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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May 30. 2021

오래된 방송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

미디어 환경 변화 속 '구작'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영상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위 '구작'이라고 하는 오래된 방송 콘텐츠들이 새롭게 주목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상단 인용 기사 참조).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1. 사람들은 왜 과거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낄까?

먼저 구작 소비가 더 쉬워진 미디어 환경이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어가고 있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늘 어느 정도는 존재해왔다. 다만 예전보다 과거의 프로그램, 구작을 소비하고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마련된 것은 중요한 차이다. 예전에는 개인이 비디오 등의 장비로 녹화해서 보관하는 방법이었고, 디지털 VOD로 전환된 이후에도 이를 공유하거나 검색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주로 "짤"의 형태로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기는 했음).

지금은 VOD의 소비환경이 개선되었고, 무엇보다 광고 기반으로 짧은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AVOD 플랫폼[유튜브, 네이버 TV 등)과 구독형 플랫폼(SVOD)이 활성화되었다.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화제가 되는 영상이 더 즉각적으로 공유되고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VOD 중심의 소비는 사람들에게 "실시간 소비"의 부담을 줄이고 취향 중심의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에 방송이 가지고 있던 편성의 영향이 약해지면서 최신 작품의 가치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

대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밈(Meme)과 같이 자발적으로 공유되는 콘텐츠 요소가 소비를 자극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즉 프로그램의 시의성의 감각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작에 대한 관심은 다양성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방송제작 환경의 특성상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장르의 콘텐츠를 구작에서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의 개별성, 즉 개인 취향 중심 소비가 확대되는 것도 구작 소비를 유도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앞으로도 방송사들의 구작 프로그램 활용과 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될까?
   치열해지는 OTT 시장 속 경쟁에서 구작 프로그램 활용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구작에 대한 관심은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카이브형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더 촉진될 것이다. 영상 소비의 중심이 실시간 방송의 본방사수에서 디지털 온라인 기반으로 바뀌는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흐름이라고 볼 때 이러한 경향은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OTT 경쟁에서 이미 구작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작 큐레이션이 용이한 영화를 중심으로 왓챠가 이를 잘 활용했고, 최근에는 기존 방송 콘텐츠에 대한 메타데이터 자료 축적 등을 통해 웨이브 등의 서비스도 구작 묶음의 큐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구작의 활용은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보에 드는 비용의 절감과 효율의 극대화란 측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최근에 "연계"소비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화제가 된 콘텐츠와 연결된 구작의 소비가 다시 활성화되는 사례도 많이 있어서, 이러한 서비스 경험의 측면에서도 구작의 활용은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OTT의 입장에선 기존 방송 콘텐츠의 메타데이터 축적을 바탕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면, 콘텐츠 확보 비용은 절감하면서도 구독자 만족을 높이는 기회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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