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재활의 기본목표는 ‘걷기’, 보행이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서 지낼 때는 보행에만 초점이 맞춰진 치료가 불만이었다. 걸을 수 없으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되지만 손을 쓸 수 없다면 씻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혼자 못하는데 걸을 수 있는 것보다 양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뭐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다행히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병원 생활을 해서 일상생활훈련 처방으로 주말마다 집에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16층인 집에서 1층까지 다니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외출할 때 휠체어가 늘 애물단지였다. 차로 다니더라도 누군가가 휠체어를 접어서 차에 실어줘야 했고, 내릴 때도 휠체어를 펴줘야 했고, 식당에 다닐 때면 의자를 꼭 빼야만 내가 앉을 자리가 생긴다. 손님이 적은 한가한 식당은 눈치가 덜 보이지만, 사람 빼곡한 맛집이 아니더라도 식사시간과 겹쳐서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내가 앉기 위해 빼놓은 의자가 갈 곳을 잃어 기다리는 사람들과 식당주인들의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휠체어가 있고, 없고는 집밖을 돌아다닐 때 차이가 크다. 삶의 질이 다르다. 걷는 것은 인간의 기본활동이기 때문에 뇌졸중 재활이 보행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도 그럴 이유 때문일 것이다. 뇌졸중환자들의 최종 재활 목표가 독립적인 생활을 통해 삶의 질의 향상시키는 것인데 그 기본이 보행이기 때문이다.
좋아지려면 많이 걸어야 한다
퇴원 후에도 가장 좋은 재활운동이자 훈련은 ‘걷기’이다. 걷기 운동은 뇌졸중 환자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최고의 운동으로 꼽힌다. 걷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 책 ‘6-2 많이 걸을수록 좋다?’ 장에 자세히 적혀 있다. 퇴원 후 걷기는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하다. 무턱대고 많이 걸으면 병원과 달리 거친 환경에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건측 사용이 과해지고 좌우 비대칭도 심해진다. 그럼에도 병원처럼 제한된 공간의 짧은 거리를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많이 걸어야 한다. 근지구력이 떨어질수록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졸중 재활에 있어서 환자들이 조심해야할 부분 중 하나가근피로도 이다. 근육이 피로할수록 말을(?) 안 듣는다. 조절하기 어려워지고 신경전달이 잘 안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다칠 수 있다. 퇴원하면 자유롭게 많이 걸어 다닐 생각으로 퇴원 전에는 병실메이트와 함께 병원복도를 하루 한 시간씩 매일 걸었다. 덕분에 퇴원후에도 왠만한 거리는 걸어 다닐 정도의 체력과 지구력이 생겼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게 익숙해질수록 걷는 것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퇴원하기전 룸메와 걷기
걷는 목표, 단계적으로 올리기
퇴원하고 복직하기 전까지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유산소운동 겸 공복걷기를 1시간정도 했었다. 집근처에 있는 일반인 도보20분 거리의 큰 공원을 다녀오는 것인데, 이 코스에 적응되기까지는 수시로 발목을 접질렸다. 발목 접질리는 것은 발병 초기부터 워낙 자주 일어났던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원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발목 때문에 중간에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날이 허다했다. 공원까지 가는 산책길의 지면 상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야 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내 보행속도로는 가는 길 30분, 공원한바퀴 30분, 오는 길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는데, 오는 길 30분에 다치지 않으려면 공원을 다 못 돌고 중간을 가로지르거나, 쉬었다 오거나 해야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걸으려고 했다. 목표도 계속해서 바꿔나갔다. 처음에는 공원까지 안 다치고 도달하기로 시작해서 그 다음 단계는 공원 한 바퀴 도는데 까지 한 번에 걷기, 그다음은 중간에 한 번만 쉬고 공원 돌고 집까지 오기, 그 다음은 목표시간 줄이기 이런 식으로 목표를 계속 높여가면서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었다. 이렇게까지 걸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복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단체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인데 동료들과 발 맞춰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으로 돌아가려면 물론 세상이 내게 맞춰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세상에 나를 맞춰야 된다고 생각했다.
새벽 걷기
움직이기를 귀찮아 하지 말 것
새벽 걷기 운동이 아니더라도 나가서 걸어 다니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뇌졸중 이후 나의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다. 발병 이전에도 활동적인 편이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빠릿빠릿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항상 48kg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돌아다니는 것을 꽤나 좋아하긴 했다. 뇌졸중 이후에는 이전보다 소요시간도 더 들고, 몸에 무겁고 힘들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 모든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 슈퍼에 잠깐 가는 것, 아이의 놀이터에 따라가는 것 등등 귀찮지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하나의 좌우명으로 만들어버렸다.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
아들의 소원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 덜 걷고, 달 나가고 하는 것은 뇌졸중 재활에서 가장 멀리해야하는 습관이다.
퇴원 했을 때 아장아장 걷던 3살짜리 아들의 발달은 내가 좋아지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내가 따라 잡을 수도 없지만 쫓아다니기라도 하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 엄마의 불편함을 모르는 나이라 같이 외출을 하면 내 주변을 알짱거리다 그 발에 걸려 내가 넘어지거나, 같이 뛰자고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다. “엄마는 할 수 없어”라는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느리지만, 절뚝거리며 걸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전속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꼭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다섯 살이 된 아들은 내 다리가 못 움직인다고 말하지 않는다. 약한 다리, 힘이 없는 다리라고 말해주며 튼튼해지면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꼬마는 달님을 보고 소원을 빈다. 달님,
우리엄마 다리 튼튼해져서 많~이(빨리) 뛰라고(뛸 수 있게)해주세요
라고.
모든 운동이 제한되는 뇌졸중환자에게 걷기는 최고의 재활운동이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뇌졸중은 한 번만 일어나라는 법이 없다. 뇌졸중으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면, 회복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꼭 걷자. 잘 걸으면 금상첨화지만 부지런히 꾸준히 가까운 거리라도 많이 걸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