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콘텐츠 플랫폼에게 어린이에 대한 보호는 굉장히 중요하다.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제일 큰 근거 중 하나가 이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 유튜브는 처음 예상보다 훨씬 큰 플랫폼으로 커지고 있고, 어린이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잠재적 리스크다.
부모 입장에서 유튜브 키즈는 구글의 알고리즘을 믿는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유튜브 키즈에서는 아무리 화면을 터치해도, 적어도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준의 나쁜영상을 만날 확률은 줄어든다(여전히 구린 영상을 만날 확률은 있다). 그러나 일반 유튜브를 보여주다 보면, 부모가 정성스래 재생목록을 구성하더라도, 어느덧 이상한 흐름을 타고 이상한 영상을 만날 확률이 있다.
영상을 올리는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나오는 영상이 이상한 맥락에서 소비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유튜브의 큰 한계다. 특히 아이들에게 영상 리터러시를 이유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만드는 나라에선 더더욱 위험하다. 이를 떼어내서, 아예 '키즈' 중심의 세계를 만드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사업적으로 보아도 이러한 분할은 중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알고리즘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플랫폼이 안전해야, 이 경험을 익숙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당장 나만 해도,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여주기보다, 넷플릭스를 보여준다. 한국에선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를 노리는 '가두리 양식장' 모델의 서비스들이 다수 경쟁하고 있다. (핑크퐁 TV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유튜브가 미래 세대를 위한 '경험'을 유지하려면, 이 시장에서 '안전함'을 담보해야 한다.
이 문제를 흥미롭게 보는 건, 영상이 서비스되는 맥락이 바뀐 상황에서 개인과 가족의 틀을 조율하는 전략들이 어떻게 소프트웨어적으로 재구성되는가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자녀의 시청 통제는 '가내 시청' 맥락에서 부모의 직접적인 통제에 기반했고, 콘텐츠의 '등급' 표기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시청의 맥락이 개인화되고, 심지어 아이들도 개인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면, 그 규율과 통제의 방식도 이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이 괜히 '키즈' 서비스를 따로 만든 게 아니다. 미래 플랫폼 전쟁의 주도권 경쟁은 아마도 이런 세심한 디테일에서 성패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