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완구 강세, 소유에서 놀이로, 미디어 환경 변화
http://v.media.daum.net/v/20170505050249319
어린이날은 완구 산업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 중 하나다.
2017년 5월 5일을 맞이하여 나온 분석 기사(상단)는 어린이날 장난감에 '절대 강자'가 사라지는 변화가 나타났음을 지적한다.
이를 보고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소 거칠게 정리해보았다. 가설적인 논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1. 로봇 애니메이션의 약세
사실 로봇 애니메이션은 완구 판매가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의외로 로봇 완구는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 한 완구회사에게 부담이 된다. 금형을 개별로 떠야 하는데, 그 애니가 망하면 그 개발비가 통으로 망하는 거다. 반면 일반적인 라이선싱 완구는 기존의 금형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위기를 분산시킬 수 있다.
그럼 대규모 로봇 애니메이션은 어느 정도 압도적인 인기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스폰서를 받을 수 있거나. 또봇과 카봇은 초기에 기아,현대자동차의 스폰을 받았다. 다만 또봇은 모회사가 매각되었고, 카봇은 터닝메카드로 다음 스텝을 밟았지만 정작 초이락과 손오공은 분리 되었다. 변신 로봇에 대한 피로도도 있다. 손오공/초이락 정도의 기업이 아니고선 대규모 로봇 애니메이션을 도전하기에 한계가 있다.
물론 변신 로봇물 자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완구사의 결합 형태였던 또봇/카봇과 달리, 개별 애니메이션 회사가 주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은 소소한 로봇물들에 머무르고 있고, 연령대도 사실 좀 낮다.
반면 특촬물의 인기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게 아닌가 싶다. 파워레인저 말고도 볼게 많은데, 해당 세대에서 어떤 콘텐츠가 서로 경쟁하는지 궁금하다. 새로 나올 다이노포스 한국판은 사실상 금형 재활용 전략인데, 이게 먹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2. 여아 완구의 강세
미디어 노출의 영향으로 보자면, 기존의 애니메이션 시장의 연령대 별 강자가 방향 전환을 한 영향이 일단 크다. 뽀로로의 아이코닉스가 플라워링 하트를, 초이락이 소피루비를 냈다. 아이코닉스는 영유아에서 여아로 대상을 올렸고, 초이락은 남아에서 여아로 성별을 돌렸다. 나름 메이저들의 격돌(시간상으론 순차적이었지만)이었고, 이 경쟁이 시장을 키운 부분도 있다. (냉정히 말하면 목표 연령대와 수익모델은 좀 다르지만..2D 3D도 다르고..) 시장 경쟁 자체로 보면, 남아용 완구 시장이 레드오션이란 판단에서 여아용 완구 시장으로 제작이 몰렸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3. '캐리 언니'의 영향은 없을까? 소유에서 놀이로의 전환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시작으로 많은 '놀이' 영상들이 유튜브에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놀이 영상은 사실 완구의 소비 주기를 변화시킨다. 놀이 영상 제작에 유리한 완구와 아닌 완구로 갈린다. 로봇 장난감은 이런 놀이에 사실 크게 적합하지 않다. 초기에 언박싱 때나 주목을 받았지 이후 '플레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주요 놀이감에서 밀려났다. 오히려 '여아용'으로 분류되는 장난감들이 여기에 더 어울린다. 한편으론 장난감에 대한 환상(?)이 줄고, 활용의 관점에서 다양한 완구들을 미리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욕망의 분배에 있어서 쏠림 현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가설적으로 완구 시장이 '소유'에서 '놀이'로 전환되는 효과가 일어났는지, 살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4. 미디어 경쟁
여전히 지상파의 영향력이 높지만, 균열도 있다. MCN의 성장, 유튜브의 인기는 애니메이션 주요 유통 플랫폼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작품은, 지상파에 안 나와도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작품 중에선 '콩순이'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소피루비의 인기를 보면 여전히 EBS의 효과가 강력하지만, 다른 대안들이 점차 성장하고 있고, 이는 완구의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이렇게 되면, 그냥 각자 알아서 좋아하는 거 사서 놀기 시작하게 된다.
방송과 유튜브의 경쟁 관계를 말할 때 세대효과를 많이 본다. 지상파 시청 경험이 강한 세대 vs 유튜브 세대, 이런 방식의 구분 말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의 측면에서 보면, 사실 최근 5년 사이에도 세대가 갈렸다고 봐야 할 거다. 파워레인저 사던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의 지상파(TV) 전성기를 지냈다. 당시엔 유튜브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기업들의 주된 유통채널이 아니었기 때문에 질 높은 원본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벽히 유튜브 시대다. 애니메이션 기업들은 나름의 홀드백을 거쳐 유튜브에 작품을 올린다. 부모들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보여줄 기회가 늘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파워레인저 대란 시대같은 쏠림-유행이 강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