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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Apr 01. 2019

IP금융과 콘텐츠 저작권 투자 동향

뮤지코인의 사례를 통해 본 저작권 금융의 전망

들어가며: IP금융의 개념과 현황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토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금 조달은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였다. 유형 자산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의 금융 제도에서 지식재산이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작권이 금융의 매개수단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창작자는 자신의 기존의 창작물의 가치를 토대로 미래의 계획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IP금융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IP금융은 주로 기술금융 등 특허권을 중심으로 한 제도의 발전이 중심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을 핵심 자산으로 하는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는 관련된 정책 지원 및 인프라의 부재 등으로 이를 충분히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안정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한 음악 산업 분야의 저작권 활용 금융의 사례들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작권 분야에서 IP금융의 활성화를 제약하는 가치평가의 어려움,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한계를 IT 기술과 P2P 금융의 결합으로 넘어서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P(Intellectual Property)금융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등을 통해 창출된 무형의 자산인 IP와 IP가치평가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각종 금융 활동을 의미한다(#1). IP금융은 자산화 단계와 금융 모델의 고도화 정도에 따라 기술금융, 자산화금융, IP비즈니스 금융으로 구분할 수 있다(#2). 기존에는 기술신용평가에 기초하여 은행을 통한 대출이 이루어지는 기술금융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IP담보대출과 IP유동화증권 등의 자산화 단계의 금융 수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3). 

IP담보대출은 무형자산인 IP에 대한 가치평가에 기초하여 질권을 설정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특허청에서 시중은행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IP담보대출상품 출시를 지원하면서, 2013년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4). 

콘텐츠 분야에서는 시중은행과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저작권 사용료분배청구권 담보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음악의 저작권자가 저작재산권을 협회에 신탁하고 받는 채권 형식의 저작권사용료분배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하고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5). 

IP유동화 증권(IP Backed securites)은 IP 자산을 특수목적기구에 양도 혹은 신탁하고, IP를 통해 발생하는 현금 흐름 및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6).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1997년 25개 앨범 287곡의 15년간의 저작권 수익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보위 본드(Bowie Bond)’가 대표적인 사례다(#7). 국내 사례로는 산업은행이 2014년 와바(WABAR) 브랜드의 상표권을 보유한 ㈜인토외식산업의 로열티 채권 및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3년 만기 유동화증권 55억원을 발행한 것을 들 수 있다(#8).

IP담보대출과 IP유동화증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작권은 이미 IP자산화 금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음악 산업은 저작권에 기초한 수익의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하며, 저작권 신탁이 잘 발달해 있어서 권리관계의 복잡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P2P 금융 등을 활용한 민간 영역에서의 시도들이 나타나면서 저작권을 활용한 IP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뮤지코인(#9)은 P2P 금융을 음악 저작권 거래소의 형태로 구현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해외에서는 미국의 VEZT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저작재산권의 공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10). 이 중 실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서비스인 뮤지코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콘텐츠 저작권을 활용한 IP금융 사례뮤지코인

뮤지코인은 권리관계의 문제를 신탁관리단체를 통해 해소하고, P2P 금융의 형태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서비스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신탁받은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양도 받아, 이를 다수의 투자자에게 옥션을 통해 나누어주고, 이를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뮤지코인은 음원 시장에서 장기간 일정한 수익을 내는 3년 이상 된 음원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분할하여 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창정의 ‘소주한잔’이 경매 시작 6시간만에 7천500만원의 물량이 완판되면서 화제를 모은 이후로, 창작자의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며 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다. 현재 500여곡의 저작권을 확보하여 이미 179곡을 옥션을 통해 거래한 바 있다(#11). 

뮤지코인은 저작권 권리를 주식거래의 형태로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팬덤의 참여를 독려하는 형태로 투자와 후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음원 매출과 관련된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가치평가를 통해 거래소의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IP금융 활성화를 위한 핵심 요소가 IP의 권리관계, 수익모델, 가치평가의 요소들을 정비하고,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뮤지코인은 이를 P2P 기반의 거래소 모델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악 저작권의 미래 가치를 거래 시세라는 가시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향후 활발한 저작권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면, 이후의 IP금융으로의 연계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P2P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저작재산권의 유동화가 활성화 된다면, 해당 저작권의 가치평가가 단순 매출이 아닌 팬덤의 후원 강도와 결합된 투자 시장의 ‘시세’의 형태로 객관화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가 누적적이고 안정적으로 축적된다면, 향후 보다 큰 규모의 금융 조달을 위한 기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 활용 IP금융의 향후 전망

음악 산업에서의 저작권 금융 사례는 향후 다양한 장르로 저작권 금융이 확대되기 위한 방향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준다. 가장 우선적으로 수익모델의 정착이 중요하다. 단기간의 매출로 종결되는 형태가 아닌, 장기 지속으로 저작권 관련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음악 산업에서 이러한 수익 모델이 가능했던 것은 구독 방식의 서비스 정착과 무관하지 않다. 신작 중심의 판매가 주류를 이루었던 과거의 음반 판매 시장에서 월정액 형태의 구독료를 기반으로 발매시기에 구애받지 않은 ‘플레이리스트’의 소비가 확산되면서, 저작권 수익의 수명을 늘려주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재 디지털 기반의 구독 모델은 음악 뿐 아니라 영상, 도서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의 영상 구독 서비스에서는 신작 뿐 아니라 검증된 구작의 소비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를 스트리밍 하기 위해 연간 1억달러 규모의 판권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이러한 서비스들은 엄선된 과거 작품을 추천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시청자의 시야에 올려주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구독 모델의 수익을 최적화하려고 한다. 출판 산업에서도 최근 전자책 구독 모델이 확대되면서 디지털로 변환된 구간의 수익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절판을 해야 하는 책들도 디지털 구독 모델에서는 작게나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IT 기술을 활용한 P2P 금융의 확산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을 활용한 IP금융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의 확립이 중요하지만, 정책적 노력에 금융 시장이 곧바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2P 금융은 이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실제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 및 투자, 암호화폐 거래 등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금융 거래 및 투자에 익숙해지면서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유형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저작권을 활용한 IP 금융의 다양한 모형을 시도해볼 수 있는 이용자의 습관 형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IP금융의 확대는 IP사업화의 고도화와 함께 이루어진다. 저작권 금융의 발전은 결국 저작권이 보다 다양한 사업화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디지털 구독모델의 확산으로 장기적 관점의 저작권 수익 모델이 정착되고, 이들의 수익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며, 이를 바탕으로 저작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가능할 수 있다면 향후 저작권 기반의 금융 서비스의 다양화 역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IP의 창출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사업을 고도화하는 IP 활용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IP금융 역시 창출을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서 IP 자산화 금융과 IP 비즈니스 금융의 단계로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저작권을 활용한 IP금융 분야의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향후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가 든든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하는 'C-Story' 3+4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주]

#1) 이젬마(2018). 혁신성장을 위한 IP금융 발전 방안. 한국경제포럼 11(3), 42쪽.

#2) 최철, 배동석, 손수정, 장원준(2013), 지식재산금융-IP비즈니스와 금융의 결합: 구조와 실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지식재산연구총서.
 기술금융은 IP를 창출할 역량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IP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이 자산화 금융, IP를 활용한 다각화된 비즈니스를 고려한 투자를 IP비즈니스 금융으로 볼 수 있다. 이중 IP자산화 금융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IP담보대출과 IP유동화 증권이다.

#3) 2018년 12월에 금융위원회와 특허청은 IP담보 및 보증대출을 활성화하고, IP금융을 위한 인프라를 혁신하는 등의 계획이 담긴 ‘지식재산(IP) 금융 활성화 종합대책’(2018.12)을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4) 특허청, 금융위원회(2018). 지식재산(IP)금융 활성화 종합대책, 2쪽.

#5) 이현진(2017). 콘텐츠 IP 금융 활성화 방안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46~47쪽.

#6) 강남기(2015). 저작권 신탁형 유동화에 관한 법적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7) 장기홍(2019.1.22.), 방탄소년단 채권(BTS Bond), 머니투데이.

#8) 이현진, 이성민(2016). 콘텐츠 IP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9) 여기서 논의하는 ‘뮤지코인’은 동일한 영문명을 가진 음악 관련 가상화폐인 뮤지코인(Musicoin)과는 별개의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반의 뮤지코인은 중간 매개자 없이 뮤지션에게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뮤지코인 주식회사에서 서비스하는 저작권료 공유-투자 플랫폼인 ‘뮤지코인’을 다룬다.

#10) VEZT는 음악 팬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들에 대한 재산권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ISOTM (Intial Song Offering)라는 방식으로 음악의 저작권을 공모하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관련 수입을 추적하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2018년 9월 25일 애플과 구글플레이를 통해 앱을 출시한바 있다. 

#11) 안정적이고 즐겁다, 음악 저작권거래소 뮤지코인, 조이뉴스(2019.3.11.)

#12) Netflix Will Keep ‘Friends’ Through Next Year in a $100 Million Agreement, The New York Times(20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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