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변화하는 시대
편성 중심적 사고 하에서 콘텐츠의 가치는 시청률이란 지표를 통해 드러난다. 지상파 드라마는 여전히 그 시간에, 실시간으로, 거실의, TV 앞에 앉는 계층에 맞추어 제작될 수 밖에 없다. 이건 사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예능은 점차 시간이 늘어나서 1시간을 훌쩍 넘겼다. 해당 시간에 TV앞에 일정 블록의 시간 만큼 붙들기 위한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숏폼으로 재편집해서 네이버TV로 유통하는 전략에 맞추어 옴니버스 식 구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점유율 중심 전략이 영향력 중심 전략보다 우선한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킹덤'은 러닝타임이 짧고, 다음 시즌으로의 연결을 고려한 끊기 신공이 적용되어 있다. 역시 TV-거실-여가시간이란 시-공간의 점유를 위해 경쟁하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각자 자신의 업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고, 조직의 구성이 다르며, 복합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이 영향을 받을 뿐이다. 다만, 시청 관습이 점차 다양화되고, 거실-TV-저녁라는 시공간적 맥락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안에서 요구되는 콘텐츠 소비의 목적이 바뀌는 상황에서 편성중심적 사고의 유효성에는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시공간에서의 점유율은 앞설 수 있지만, 그 점유율이 실질적이고 중장기적 이익으로 연결될 확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간 블록에 광고를 판매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지상파 입장에선 여전히 점유율 싸움이 수익을 좌우하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이익의 매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상파가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는 약화되었지만 콘텐츠는 여전히 강하다'라는 말이 어느 순간 유효하지 않게 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단순히 푹과 옥수수를 합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편성중심 사고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먼저다.
반면 IP 중심적 사고 하에서 콘텐츠의 가치는 다른 지표들로 평가된다. CJ ENM은 TV화제성 지수를 통해 광고주를 새롭게 설득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티빙 등 OTT로 내보내며 전체적인 접촉면을 넓히는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JTBC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티빙이던 푹이던 모든 곳에서 JTBC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그 결과 높아지는 것은 두 방송국의 브랜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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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901311106723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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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로 풀어내긴 어렵지만, 그냥 흘려보내긴 아쉬운 생각들을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짧은 생각들' 매거진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가볍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