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난 4월 24일 한-아세안센터에서 주최한 '한-아세안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미래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세안 지역에서 콘텐츠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혁신과 더불어 창작 역량이 강화되는 등 질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고요. 미래에 ‘아세안 류(ASEAN Wave)’의 확산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아세안류의 모습은 지금의 한류가 만들어낸 풍경과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 글은 한류 현상의 본질을 하나의 사례로서 검토하고, 이를 통해 한류와 아세안류의 미래를 예상해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이 글은 오늘날 본격화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 어떻게 미래의 아세안류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한류는 아세안류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란 주제를 가져온 이유는,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가 글로벌 문화 교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지금 한류는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BTS가 한 두 나라가 아닌, 전 세계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뮤지션의 자리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요. 많은 분들이 이러한 한류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튜브를 이야기합니다. 유튜브가 열어 준 글로벌 미디어의 새로운 풍경이 한류의 가장 강력한 물리적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저는 아세안류의 가능성도, 바로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혁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 어떻게 아세안류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또 한류는 아세안류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류에 대해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그 본질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창작-유통-소비의 관점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팬덤과 만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창작 측면에서 한국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산업적 토대가 형성되었고, 유통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한국의 콘텐츠가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며, 소비 측면에서 새로운 취향을 공유하는 팬덤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바로 한류라는 것입니다.
그럼, 먼저 창작의 측면에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크게 보면 인재의 성장, 기술의 혁신, 그리고 산업의 글로벌화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문화산업의 내수 시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의 대중문화 폭발기를 거치면서, 문화 시장의 규모가 글로벌 상위 수준으로 커져왔죠. 한국은 지금도 세계 7위의 콘텐츠 시장입니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가 이 산업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 분야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가진 인재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 전반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초기 유선 인터넷 중심의 초기 디지털 변혁기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기존 시장의 강자를 ‘추격’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그리고 최근에는 웹툰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정보유통의 속도와 범위, 규모가 증가하면서 콘텐츠 유통의 기회도 확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화에 저는 주목합니다. 특히 글로벌 분업, 수출, 그리고 시장 개방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은 창작 중심의 시장으로의 전환을 이루기 전에도 애니메이션 장르 등에서 하청 중심의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즉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이 한국으로 하청 물량의 확대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역량들이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경험들이 앞서 말씀드린 환경 변화를 기회로 하청에서 창작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국내 시장 개방이었습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는 바로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었다는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당시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 산업의 성장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수출 산업으로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더 빠른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창작 측면의 변화라면, 소비 측면의 변화는 ‘디지털 문화 활동’이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팬덤 활동의 중요한 특징은, 온라인 기반의 적극적 참여입니다. 적극적으로 리액션 비디오를 만들어 공유하고, 상호 교류하며 조직화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역시나 디지털 소통의 기술 들 덕분에 가능해진 변화입니다. 또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한류라는 현상 자체가 글로벌 문화 흐름의 새로운 경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문화 제국주의론이란 논의가 있었죠. 서구의 문화가 일방향적으로 전파된다는 모델에 기초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류는 과거의 기준으로는 제3세계에 해당되는 지역의 문화가 전 세계적 공감을 얻어낸 사건으로, 대표적인 ‘역유통’의 사례입니다. 이건 단순히 한국의 콘텐츠가 인기가 있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 교류에 있어서 기존의 서구 선진국 중심의 문화 소비가 아닌, 지역에 대한 관심과 향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역설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의 성장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현지에서의 성과를 위해 현지의 창작자를 지원하면서 오히려 지역의 콘텐츠가 글로벌로 확산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 한류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혁신의 효과는 결국 창작-유통-소비의 비용을 감소하게 해 주고, 그 결과 이들의 글로벌화가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취향의 다변화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혁신은 창작, 유통, 소비를 어떻게 바꿀까요? 요약하자면, 창작의 대중화, 유통의 글로벌화, 소비의 현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작의 대중화는 최근 유튜버 되기 열풍을 하나의 사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하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쉽고, 저렴해지고 있어서,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는 말입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최근 유니티, 언리얼 등 상용엔진의 보급을 통해 게임과 같이 과거에 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했던 장르도 소수의 인원이나 개인이 창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규모가 큰 게임을 제작할 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해서 세계 각지에서 분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콘텐츠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유통의 글로벌화는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인도에서 제작된 '아기 장사 빔'이란 작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동시에 방영되고, 한국의 아이들이 이를 시청할 수 있는 일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또 자동번역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의 장벽도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의 현지화는, 이러한 글로벌 유통 기업의 등장으로 점차 현지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현지화 콘텐츠의 제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는 '킹덤'이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제작, 방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킹덤을 통한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가장 가시적인 큰 변화는 많은 한국인이 넷플릭스에 가입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는 이러한 목적으로 현지 콘텐츠를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을 할까요? 그들의 사업적 성공은 미국을 넘어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입자 수 확보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원하는 기업은 현지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결국 지금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지형은 현지의 창작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된다면, 아세안에서도 창작-유통-소비의 기반이 확립되면서, 이후의 글로벌 문화 유통의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도 있겠다는 게 저의 주장인 것입니다.
그럼 아세안의 콘텐츠 산업은 어떨까요? 저는 몇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창작의 측면에서, 아세안의 국가들은 이미 글로벌 분업의 관점에서 CG,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제작 네트워크에 참여하면서 점차 역량을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문화적 경험을 갖춘 우수한 인재가 산업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성장하는 창작 인력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라는 것도 중요한 강점입니다. 이들이 디지털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취향을 갖게 되고, 보편화된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의 기회들을 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유통의 측면에서는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 범위의 확장이란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아세안 권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지역 내의 정보 유통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역시나 이들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 지역의 콘텐츠가 주목을 얻을 기회도 늘어나는 상황인 것입니다.
소비의 측면에서, 아세안 지역의 콘텐츠 산업의 시장 성장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공연 중심의 음악 산업이나, 영화 산업, e-스포츠 등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아세안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특히 성장률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음악, 게임, 방송, 영화, 캐릭터 산업 등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어서, 미래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세안 지역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발신될 가능성이 있을지를 검토해야 할 텐데요. 저는 이러한 변화의 '징후'를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는 글로벌 분업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IP의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웹툰은 특히 한국 플랫폼들의 현지화 노력과 연결되며 새로운 작가들이 데뷔하고 있으며, 아세안 지역의 팝 음악이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의 경우, 소위 트리플 A라 불리는 대자본이 투여되는 대형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Codemasters 등의 스튜디오들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지역에 자리 잡는 상황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존재는, 대형 게임을 제작해 본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육성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숙련을 쌓아갈 수 있다면, 향후 창작으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중화된 상용엔진 등을 활용한 인디 게임의 성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Magnus Games 스튜디오가 제작한 Re:Legend가 글로벌 퍼블리셔를 통해 유통된 것이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이미 싱가포르의 스튜디오가 제작한 '오드 봇'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가 존재합니다. 오드 봇은 그 IP의 가치를 인정받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들 작품들은 이미 한국의 아이들이 국내 방송국과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 작품이 아세안 국가의 것이란 인식을 하지 못했을 뿐이죠.
웹툰의 사례는 조금 더 흥미롭습니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종이책 만화 시장 시대에는 주로 작품을 수입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만화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한국의 플랫폼들이 이들 국가에 진출하면서, 현지의 웹툰 작가들을 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웹툰 플랫폼이 아세안 국가들에서 작가 발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선, 현지의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즉 지역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이 존재해야,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점차 이들 지역에서 웹툰 작가들이 성장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플랫폼을 통해 현지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들 중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은 국내 시장으로 역으로 데뷔하는 기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악 시장도 흥미롭습니다. 태국의 싱어송 라이터 '품 비푸릿'이 작년과 올해, 내한 공연을 진행하는 일이 나타난 것입니다. 유튜브는 한국 케이팝의 해외 유통의 기회를 만들어주었지만, 역으로 아세안 지역의 흥미로운 젊은 음악들을 국내의 청자가 듣고 좋아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자기만의 음악 레퍼토리를 만들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의 음악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 할 사례들입니다.
한국의 케이팝은 이러한 아세안 팝의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서 1.2억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더 토이즈'라는 가수는 국내 기업의 공연인 MAMA를 통해 데뷔를 했고, 올해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케이팝 팬덤이 주목하는 공연인 MAMA가 아세안의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데뷔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의 한국 콘텐츠 산업이 점차 아세안 지역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음 시대의 산업적 기회들을 열어가려고 하려는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성장하는 아세안 콘텐츠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요? 저는 지역성, 개방성, 혼종성의 측면에서 기존과는 또 다른 양상의 문화 교류의 방식들을 만들어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먼저 지역성입니다. 문화제국주의론이 득세하던 시기를 국제 문화교류의 1세대, 한류를 2세대라고 본다면, 보다 지역적이고, 보다 다양성을 갖춘 콘텐츠들이 보다 광범위한 인기를 얻는 방식의 3세대 교류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더욱 추동되는 상황입니다. 현지화 전략을 취하는 글로벌 미디어의 성장과, 유튜브와 같이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더욱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다음은 개방성입니다. 이 부분은 국가 주도 성장을 시도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방식의 성장이 나타날 것에 대한 기대입니다.
마지막으로 혼종성입니다. 이는 한류가 보여준 혼종성의 가치가, 아세안의 가치와 결합되며 전혀 새로운 방식의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의 아세안류는 한류의 성장을 그 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류는 이미 아세안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젊은이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문화 경험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경험을 토대로 창작을 시도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류는 일종의 아시아 공통의 문화 자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한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특히 아세안 지역에서의 성과를 위해 현지화와 IP 활용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현지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비롯한 창작 역량의 제고가 한국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류는 아세안류의 문화자본 측면에서의 기반이 되면, 또 아세안류의 성장이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세안류의 기반이 되는 아세안 국가들에서의 콘텐츠 산업의 성장은 이들과 협력적 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한국의 콘텐츠 기업, 더 나아가 한류의 성장에 있어서도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미래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의 산업적 협력이 확대되고, 아세안 문화-콘텐츠에 대한 접촉과 교류의 기회가 늘어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20년 전에 한류의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듯, 아세안류의 미래도 아직 명확히 그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아세안과 한국의 협력이 보다 긴밀해지고, 문화 교류의 기회들도 더 많이 늘어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아세안류가 현실이 되는 날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