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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Dec 17. 2017

인도-아세안, 콘텐츠산업의 넥스트차이나가 될 수있을까?

디지털 혁명과 한국 콘텐츠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 (2/3)ㅣ장르별 현황

(*총3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 / 장르별 현황 / 대응 방향 )


앞의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럼 정말로 인도와 아세안의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제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지를 콘텐츠 산업의 주요 장르별로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각 국의 콘텐츠 시장 현황 파악을 위해선 한국콘텐츠진흥원(2017)에서 발간한 "2016해외콘텐츠시장 동향조사"를 주로 참고했습니다. 해당 자료는 pwc등 콘텐츠산업과 관련된 해외 주요 지표들을 바탕으로 재가공한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국가별 비교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되, 장르 특성에 따라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도 함께 비교할 것입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지역이라면, 베트남은 문화적 근접성과 국내 기업의 진출 등 다른 아세안 시장과 비교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비교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먼저 콘텐츠 산업 전체를 보겠습니다. 시장 규모로 보았을 때 인도는 12위, 인도네시아는 18위, 베트남은 33위 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세계 7위, 중국은 2위의 시장입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로만 보면 아직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도 상대적으로 아세안 국가 들 중에서도 시장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만, 발전 가능성의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장르별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만화 시장을 보겠습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인쇄 만화는 감소하고 있고, 디지털 만화는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장르인 것이죠.

그러나 기존 만화 시장의 특성에 따라 그 전환의 양상은 다소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외국 만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비중에 있어서 일본(망가)과 미국(코믹)의 영항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대표적인 일본 만화(망가)의 영향권이라면, 싱가폴과 말레이시아는 미국 만화(코믹)의 영향이 높게 나타납니다.

한국 만화는 출판 만화 시대에는 사실 이들 지역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확산과 함께 탄생한 웹툰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대표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만화는 미국의 코믹 보다는 일본 망가와 문화적으로 근접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 망가의 영향권에 있던 나라들에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한국의 웹툰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있다는 점은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듯 합니다.

메신져의 영향도 특기할만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에서 라인 웹툰 역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뒤집어 말하면, 디지털 혁신의 기회를 통해 콘텐츠 시장을 넓히려는 기업은 현지의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이야기입니다.


음악 시장도 디지털 전환이 파괴적 혁신을 가져 온 대표적인 장르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리적 음반 판매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스트리밍 기반의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불법 복제로 인해 시장 규모의 성장에 제약이 있으며, 디지털 스트리밍은 음반 산업의 쇠퇴를 방어하기엔 충분한 규모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스트리밍 시대의 음악 소비는 음악 그 자체의 저작권 수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가기엔 충분치 못하단 지적이 많습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연 시장은 5~6%규모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공연 시장 규모가 전체 음악산업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 시장의 성장은 우리에겐 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한국 음악 산업은 디지털 음원 등장 이후 줄어든 수익을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보완하고 있으며, 그중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공연, 특히 글로벌 투어입니다. 한류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Kpop 공연이 확대되는 것은 수익의 측면에서나 팬덤 확산의 측면에서나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게임은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장르입니다. 특히 아세안 지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이며, e스포츠 등 게임 관련 문화의 확산 역시 빠른 지역입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도 바로 게임입니다. 특히 아세안 지역에서 한국 게임은 신흥 시장이라기 보다, 이미 오랜 기간 수출이 이루어진 곳이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역은 베트남과 태국입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게임이 높은 인기를 끌었던 지역이면서, 게임 시장 규모도 큰 곳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게임 시장 규모가 4억 6천7백만 달러입니다. 인구가 훨씬 많은 인도,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다른 장르와 비교하면 베트남은 게임 시장의 규모만 유난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일찍부터 인터넷까페, 즉 PC방이 유행했고, PC기반의 다중접속 게임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 곳입니다. 비슷한 나라가 떠오르시나요? 네, 한국, 그리고 중국의 게임 시장과도 많이 유사합니다.

상대적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아직은 인구 규모에 비해선 아직도 더 많은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게임 시장의 성장은 모바일 게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혁신이 가져올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 게임에 대한 지불 의사가 낮은 편이어서 광고 기반의 무료게임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이미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곳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베트남이 그 대표인 셈입니다. 2000년대 초반 크로스파이어의 인기로 PC방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가 나오게 된 에피소드도 유명하죠.

다만 2010년대부터는 중국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PC온라인 게임의 입지도 축소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이지요. PC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약했던 지역에선 모바일 게임의 확산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지만, 이미 PC 기반이 강했던 지역에선 모바일 전환이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만은 아닙니다.

아세안의 다른 국가들을 보면,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은 전반적으로 게임의 인기가 높았던 지역입니다. 게이머의 수도 많고, PC와 콘솔 등 게임의 소비 방식도 다양하게 이루어졌죠. e-스포츠의 인기가 높은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국가는 태국입니다. 기존 PC온라인에서도 한국 게임의 인기가 높았고, 최근 모바일 전환기에도 라인 메신저의 영향으로 한국 게임이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에서는 2017년 게임 대상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한국 게임이 입상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PC온라인 게임 시기에는 라그나로크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2016년 재론칭하며 2주만에 동시접속인원 9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게임도 태국의 메신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라인의 영향력에 힘입어 '라인 쿠키런' 등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열정적인 게이머들이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니, 한국으로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인 셈이죠.

또한 메신저를 통한 모바일 게임의 흥행이 주는 시사점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카카오 게임하기'가 흥행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인데요. 현재로선 메신저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라 새롭게 시장을 확보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기존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확보한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현지의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들을 고민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디지털 혁신과 함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는 장르입니다.  온라인 유통이 확산되며 오프라인 극장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체험 경제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또 영화는 도시 중산층의 가장 대표적인 여가문화란 점에서 이들 계층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지역에서는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는 시장은 다름아닌 인도입니다. 16억 6,700만 달러 규모로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거의 15배에 달하는 규모죠. 게다가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자국 영화의 점유율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중산층의 성장에 따라 영화 시장의 성장도 빨라서, 전년대비 12.1%나 성장하는 등, 인도의 영화 시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장입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선 자국 영화 소비가 높은 데다 문화적 코드의 차이가 있어 그 틈새를 파고들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는 시장이기도 하지요.

반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아직 영화 시장의 규모는 인구와 경제 성장률을 고려할 때 더 큰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 한 곳입니다. 연평균 성장률도 5%이상을 보이고 있구요. 한국의 극장 산업이 이들 국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러한 성장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극장 체인이 주류를 이룰 정도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유통의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종의 플랫폼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지요.  

성장률로 보면 싱가폴과 태국, 말레이시아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태국은 전년대비 18%나 고속성장 하고 있지요. 이러한 추세는 중산층의 증가와 쇼핑몰 등을 통한 소비 문화의 확산과 맞물리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극장은 단순히 영화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극장이란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자국의 창작 기반을 갖춘 국가들 사례를 참고로만 언급하겠습니다.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은 모두 콘텐츠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바라보고 있으며,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의 하청 산업 기반이 튼튼한 곳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축적된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자국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습니다. 싱가폴은 이미 아동 콘텐츠 등은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말레이시아와 태국 역시 창작 애니메이션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세안 지역을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 CG를 활용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이미 제작 역량을 점차 축적해 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애니메이션 하청 제작이 콘텐츠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중국도 그 시기를 거쳐 이제 창작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지요. 아세안에도 그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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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산업은 사실 성장률에서나 시장 규모에서나 인도와 아세안 지역 모두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분야입니다. 성장률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두자리수를 보이고 있고, 한동안 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료 방송 가입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구요.

다만, 시장 진출의 관점에서 볼 때 유료 방송 시장 자체는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은 수입 쿼터 등의 규제가 가장 높으며, 콘텐츠 유통을 위해 좋은 파트너쉽을 확보해야 하고, 문화적 취향의 차이가 극명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가 나타나는 지역들이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OT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인터넷 기반의 영상 플랫폼인 OTT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 국경을 넘어서는 글로벌 서비스로 인해 취향의 다양성이 시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의 측면에서 한국은 글로벌 시청자의 틈새 취향 중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OTT 서비스 입장에선 한국 콘텐츠가 좀더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지요. 아직 아세안과 인도 지역에서 OTT 서비스는 시장 규모가 충분히 성장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이 확산될 수록, OTT 서비스는 더 큰 성장의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영상 콘텐츠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OTT 기업들과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도와 아세안의 장르-국가별 콘텐츠 산업 현황을 살펴보았는데요. 디지털 혁신의 영향이란 관점에서 볼때 최근 동향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유통의 확산, 유료 방송 시장의 성장, 경험 산업의 성장, 유형 판매의 디지털 대체 확산이 그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이들 각각의 변화의 의미, 그리고 디지털 혁신이 가져온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발표영상입니다

http://tv.kita.net/view/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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