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들이 퇴원을 하고 나면 건강을 위해 혹은 재활을 위해 운동할 곳을 찾는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 갈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움직임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헬스장을 가려고 하면 중량을 넣을만한 근력도 없고, 무게를 넣어보려고 했다간 다칠 수 있어서 가지 않게 된다.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안전이 보장된 보건소의 체육시설이나, 병원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지만 그러기엔 이동도 번거롭고 강도도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환경 탓에 퇴원 후에는 지속적인 운동과 관리를 위해 일대일 케어와 운동이 가능한 재활운동센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커지는 듯하다.
모두가 이용 가능한 야외헬스기구
그런 점들을 해결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 바로 야외체육시설, 야외헬스기구이다. 나는 앞에서 말했던 걷기운동과 함께 공원을 걷다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들이 보이면 할 수 있는 건 없어도 한 번씩 시도해보기라도 하고, 사람들이라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헬스기구의 좋은 점
공원에 있는 야외헬스기구는 전 연령층, 특히 노년층이 할 수 있고, 하면 좋은 운동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강도가 세지 않아 근력이 약한 뇌졸중 환자에게 제격이다. 단 운동기구가 강철로 되어있고 중량이 들어가지 않아 휙휙 너무 쉽게 움직여버린다는 게 운동조절이 어려운 환자에게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기본적인 근력과 근기능 증진을 위한 기구들이다보니 실제로도 꾸준히 했을 때 효과도 좋다. 근육의 가동범위를 늘리는 운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라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나 배려심이 높아 기구를 이용하는 게 서툴거나 해도 눈치주지 않고 오히려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을 더 많이 해주신다. 사회적 친구의 연령대가 같은 30대에서 이제는 5-60대,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간 점이 괜히 속상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내 질환이나 신체적 어려움 부분 등에서 오히려 더 잘 통할 때가 있어서 그런 사회적 교류도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야외헬스기구의 안 좋은 점
위에도 언급했듯이 전 연령대가 이용 가능한 시설인 만큼 중량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기구들이 쉽게 흔들리거나 움직인다. 그래서 올라타거나 잡고 움직여야 되는 기구들 같은 경우는 시도하려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편마비 환자들은 늘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은 도심의 아파트나 공원에서 야외헬스기구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인구밀도가 적은 곳은 이마저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헬스기구를 찾아다녀야 하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뇌졸중 재활 추천 야외헬스기구
공원에서 운동하게 되면서 어떤 기구가 나한테 좋은 훈련이 될까 이것저것 둘러보고, 사람이 없을 때는 한 번씩 올라가서 직접 해보기도 하면서 나에게 맞는 기구들을 선택했다. 환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양상에 따라 필요하거나 효과가 있는 운동기구들은 전부 다르지만, 나의 기준에서 어떤 기구에서의 운동이 도움이 되었는지 정리해보았다.
활차 돌리기
출처_위너스포츠
활차돌리기는 어깨의 가동범위와 기능향상에 도움이 된다. 위의 사진처럼 큰 활차, 작은 활차 두 종류의 기구가 있는데 작은 활차 돌리기가 처음에 접근하기 좋고, 내가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큼의 기능을 만들어준 고마운 기구다.
양팔 줄 당기기
출처_위너스포츠
오십견에도 좋고, 어깨 관절 가동범위에도 좋다고 써있기도 한 운동기구다. 손잡이를 잡고 양팔을 번갈아 아래위로 움직이며 줄을 당기는 운동기구인데 나는 손에 감각이 떨어져서 물체가 닿거나 잡은 걸 눈으로 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처럼 물체를 잡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라면 사용에 제한적이다. 그마저도 훈련이라고 생각한 나는 어떻게든 안간
힘을 써서 손잡이를 잡고 흉내라도 내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내 뜻대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근육이 경직되어 있는 것을 이용해 손잡이가 강직에 의해 잡힌(?)상황을 만들어서 이 기구를 썼다. 그마저도 처음엔 고작 3개를 하고 손잡이를 놓쳤다면, 강직의 힘을 더 이용해서 5개,10개까지 해보고, 그렇게 늘려가다 보니 지금은 안 놓치고 50개정도 할 수 있다. 아직도 내 의지대로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직을 내 의지대로 쓰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쥐는 것, 악력을 배워간다.
다리 뻗치기
출처_위너스포츠
다리 근력을 기르는데 좋은 이 기구는 발판에 발을 올리고 본인의 체중을 이용해서 밀어내는 기구이다. 발을 놓는 위치나 밀어내는 범위에 따라 허벅지를, 또는 엉덩이 근육을 자극하는데 좋은 기구다. 단, 신체정렬이 어긋나있고, 근육들의 협응이 잘 안 되는 환자들이 정확한 자세로 운동하기 어려운 기구이기도 하다. 나는 다리에 밀어내는 힘을 주면 엉덩이 힘이 부족해서인지 다리가 바깥으로 돌면서 발이 발판 밖으로 나가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이 기구를 쓸 때는 내가 정확한 자세를 만들면서 발판을 밀 수 있도록 신경 쓰면서 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다리를 끝까지 쫙 펴는 과정에서 빽니가 만들어지기 쉽다. 빽니를 만들면서까지 다리를 밀면 오히려 빽니 만드는 걸 연습하는 격이 되므로 조절해가면서 하는 것이 다리 근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달리기
출처_위너스포츠
날씬한 몸매를 원하시는 분은 하라던 이 기구는 달리기 기구로 유산소운동으로 정말 좋다. 게다가 양쪽 팔과 다리를 교차로 동시에 움직여야하니 뇌 훈련에 좋은 양측성 훈련까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병원에서 트레드밀(런닝머신)로 기구운동을 하듯, 외국에서는 뇌졸중 급성기 환자들이 ‘일립티컬’이라는 이 기구로 기구치료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양팔과 다리의 교차 협응력이 좋아야하고 몸통과 팔의 적당한 가동범위도 필요로 하는 만큼 사고위험이 가장 높은 기구이기도 하다. 남편은 이 기구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여 나의 퇴원 선물로 집에 마련해주었다. 고실한쪽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이 녀석은 발판을 누르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내게는 유산소운동보다 근력운동 기구인 것 같다. 심장박동수를 ㄴ높일 수 있는 유산소운동으로 좋긴 하지만 양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면서 자세와 안전을 다 신경 써야 하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운동기구인 편이다.
하늘 달리기(공중 걷기)
출처_위너스포츠
공원에서 의외로 득템(?)한 기구는 공중걷기 또는 하늘 달리기라고 하는 기구이다. 내
기능으로는 할 수 있는 기구가 거의 없어서 뭐라도 하나 더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 생각해서 시도했던 것이 이 기구다.
양 발을 발판에 올리고 서서 다리를 앞뒤로 번갈아가면서 흔드는 기구인데, 걷는 동작이니까 많이 해보고 잘하면 걷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사람처럼 리듬감 있게 다리를 앞뒤로 쫙쫙 찢으며 힘차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상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다리가 자꾸 앞뒤로 같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고작 5센치 범위 내에서 살랑살랑,, 아가들이 장난치는 수준으로 말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됐다. 걸을 때는 양 다리가 교차로 잘 나가는데 왜 양 발을 번갈아가면서 흔들지 못하는 걸까... 봄위를 더 크게 해보려고 할수록 시계추처럼 양발이 함께 대롱대롱 앞뒤로 흔들렸다. 오기가 생겼다. 예전에는 활차기구를 반드시하고 왔다면 이제는 공중 걷기를 무조건 하고 온다. 내가 반드시 다리 쫙쫙 찢어가면서 역동적으로 다리를 흔들고야말겠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조금씩 범위도 늘려가 보고, 다리를 교차로 앞뒤 흔드는 것을 자꾸자꾸 하다 보니 이제는 20센치 정도의 간격으로 제법 할 수 있다. 대단히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만큼 다리를 교차로 움직일 때 골반과 척추의 협응도 좋아졌나보다 기쁘게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