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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Nov 10. 2023

1화


 "엄마, 나 집에 가도 돼?"

수현은 무거운 마음으로 어렵게 전화를 걸어 용건을 건넸다, 엄마에게. 목소리만으로도 상황이 주는 이상함을 엄마라면 느꼈을 것이다. 평일 오전과 오후 사이 다 큰 자식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굳이 집에 방문 허락을 받을 필요 따위는 없는 잔잔한 일상이었다.

 "왜? 무슨 일이야?" "그냥.." "그래, 어서 와라." 오가는 대화 속에 아무 정보는 없다. 어서 오라는 엄마의 말 뒤로 떨림이 전해진다. 아무 말도 전하지 않았는데 벌써 우시는 건가? 그 떨림에 수현의 마음도 한없이 떨려온다. 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정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느낌이 온다. 지금 내려가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다. 발걸음으로 올 순 있겠으나, 이곳에 지금까지와 같은 목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으리란 사실이 본증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집으로 가야겠다. 지금 안 가면 영원히 이곳을 내 발로 못 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수현이 서울로 대학을 입학한 것은 고향에서 대자보에 붙일만한 큰 일이었다. 농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작은 고향에서 수현은 과외 한 번 없이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다. 부모님은 항상 농사 일로 바쁘셔서 수현의 학업에는 신경 쓸 경황도 없이 살아오셨다. 그저 수현에게는 놀 게 없고 할 게 없어서 시작한 공부다. 제대로 된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없이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동네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수현을 치켜세워주셨다. 막상 서울로 대학을 입학해 생활해 보니, 고향의 소란스러운 대접과는 달리 수많은 대학생들과 같은 보통의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고향에서 정말 대자보를 붙일만한 일이 벌어졌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취업과 대학원을 한참 고민하다 수현은 후자를 선택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꿈이 있었고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많은 준비를 했다.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그곳, 서한대 대학원을 입학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알면 모두 깜짝 놀랄 일이다. 동네 사람뿐만인가, 수현의 친구, 지인, 학교 선후배 말할 것 없이 모두 놀라워할 일이었다. 그런데 수현을 반긴 것은 축하보다 현실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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