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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의 퇴원 후 운동

(3) 등산


등산을 뇌졸중 재활운동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의 가치가 충분한 운동으로 추천해 본다. 등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둘레길 돌기 정도로 볼 수 있는 동네 산 오르기는 의외로 퇴원 후 해 볼만 한 재활 운동 중 하나이다. 필자 또한 편마비가 된 후 등산을 한 경험은 고작 두 차례 뿐이지만 매 등반이 값진 시간과 경험이었기에 산을 오르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첫 번째 산. 원적산     


첫 번째로 올랐던 산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있는 원적산이다. 원적산은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에서 청천동에 걸쳐있는 해발 211m의 산으로 원적산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주민들이 꽤 자주 다니는 둘레길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은 만큼 길도 잘 닦여 있는 편이다. 발병 전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살던 동네였기 때문에 발병 전에도 종종 오르던 산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산으로 선택했다. 등산길을 어느 정도 알고 내게 익숙한 동네이기 때문에.       


     

등산에 도전한 이유, 용기가 필요해     


내가 재활 운동을 목적으로 등산에 도전한건 아니었다. 재활보다는 마음을 단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산을 택했고, 등산하기로 한 거, 재활운동 한다고 생각하며 오르게 되었다. 마음을 단련해야 했던 이유는 복직이었다. 4년만의 복직 거기다 장애라는 핸디캡까지. 다시 돌아갈 직장 내 시선과 수근거림이 겁이 나서 용기가 필요했다. 나의 전 직장은 은행으로 주기적으로 영업점을 옮겨가며 근무하는 특성이 있어 나 역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복직이 아니었고, 직장동료들도 계속해서 바뀐다. 즉, 복직이긴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해야 하는 처지였다. 투병이나 ,슬픔, 아픔 등의 종류는 가까운 지인보다 모르는 3자에게 드러내고 털어내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의 어색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진 않았지만, 같은 직원으로서,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내가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은행사무원인 만큼 돈을 만지고 각종 서류들을 처리해야 하는 양손업무가 필수인 직업인, 나의 부족한 반을 누군가는 대신해줘야 하고, 나는 그런 신세를 지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강한 용기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진짜 돌아가기 위한 관문 앞에서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의 극복을 통해 미리 마음을 단단하게, 내 자신을 단련해야 할 만 같았다. 그래서 등산을 선택했던 것이다. 등산은 누구나 하지만, 편마비인 사람이 등산하는 것이 흔하진 않으니까.     



도전을 기다리는 시간     


등산하기로 마음을 먹고, 왠지 모를 기대감에 설렘이 계속되었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 성취감을 알기 때문에, 편마비 장애인으로서 도전에 성공했을 때 느낄 짜릿함을 상상하니 당장이라도 산에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신은 마치 나에게 진정할 시간을 주는 듯이 등산에 도전 할 멋진 그 날을 계속 미뤄주고 있었다. 등산하기로 마음먹고 날짜까지 정했는데 며칠간 계속해서 비가 왔다. 가기로 한 날 비가 와서 다음날 가기로 했는데, 또 비가 왔다. 땅이 마를 시간이 필요하니 이틀 뒤 다시 도전하기로 했으나 그 이튿날 또 비가 왔다. 그렇게 도전할 날짜를 세 번이나 변경하고 나서야 드디어 등산을 하러 갈 수 있었다.          



누구도 없었다     


첫 번째 등산은 보호자 없이 혼자 올랐다. 혼자 위험한 도전을 하는 만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했는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바로 누구의 응원도 듣지 못하고 도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새벽등산을 하기로 했다. 편마비 상태로 등산을 할 거라고 여기저기 알렸을 때, 내심 엄청난 응원을 기대했다. 그 힘으로 등산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약간의 비아냥과 잔소리였다. 걱정되는 마음, 안전에 대한 우려 등을 전하고 싶었겠지만 멋진 도전을 상상하는 내게 얼음물을 끼얹은 셈이나 다름없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내게 오기가 생기게 했다. 혼자만의 도전이라 어차피 따라가 주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미쳤다. 큰일나려고하냐’며 과한 걱정하는 엄마,‘혼자는 절대 못한다’는 부정적인 남편, ‘니네 엄마 대~단하다’며 엄마의 도전을 특이하다는 듯 손자에게 대놓고 웃긴 일로 만드는 시어머니. 이 정도까지 아름다운 내 도전을 무시할 줄은 몰랐다.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은 그 누구도 없었다. 새벽 등산을 위해 전날 밤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어스름한 새벽에 산을 향해 길을 나섰는데, 등산로까지 가는 그 길이 새벽녘 분위기만큼 외롭고 쓸쓸했다.          



누군가의 힘내세요!          


도전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눈물이 나서 안전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고 난 후 다시 한 번 점검을 마치고 등산로 입구 계단을 밟았다. 드디어 도전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발병 전에 다녔던 길이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등산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나무계단을 좀 오르고 나니 돌길에, 바위 길에, 당황스러우면서 마치 전문 산악인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신던 모델의 운동화가 아니면 다른 신발은 신을 수도 없던 탓에 운동화를 신고 올라갔는데 등산화를 신어야 했을 정도의 산세였다. 인식능력 부족으로 돌멩이 하나에도 발목을 접질리며 넘어지는 터라 그로부터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발목보호대를 두 개를 착용하여 발목부상에 대비했고, 경사로에서 지팡이를 쓰다 넘어지면 자칫하다 건측 어깨가 빠질 수도 있어서 올라갈 땐 지팡이를 쓰지 않고 가방에 넣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다. 재활 운동은 뒷전이었고, 절대 다치지 않기 위해서 신경 쓰다 보니 비마비측인 오른쪽으로 거의 힘을 쓰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아무튼 안전하게 정상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만 있었을 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돌길과 바위길을 지나니 또 다른 바위능선이 나왔고, 꽤나 험난해서 결국 조금 넘어져버렸다. 마비쪽 손으로 땅을 짚지 못하고 주먹으로 땅을 짚으니 손가락 위쪽에는 영광의 상처가 생겼고, 이 상처를 보면서 이 과정을 잊지 말고 완주하자며 의지를 다졌다.  바위길을 지나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젊은 여자인 나를 본 지나가던 등산객이 한손은 파이팅표시를, 한손은 입에 손을 모으고 소리쳤다. “힘내세요!”그 한마디에 주저앉아 울 뻔했다. 나의 도전에 대해 그 누구도 해주지 않던 응원을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듣다니.. 정말로 고마우면서 엄청난 힘이 됐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험난한 산세에 지쳐있었는데 ‘그래, 힘내자!’라는 생각과 함께 세상에 나가도 힘들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세상으로 나갈 용기가 채워졌다.          


두 번째 산. 원미산     


첫 번째 등산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두 번째 산으로 택한 곳은 부천의 원미산이다. 이 곳 역시 원미산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등산로가 잘 되어있다. 원적산보다는 덜 험난했지만 흙과 자갈, 낙엽이 많아 조심해야 하는 산이었다. 원미산은 유명한 진달래 명소라서 진달래 꽃구경도 할 겸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진달래꽃축제 시즌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원미산 둘레길은 멍석이 깔려서 걷기 좋았다. 돌이나 나뭇가지를 밟지도, 미끄러지지도 않아서 마비쪽 다리에 더 신경쓰면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번엔 엄마가 동행해주셨지만 꽃축제 인파로 인한 안전이 우려되어 지팡이를 짚으며 올라갔다. 그래도 두 번째 등산이라고 처음보다 수월하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의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지팡이를 들고 어정쩡하게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잡는 나를  어딘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예전 같으면 뭔가 주눅 들고 피하고 싶었을 텐데 이제는 그런 눈빛이 익숙해서인지 내 자존감이 올라가서인지 어색하지만 오히려 더  고개를 빳빳이 들어보는 나다.          


등산의 효과


등산은 심장혈관 기능과 폐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근육에 공급하는 방식은 산화작용에 의한 유산소 방식(유산소 운동)과 산화작용에 관계없이 근육 내 탄수화물과 인원질의 분해작용에 의한 무산소 방식(무산소 운동)이 있다. 등산은 주로 유산소 방식의 동작으로 되어 있어 산소공급이 많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심장혈관 및 폐 기능이 향상되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등산을 꾸준히 하면 체지방을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등산을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운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에너지원이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등산은 자신의 체중과 각종 장비로 인하여 근력운동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골밀도 향상으로 이어져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안전하고 건강한 산행을 위한 등산 가이드 (국민건강지식센터 건강칼럼)     


등산은 여러모로 좋은 운동이다. 워낙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편마비 환자들에겐 쉽지 않은 운동이기도 하다. 둘레길 위주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신체인식능력, 근력, 균형능력 모든 운동능력이 부족한 만큼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등산을 피해야 하는 질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등산은 우리의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질환에 따라서는 등산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퇴행성관절염     

걸음을 걸을 때에는 체중의 3배,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는 체중의 5배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진다. 따라서 퇴행성관절염이 있다면 등산 · 빨리 달리기 ·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무리한 관절운동을 피하고, 평지 걷기 · 고정식 자전거 · 수영 등의 무릎관절에 무리가 덜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요통

요통은 허리에 통증이 있는 경우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험한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다리에서도 통증을 느끼며, 다리의 근력 및 감각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급성 요통환자는 1~2주가량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하게 하고, 이후에도 활동을 제한하도록 권고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누워있는 기간을 가급적 짧게 하고, 급성기가 지난 후에는 활동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운동을 하면 척추 주위의 근육 및 인대가 강화되고 혈중 엔도르핀이 증가하며, 운동 후에는 근육의 긴장도가 감소되어 요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길을 걷거나 등산과 같이 경사면을 오르내리는 운동은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대신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일주일에 4~5일, 하루 30분 이상 평지를 걷는 것이 좋다.

당뇨

당뇨환자의 경우 등산 중에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는 운동 후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되고, 근육 내로 포도당이 활발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복 상태나 식사 전에 장시간 운동을 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고 식사 직후에는 소화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보통 식후 1시간 정도 지난 후에 등산을 하는 것이 좋다. 등산 전 혈당이 100mg/dl 이하로 낮으면 15~30g 정도의 탄수화물을 미리 섭취해야 한다. 등산 중 힘이 들면 30분에 한 번 정도 빵, 크래커, 사탕, 초콜릿 등을 섭취하며, 비상사태를 대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당뇨환자는 덥고 추운 환경에서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어 열 손상과 추위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등산을 할 때에는 발수성과 발한성이 우수한 등산복을 착용하고, 등산 중 땀이 나고 더울 때에는 겉옷을 마구 벗지 않고 옷을 입은 상태에서 땀을 천천히 식혀야 한다. 이 외에도 당뇨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기면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꽉 맞는 등산화는 발에 상처를 낼 수 있어 이보다는 손가락 한두 개 정도의 여유가 있도록 신는 것이 좋다. 당뇨는 혈액순환 장애와 혈관 속 높은 당 수치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손 · 발에 감각을 무디게 하는 합병증(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의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등산과 같이 걷기 동작이 포함된 운동보다는 자전거 타기 · 수영 등 체중부하가 없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심혈관질환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등의 심혈관질환자 역시 등산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사고가 약 50%로 가장 많았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심장질환자는 자신의 체력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산을 선택하는 것을 피하고 정상에 도달하고자 휴식 없이 산행을 지속하는 것은 심장에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운동을 시작하면 수축기 혈압이 상승하는데,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많이 증가하며 이완기 혈압도 함께 높아진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등산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할 때 저중강도로 30~45분가량 운동하는 것이 좋다. 허혈성 심장질환자의 경우 숨이 차거나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강도가 높은 산행은 피해야 하며,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한 맥박, 가슴 통증, 어지러움, 피로감 등의 경고 증후가 나타나면 즉시 산행을 멈추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안전하고 건강한 산행을 위한 등산 가이드 (국민건강지식센터 건강칼럼)          



편마비 환자 등산 시 주의할 점     


평소 부상이 잦은 부위에 대한 보호와 부상예방에 만전을 기한다

신발은 새로운 신발이 아닌 발병 후 최대한 익숙한 신발을 신는다

경사로에서 지팡이를 짚은 채 뒤로 넘어지면 어깨가 빠질 수 있다.

에너지를 보충해줄 수 있는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챙긴다.

마비측 재활운동에는 크게 효과가 없다.

내려올 때 특히나 조심한다.

이왕이면 무릎,팔꿈치 등 할 수 있는 안전장비를 전부 다 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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