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른살은 뇌졸중으로 시작했다
뇌졸중이 찾아온 날 아침
by 명랑스트로커 굿스타 Jun 15. 2022
2018년9월5일 아침7시경
여느날과 다를것없이 6개월이 되어가는 아들의 뒤척임 소리에 깬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아기가있는곳으로 내려와앉았다
'아 피곤해..'
새벽 수유하느라 몇번이고 잠에서 깼던 나는 피곤한 몸을 아기옆에 뉘였다. 6개월간 모유수유하느라 그동안 잠이 늘 부족했다.
"으앙~"
'아,일어나야되나보다'
아침을 찾는듯한 아기의 울음소리에
팔로 바닥을 눌러 피곤한 몸을 일으켜세웠다.
털썩..
'아,내가아직잠이덜깼나봐..'
'5분만누워있다일어나볼까'
털썩...
땅을 짚고 짚어도 몸이 세워지지 않아 몸을 질질 끌고
다시 아기 옆으로 가서 피곤한 몸을 뉘였다.
"여보!!!!!!!!!!"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두통에 자고 있던 남편을 급하게 불러 깨웠고
"왜그래?"
"나머리가너무아파!!!!!!"
누군가 쇠망치로 때린듯한 극심한 두통에 잠에서 얼른 깨보려 몸을 세웠다.
'쿵!'
"여보 왜 그래?일어나봐 몸세워봐"
나는 다시 팔로 땅을 짚고 몸을 세웠고
'쿵!'
"머리가..너무아파..안일어나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린 나를 남편이 들어 안았고,
"왜그래?왜못일어나?어? 왜그러지?"
남편의 목소리는 꿈속에 온듯한 울림이 있었고 나의몸은점점 흘러내려갔다..
"아 망했다 아 망했다"
신랑의 급박한 목소리와 행동이 도대체 무슨 일인건지 가늠이안됐다. 단지 그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빠 지금 빨리 저희집으로좀오셔야 될거같아요"
'갑자기 아버님을왜불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두통으로 인해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 머리..........'
"안되겠다 일단가자"
'어딜....'
남편의 직업이 소방공무원인 덕에 위급상황에서의 남편의 판단과 대처가 정확하고 빨랐다..
"여보 119부르면 더늦을거같으니까 일단 병원으로갈게"
"나어떻게움직여?"
"내가지금안고있어. 안아서 들고갈거니까 그대로있어"
"나떨어...질..라..해...."
"아냐 내가들고있어. 정신차려!!!정신놓으면안돼!!!
너 OO엄마야!!!!정신차려!!!"
몸이 마비되어서 안겨있는지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흘러내리는 느낌만 느끼며 남편에게 들려있었다. 남편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나를깨워가며
"쫌만참아 의식놓지마!! 정신차려" 소리쳤고,
그렇게 허둥지둥 정신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갔다.
"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
밖으로 나를 들고 나간 남편은 허공에 급하게 도움을 청했다. 멀리서 업무중이던 경비원께서 우릴보고
한달음에 달려오셨고
'집에아기가있어요......'
"차에태울건데좀도와주세요"
놓고 온 갓난아기를 걱정하는 나보다 나를 살리려는 남편은 더 조급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도와주는 경비원은 침착하고도 믿음직스러웠다.
"나도 며느리도있고 애 키우는 이만한 딸도 있소,
걱정말고 얼른병원부터가쇼"
남편과 함께 나를 옮겨주시던 경비원 아저씨의 말씀은
이루 말할수없이 감사했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할 수는 없는 상태였음에도 나는그분을 꼭 알아둬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직그분을못찾았는데, 꼭 찾고 인사드리고싶다)
"아저씨,,성함이어떻게,, 제가감사인사를어떻게드리죠"
"나는여기서계속일하니 걱정말고 다 낫걸랑 와요"
"감사합니다!"
내 대신 남편이 감사인사를 드렸고 나는 힘없이 차뒷자석에 태워졌다. (어린 아들도 같이 태웠다고한다)
병원에가는길에도 힘없이 늘어져있는나를보며 남편은 끊임없이 외쳤다
"여보!!!정신차려!!!정신놓으면안돼!!!
너 OO엄마야!!!!의식놓지마!!!"
"나멀미나..내리고싶어..."
"문열지마!!쫌만참아 다왔어!!"
극심한 두통과 매스꺼움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흔들리는 차에 가만히 있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러웠다.
옆에 태운 아기를 향해 가려고 해도 차가 움직일 때마다 몸이 흘러내려서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내몸은 내의식 밖으로 멀어지고 있었고 더이상 내 의식이 몸을 신경쓰지않고 있었다. 내몸은 더 이상 내일부가 아닌게 돼버렸다..
"병원다왔어!!"
내 정신을잃지않게하려는 남편의 절박한 외침과 내 의식과의 싸움끝에 그때의 일을 아직도생생하게
기억할수있게됐다. 무사히살아있기도하고,,
그 당시의 상황은 기억이 나지만 그때의 내 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에게 안겨 있을 때 몸이 흘러내린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는 내 몸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느낌조차도. 그렇게 나는 좌측편마비를 가지게 됐고 뇌동정맥기형에 의한 뇌출혈을 진단받았다.
그렇게 나의 서른살은 뇌졸중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내삶의 모든것이 바뀌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