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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뇌졸중 환자가 들려주는 뇌졸중 경험담

중환자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안개에 싸인 것처럼 뿌연 배경(침대를 둘러싼 커튼)이 나를 감싸고 있었으며, 각종 의료도구들이 닿는 쇳소리가 나의 온 신경을 칼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형광등의 밝은 불빛은 여과 없이 나의 눈동자를 공격 해왔다. 뇌졸중에 걸린 뇌과학자로 유명한 ‘질 볼트 테일러’의 표현으로는 뇌졸중 이후 빛의 자극이 마치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것처럼 시린 느낌이라고 하던데, 나는 눈동자에 칼날이 박혀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소리, 빛 등 갖가지 자극은 고장 난 내 머리를 계속해서 자극했고, 그런 자극들로 인해 두통이 계속되었다. 뇌혈관이 터졌으니 당연히 수반되는 두통이었겠지만, 여러 자극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 두통을 배가했다. 그래서 나는 중환자실에서 소위 말하는 ‘진상’ 환자였을 것이다. 병원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다..(웃음) “머리 아파!!” 라며 쉴 새 없이 소리 지르고 난동 부렸으니 말이다.



이때부터 여러가지 중환자실 에피소드가 생긴다. 내가 쓰러졌을 때부터의 기억도 있고, 현재도 굉장히 아무렇지 않은 인지 수준에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인지를 가지고 있어서 깔끔하게 머리만 아프다가 재활에 집중하게 된 걸로 보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완전 제정신이 아니거나 인지에 큰 문제가 있던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 상태가 좋은 편에 속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내 삶을, 재활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출혈 발생 후 2개월까지는 사리분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6개월까지는 신체 마비에 대해서 그다지 인식하지 못했다. 1년까지는 삶과 재활에 대해 대단한 생각이 없었다. 2년이 되고, 신체적으로 더 좋아지고 퇴원 후 바깥 생활을 하면서 이런 삶에 대한 고찰과 자아 성찰을 더 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이런 과정들이 녹아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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