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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도시락

뇌손상으로 편마비가 되고나서

왼손을 못쓰는만큼 오른손의 기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한손으로 별걸 다한다.


사실 자꾸 양손으로 연습해야 재활이 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려면 오른손으로 두 배로 부지런해야 한다.


5살 아들의 첫 소풍이자 첫 도시락.


첫째 아이를 소풍 보내는 여느 엄마들처럼 나도 첫 도시락이라는 데에 기대와 부담이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의 도시락을 보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비교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그랬으니까.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항상 손수 김밥을 싸주셨는데 어묵이 들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누가 봐도 집에서 손수 싼 김밥인 것처럼 투박했다.


그에 반해 친구들의 도시락은 적당한 크기의 김밥에  먹기 좋은 부분만 자른 형형색색 정갈한 김밥이었다.  그때는 내 도시락이 너무 챙피했는데,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아들에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내 몸이 불편한 것을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아들의 선생님, 친구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혹시나 도시락으로 인해 나의 아픔과 불편함을 티내고 싶지 않았다.


한 손으로 김밥을 싸는 것은 당연히 될리가 없고, 나는 그나마 쉬운 난이도인 유부초밥을 도시락으로 도시락으로 결정했다. 다행히 유부초밥을 좋아하는 아들은 자기의 도시락이 유부초밥이라는 사실을 좋아했다.


남편과 엄마에게 약간의 도움을 빌려 밥을 준비하고,

열심히  한 손으로 밥을 뭉쳐나갔다.  한손으로 밥을 뭉치니 오히려 아이의 입에 딱 맞는 크기로 만들 수 있었다.


그래도 도시락통을 딱 열었을때, 기분좋고 예뻤으면 하는 마음에 김커팅기까지 이용해본다..한손으로 만드는 도시락이라지만 남들하는건 다해본다^^


그렇게 완성된 한손으로 만든 도시락


요정들의 얼굴이 모 나있고 표정이 삐뚤빼뚤 하긴 하지만 나름 귀엽다♡ 성공이다..!


친구들은 얼마나 멋진 도시락을 가져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의 부족함이 티가 나지 않는 도시락이었길 바란다.


아들의 소감은 이랬다.

맛있었지만 친구들의 유부초밥은 큰데 내 것만 작았다고...

모자로 만들기 위해 유부를 반으로 자른 탓인가 보다.



역시 평범한 게 최고인가 보다

엄마의 괜한 욕심이 들어간 도시락이었다..



다음엔 일반 유부초밥을 싸주기로했다





그래도 한손으로 만든 것치곤 잘 만든 것 같다^^(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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