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멀티-플랫포밍,굿즈
글로벌 IP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은 세계관 구축을 통한 팬덤 활성화 전략, 그리고 멀티 플랫포밍을 통한 콘텐츠 연계 전략, 그리고 적극적인 라이선싱을 통한 ‘굿즈’(Consumer Products) 활성화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IP의 가치는 팬덤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에 의존하며, 소위 GEEK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추구의 콘텐츠 소비 현상은 미국의 특수한 현상을 넘어 세계로 확대되는 경향에 있다. 대표적인 GEEK들의 서브컬쳐 축제인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아시아 여러 국가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얼마전 코믹콘-서울 2017을 개최한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 팬덤을 강력히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팬덤이 유입될 수 있게 하여 IP의 라이프 사이클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때 활용되는 전략이 바로 ‘리부트(reboot)’를 통한 새로운 세계관의 구축이다.
IP 영향력 확대에 있어서 ‘멀티 플랫포밍(multi-platforming)’역시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OSMU, 미디어 믹스 등 다양한 용어로 정의되던 단일 콘텐츠의 다매체 활용 전략은, 점차 세계관 연계 및 확장을 위한 멀티 모달(Multimodal) 콘텐츠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장르에 따라 생산 주기와 유통 방식, 소비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차이를 활용하여 IP의 세계관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굿즈’라 불리는 머천다이징 상품(Merchandising Goods, Consumer Products)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는 IP 사업의 수익화에 있어서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라이선싱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화의 측면 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버즈(buzz)를 확산시키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구축과 멀티 플랫포밍, 그리고 라이선싱 비즈니스를 위해선 세계관 연계가 가능한 우수한 IP의 확보와 함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제작-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와 라이선싱을 통한 사업 다각화 역량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IP의 전개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장르 별로 강점을 갖는 국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측면에서 강세를 보인다면 , 일본은 만화-애니메이션과 게임, 중국은 모바일 게임과 웹소설 등이 주력 장르라는 차이가 있다. 또한 IP비즈니스가 정착된 시기와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성숙 단계에 차이 역시 IP 전략에 있어서의 차이를 가져온다. 서브 컬쳐 문화가 독특하게 발달한 미국(GEEK)과 일본(오타쿠)은 세계관 중심의 연계 확대(미국)와 데이터베이스 소비 중심의 플랫폼 다변화(일본)로 다른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디어 인프라가 웹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상황을 반영하여, 소위 ‘범 엔터테인먼트 전략(Pan-entertainment strategy)’의 전면적 OSMU 확대가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콘텐츠 생산 및 소비 기반이 성숙한 국가에서는 주로 추억 속의 IP를 재활성화 하는 전략에 주목한다면, 중국과 같이 콘텐츠 산업의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IP의 창출 전략 역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미디어 복합 기업 중심의 세계관 구축 경쟁
미국에서 IP 비즈니스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기업은 바로 디즈니다. 디즈니는 엔터테인먼트 라이선싱 시장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IP 선도 기업으로 2016년에는 566억 달러의 소매 판매를 이룩한 바 있다. 최근 디즈니 IP 비즈니스의 특징은 과감한 M&A를 통한 IP 확보와, 이들을 통한 세계관 전략의 본격화, 그리고 미디어 및 굿즈 사업의 전면적 활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워즈의 세계관 리부트이다. IP 중에서도 팬덤의 강력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타워즈’의 IP를 2012년 루카스필름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이후, 디즈니는 2014년 스타워즈 EU(익스텐디드 유니버스) 리부트 선언을 통해 새로운 캐넌(Cannon)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디즈니의 IP 전략의 핵심은, GEEK 문화의 핵심 요소인 '세계관'을 중심으로 멀티 플랫폼에서의 미디어 믹스 전략을 확장하며 유기적인 연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부트와 캐넌의 재구성 등 GEEK의 세대 교체의 시도 역시 이어가고 있다.
2017년 8월 12일부터 미국 현지에서 방영되는 오리아저씨 (Duck Tales)와 같은 TV 애니메이션의 리부트 계획 역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기존 IP의 실사화 역시 일종의 리부트 전략으로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이들은 구매력 있는 3~40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그들의 자녀 세대의 IP경험을 늘려 주면서 IP의 생명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IP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디즈니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있던 IP를 재활성화 하는 것은 헐리우드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방식이 좀 더 강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단순한 리메이크의 방식이 아닌, 세계관의 리부트를 통한 연계의 강화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디즈니의 IP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의 주요 콘텐츠-미디어 기업 역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전략들을 전개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기존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IP들을 활용, 스핀오프와 리부트를 활용해 세계관 구축 및 확장을 본격화 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를 진행했으며,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의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DC엔터테인먼트의 IP 자산을 활용한 DC EU(DC 확장 유니버스)라 불리는 세계관 구축을 본격화 하고 있으며, 괴수영화 들의 세계관을 연계하는 ‘몬스터 버스’를 기획하여 ‘고질라’와 ‘콩: 스컬아일랜드’ 등을 제작한 바 있다. 2016년에는 디즈니 출신 팸 리포드(Pam Lifford)를 영입하여 머천다이징 비즈니스를 본격화 했다. 영화의 프랜차이즈화는 IP 비즈니스의 강화와 더불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2014년에도 프랜차이즈의 비율은 독립 영화와 비교해서 전체 영화의 1/3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는 점은 이러한 세계관 구축 방식의 연계 전략이 영화 산업 전반에서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IP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는 기업 역시 존재한다. 넷플릭스가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는 OTT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었으나, 자체 콘텐츠 제작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며 ‘오리지널’시리즈를 축적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14편, 원작 시리즈 2편, 코미디 스페셜 프로그램 6편,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6편,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2편, 오리지널 장편영화 9편, 키즈 오리지널 시리즈 7편을 제작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열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일(현지시각)에는 설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업체의 인수를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다. 인수 대상은 인디 코믹스 출판사 '밀러월드(Millarworld)'로 스코틀랜드 태생의 만화 작가 마크 밀러(Mark Millar)와 그의 아내 루시 밀러(Lucy Millar)가 함께 15년 전에 설립한 회사다. 넷플릭스의 밀러월드 인수는 이들을 비롯한 캐릭터 IP를 확보하여 향후 본격적인 세계관 구축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서적, 만화, 수집품 등 머천다이징 상품의 라이선싱 사업을 담당할 직무를 담당할 직원을 찾는다는 공고를 올린 바 있다. 이미 Stranger Tings나 The Crown 같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IP와 브랜드를 활용한 상품의 연간 판매량이 1빌리언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RBC 애널리스트 Mark Mahaney의 평가도 있었다. 이는 그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비즈니스가 보다 총체적인 IP비즈니스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버위치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최근 IP 비즈니스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액티비즌 블리자드의 소비자 상품 그룹은 라이선싱 엑스포 2017에 처음으로 데뷔했다. 기존의 자사 IP를 활용한 다양한 머천다이징 상품을 선보이며, 라이선싱을 통해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과거의 히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1을 HD화질에 맞게 리마스터링 해서 출시하는 등 레거시 IP의 재활성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IP 라이선싱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진출 노력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디어 믹스’형태의 IP 활용과 ‘굿즈’란 명칭의 머천다이징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나라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콘솔 게임의 강국으로서 오랜 기간 축적된 우수한 IP 자원 역시 풍부하다. 최근 IP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배경으로, 시장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기존 콘텐츠 기업들이 IP 자원을 토대로 재기를 시도하는 현상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IP비즈니스의 선도 기업은 반다이-남코를 들 수 있다. 2005년 애니메이션 IP에 기반한 완구 기업인 반다이가 게임개발사 남코를 인수하면서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 분야의 우수 IP를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을 비롯해 드래곤볼, 나루토, 원피스 등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확보한 IP들은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다. 완구 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해당 사업부의 역량이 높으며, 3가지 사업 부문(완구, 게임, 영상-음악)을 통해 IP 당 매출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일본 IP 비즈니스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모바일 게임에서의 IP 활용이다. 이때, 모바일 게임의 제작을 직접 맡기보다, 라이선싱을 통해 중국, 한국 등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국내에서 IP 비즈니스의 파급력을 각인 시켰던 ‘포켓몬 Go’는 미국의 게임사 나이앤틱이 개발했으며, 코에이의 작품들은 한국 기업들이, 반다이 남코의 작품들을 중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등 협력의 방식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추억의 IP를 재발굴하여 활성화 하려는 노력은 일본 기업에게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팩맨 브랜드의 재활성화를 위해 산리오의 헬로 키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팩맨과 헬로 키티를 혼합한 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을 출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IP 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2017년 스트리트 파이터로 유명한 캡콤과 반다이 남코가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상호 IP 활용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IP 비즈니스의 활성화는 우수한 IP를 가지고 있으나 한동안 시장에서 뒤로 밀려 있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소닉 더 헤지혹으로 유명한 세가(SEGA)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가는 소니와의 콘솔 경쟁에서 뒤진 후 파칭코 회사인 사미(SAMMY)에게 인수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루트 투 2020이라는 제목의 사업 비전 발표를 통해 주요 고전 게임 IP의 부활을 포함한 IP 사업 강화를 천명했다. 특히 장치 중심의 개발에서 IP중심의 개발로의 전환은 사업 모델에 있어서의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역 및 국가에 따른 IP 선호와 게임성의 차이를 고려한 글로벌 진출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본 기업들의 IP 전략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특히 모바일 게임 중심의 IP활용이 두드러지며, 그 협력이 글로벌 기업들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을 이룩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전방위적인 멀티 플랫폼 전략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에 비해, IP의 활용 자체를 외부 기업과의 협력(라이선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IP비즈니스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일본 기업의 필요와, 경쟁이 격화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려는 현지(특히 중국) 기업의 필요가 결합하며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다.
중국: IP 확보 경쟁을 넘어 창출과 활용으로
중국은 2015년과 2016년을 거치며 ‘IP 블랙홀’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치열한 IP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게임은 물론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가 소비될 수 있는 인프라 및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이후의 본격적인 콘텐츠 소비 확대에 대비한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애니메이션, 게임 등 IP를 적극적으로 라이선싱 하거나, 아예 인수 합병을 통해 IP 소유권을 확보하는 일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거대한 내수 시장이란 조건에서 수익을 낼 수만 있다면 IP의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 넷이즈, 알파, 완다 등의 기업들이 IP 공룡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넷이즈는 주로 게임 분야에서, 텐센트는 게임과 웹소설. 영화 등 전 콘텐츠 분야, 애니메이션과 완구 분야의 알파와 영화의 완다 등 주력 콘텐츠 산업에 따라 각자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중국의 IP 비즈니스에 주목할 점은 산업의 성장 초기부터 IP를 활용한 총체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제작 역량이 확보된 영역에서부터 오리지널 IP를 창출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의 콘텐츠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전략 역시 특징적이다.
먼저 IP 중심의 총체적 접근은 2011년 텐센트가 발표한 ‘범 엔터테인먼트’ 전략이란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에서는 하나의 콘텐츠가 흥행하면 다양한 장르로의 파생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장르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콘텐츠 제작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IP 가치의 축적 자체를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콘텐츠 전략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두 번째는 오리지널 IP의 창출 노력이다. 콘텐츠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결국 ‘범 엔터테인먼트’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오리지널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특히 웹소설이다. 중국의 웹소설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90억 위안(약 1조 5천억원)에 달하며, 최근 4년간 연평균 34.3%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웹소설은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 비용으로 이야기와 팬덤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젊고 역량있는 작가의 참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화천골, 도묘필기 등 웹소설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그 부가가치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게 되었다. 웹소설 분야에서는 특히 텐센트가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 합병 역시 중국 IP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특히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를 2015년에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업체 슈퍼셀을 10조원에 인수했다. 지난 7월에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으로 알려진 영국의 프론티어 디벨롭먼트의 지분 9%를 획득하며 해당 IP의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 6월에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핀란드의 게임 회사 로비오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콘텐츠 산업은 분명 아직 성장 단계에 있고, 글로벌 IP 팬덤의 확보란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팬덤의 지지를 얻는 우수한 IP를 인수 합병을 통해 확보하고, 해당 기업의 역량을 존중하며 IP 비즈니스의 경험을 글로벌 단위에서 습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역량이 확보된 모바일 게임에서는 오리지널 IP로 성공을 거둔 게임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소녀 전선’이나 ‘음양사’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축적된 IP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중국의 콘텐츠 기업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글로벌 IP 확보를 위한 제언: 팬덤을 향하여 한 걸음 더
지금까지 살펴본 국가별 전략을 정리하면 IP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그동안 축적된 콘텐츠 산업의 역량과 구조에 따라, 세부적인 전개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들은 이미 확보된 팬덤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팬덤의 유입을 위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핀란드 등의 우수한 IP를 가져다가 자국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그럼에도 웹소설과 모바일 게임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영역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IP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 역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두 번째로, 글로벌 IP 비즈니스를 위해선 현지 기업과의 과감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중국과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잘 맞았던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은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대신 IP 가치 방어를 위한 검수 등의 작업 역시 철저히 진행한다. 현지에서 IP의 가치를 키우는 작업은 그 자체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할 좋은 파트너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IP란 결국 콘텐츠의 ‘팬덤’에게서 그 힘이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팬덤의 성격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IP 활용 방식은 결국 GEEK과 오타쿠의 차이와 관계되어 있을 수 있다. 과거의 글로벌 진출은 콘텐츠 내용에 있어서의 문화적 코드의 차이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그 수용 방식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가 가진 매력적인 IP는 미국과 일본, 중국의 주력 IP와 성격이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콘텐츠 산업의 성장의 역사 속에서 축적된 우리만의 강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론, 다른 이의 IP를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지에서 이미 인기를 얻은 IP를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키우는 역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의 경우, 현지의 작가와 협력하여 그 나라에 맞는 IP를 키워나가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팬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IP 비즈니스는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관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팬덤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 팬덤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전략들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발행하는 "한류NOW" 2017년 9+10월호(vol.20)에 게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