무리수'?... 위메이드,액토즈, '미르' 갈등 심화. 뉴스핌. 2016.8.16.

http://www.newspim.com/news/view/20160816000199

[6] 장현국 대표 “‘미르의전설2’ IP, 권리없는 샨다 빠져라”, 한경닷컴 게임톡, 2016.7.4

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43

[7] 액토즈소프트, “미르의전설 IP 위해서는 양사 협의가 제일 중요”디스이즈게임, 2016.7.27

http://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5/?n=6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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