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민 Dec 17. 2017

인도-아세안, 콘텐츠산업의 넥스트차이나가 될 수있을까?

디지털 혁명과 한국 콘텐츠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 (3/3)ㅣ 대응 방향

(*총3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 / 장르별 현황 / 대응방향 )


앞의 글에서 인도와 아세안의 장르-국가별 콘텐츠 산업 현황을 살펴보았는데요. 디지털 혁신의 영향이란 관점에서 볼때 최근 동향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유통의 확산, 유료 방송 시장의 성장, 경험 산업의 성장, 유형 판매의 디지털 대체 확산이 그것입니다.


먼저 태생부터 디지털 산업이었던 게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유통의 확산입니다. PC온라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국가들은 한국의 입장에선 이미 중요한 수출 시장이었습니다. 다만 모바일 미디어의 확산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다만,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의 우리의 경쟁력이 과거 PC 온라인시절과 비교해서 충분한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유통의 측면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역할이 커진 부분도 주목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디지털 기반의 유료 방송 시장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이는 영상 문화의 확산이란 측면에서 흥미롭게 보아야 할 부분인데요. 향후 OTT 등 새로운 플랫폼과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될지에 따라 우리의 진출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료 방송 시장이 성숙했던 미국에서 OTT가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던 것에 비해, 한국에선 IPTV의 성장이 OTT의 성장세를 잠식했던 사례가 있듯이 방송 시장은 그 지역의 맥락에 따라 다른 전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향후 이들 시장의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미디어 구조의 특성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 연구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번째는 '경험 산업'으로서 극장과 공연 시장의 성장입니다. 영화와 공연의 공통점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점유하여 경험하는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디지털 혁신이 오프라인 기반의 많은 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지만, 오히려 경험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오프라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있습니다. 아세안 지역은 중산층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소비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어떤 문화적 맥락 안에 형성될 것인지를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형 판매의 디지털 대체입니다. 음반, 출판만화, DVD 중심의 홈비디오 시장의 쇠퇴는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음원과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만화는 이들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을 디지털 산업이 파괴하는 과정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이들 지역에서 기회를 보려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변화이기도 하지요.    

특히 디지털만화, 즉 웹툰은 국내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참고: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웹툰)


디지털 혁명은 콘텐츠 산업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먼저 시장 규모의 측면에서 디지털 혁명은 물리적 콘텐츠 유통의 한계와 각종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즉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극복해야 하는 장벽을 다소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반면에 콘텐츠 산업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저작권 수익은 점차 그 비중이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콘텐츠의 '구독' 모델이 확산되면서 개별 콘텐츠는 저작권 수익 자체 보다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도구적 성격을 더 강하게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작권 모델'의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전략은 콘텐츠IP 기반의 산업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콘텐츠 개별 소비의 비용은 낮추되 최대한 접촉을 확대하여 규모를 늘리고,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팬덤의 관여도를 높여, 이들을 기반으로 공연, 굿즈(consumer products) 등 수익을 다각화 및 극대화 하는 전략입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익숙합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지속적인 저작권 수익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 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한류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음악산업은 이러한 사업 다각화의 원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핑크퐁. 이들은 지금 새롭게 부상하는 한류를 대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디지털 문화 현상의 특징을 잘 공략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참고: 한국 키즈 콘텐츠, 글로벌로 한걸음 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상어가족’ 영상의 사례는 상징적입니다.  ‘핑크퐁’ IP 기반의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스마트스터디가 2015년 11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상어가족’ 영상은 누적 조회수 10억뷰를 돌파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죠.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어가족의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는 커버 영상들이 #babysharkchallenge 태그와 함께 크게 유행했습니다. 헐라우드 배우 아만다 서니가 인도네시아의 유명 토크쇼 ‘투나잇 쇼’에 출연하여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죠. 이미 핑크퐁의 교육용 앱 시리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상위권을 차지해온 바 있습니다. 2016년 9월에는 자동차 동요마을 앱이 싱가폴 키즈 카테고리 2위에 올랐으며, 핑크퐁 파닉스 앱은 인도네시아 키즈 전체 매출 1위, 필리핀 교육 카테고리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핑크퐁의 사례는 아세안 지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전망의 단초를 제공해줍니다. 디지털 콘텐츠가 어플리케이션 마켓,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고, 그 인기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 공유됩니다.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와 연결된 아세안의 젊은 세대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죠. 이들이 Kpop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입니다. 과거의 콘텐츠는 국가의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많은 규제와 수출입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만나야 했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콘텐츠가 배포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류 연구자 홍석경(2013)은 한류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디지털 문화현상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외부에서의 한류 콘텐츠 소비와 팬 형성은 적극적인 참여와 리믹스, 공유 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문화 현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한류는 디지털화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섰던 한국이 전지구적 소통 가능성이 높아진 글로벌 디지털 문화의 성장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팬덤을 만들어낸 사건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콘텐츠 산업은 IP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웹툰의 진출은 개별 작품의 진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IP의 진출을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웹툰은 웹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로의 변형의 토대가 됩니다. 과거의 개별 작품 진출과 지금의 웹툰 진출이 차별화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웹툰의 해외 진출은 작가만의 이익이 아니라, 작품과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IP의 생명력은 팬덤에서 나오며, 팬덤은 자발적 참여와 전유를 통해 형성됩니다. 또한 IP비즈니스는 라이선싱을 통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전개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공유하죠. 결국 IP중심의 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에서의 상호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혁명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합니다. 과거 미디어별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던 시장은 디지털화를 통해 동일한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되는 시장으로 전환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통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산업의 글로벌화가 확대되고 있고, 소셜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의 확산은 속도와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콘텐츠 산업의 인프라가 부족했던 국가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음악, 영상, 만화, 도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문화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은 문화자본을 축적하며 새로운 수용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생산과 공유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개개인은 수동적 수용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와 창작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 디지털화에 기초한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졌던 나라입니다.  2D 시절 하청에 머물렀던 애니메이션은 3D 시대의 도래와 함께 왕성한 창작 중심 생태계로 진화했고, 종이책 시절 하위 문화에 불과했던 만화는 웹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웹툰 산업으로 성장하며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mp3 등장과 함께 흔들렸던 음반 중심의 음악 산업은 스트리밍과 유튜브 전성 시대를 거치며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며 한류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혁명의 파고에 기존 산업 기반이 위협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며 혁신을 꽃피운 결과물이었습니다.

결국, 인도, 아세안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리는 잘 할 수 있는 일과, 잘 해야 하는 일에 주목해야 합니다.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는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아세안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들은 한류 콘텐츠를 비롯한 문화적 자산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취향을 형성하고 창작성을 발전시켜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그들의 창조성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그들에 대해 더 잘 알아야겠지요. 이들 지역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 디지털 혁신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새로운 콘텐츠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새롭게 열리는 기회를 재빠르게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발표영상입니다

http://tv.kita.net/view/253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