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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Mar 18. 2020

코로나19가 공격한 영화 산업의 약한 고리

일시적 현상일까? 온라인 퍼스트로 가는 신호탄일까?

무슨 일이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산업에 지각 변동이 나타날 거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위 '홀드백'이라고 하는 극장 개봉-VOD 서비스 사이의 기간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참고) Coronavirus forces Hollywood into uncharted territory


사실 한국에선 이미 IPTV를 통한 '극장 동시 개봉'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홀드백'의 변화는 '퍼스트 스크린'으로서 극장의 지위에 대한 영화 산업의 상식을 깨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온라인 퍼스트'. 비상상황의 조치로 끝날지, 기존의 '진정성 경험'의 위계를 조정하는 '뉴-노멀'이 될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디지털(저가)-아날로그(고가)의 단순 구획이 세분화되면서 디지털 경험의 가격의 차별화가 늘어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BTS 공연의 웹 중계와 같은 형태, 최근 늘어나는 유료 웨비나(webinar)에서도 이런 징후가 나타나는데, 그 흐름이 이번 국면을 계기로 본격화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인해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 밸류체인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고) 기생충 쾌거 한달...韓영화 생태계 무너진다

문화산업은 대표적인 '무형자산' 중심의 비즈니스이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높은 비중의 오프라인-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부터 문화산업의 시장 규모 성장을 이뤄왔던 특성상, 시장 규모는 레거시에 의존하고 성장성은 신흥-디지털산업에 수혜를 받는 이중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양 축 모두 견고한 한국의 문화산업은 성장성으로의 적절한 속도의 이동을 추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이 구조 중 레거시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올 경우입니다. 뉴 노멀의 속도가 가속화 되는 것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국내 극장 산업의 위기와 균열이 배경에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선두 주자인 CGV는 터키 지역 투자 실패로 재무적 위기를 겪고 있고, 모기업인 CJ도 덩달아 재무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참고) 기로에 선 CJ CGV 

롯데시네마는 '롯데 컬쳐웍스'로 2019년 분사하고 IPO를 추진하다가 산업의 침체로 시기를 미루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롯데컬쳐웍스는 전직원 무급휴가를 권고할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고) "코로나19 확산에"…롯데컬처웍스, 전직원 무급휴가 '권고'

국내 극장 산업을 과점하는 두 사업자가 공통적으로 '오프라인 쇼핑/식음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CJ는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고, 롯데는 롯데쇼핑의 지점들을 줄이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물적 토대가 되던 오프라인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연계 고리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성장과 '기생충'의 성과 직후에 터진 코로나19 충격은 영화 산업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 대응의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죠. 2020년 상반기는 기존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지원 방안의 모색이 시급하다면, 이후에는 새로운 산업 구조에 대한 적응을 준비하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소위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될지, 아니면 과거와 같은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선호가 돌아올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존에 문화산업을 지탱하던 가장 중요한 부문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이 원할하려면, 기존 산업의 균열이 주는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기반으로 통합되는 영상 서비스에 대한 정책 지원의 거버넌스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산업 지원에서 '영상' 산업 지원으로의 확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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