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하 Nov 10. 2023

2화 - 등록금


 "아부지는 니 대학원 등록금까지 줄 돈은 없다. 대학 뒷바라지도 힘들었다. 이제 그만 튼실한 회사 취업해라." 대학원 입학 소식을 부모님께 말씀드린 후, 어느 밤 술을 드시며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은 꼭 이렇다. 축하를 받아야 하는 가장 기쁜 순간, 가난이란 숨길 수 없는 존재가 난데없이 나타나서 와장창 분위기를 깨트린다. 언제나 뒷 그림자에 있었는데 애써 쳐다보지 않고 묵인한 그 현실이 발목을 잡는 순간들이 온다. 제길

'그렇게 돈이 없어요? 서한대라구요! 일반 지방대가 아니라 서한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한다는 서한대에 합격했다고요! 알고 하는 말씀이세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수현은 열불이 나고 세상이 억울했다.


  '얼마나 술을 마신거지?' 머리를 감싸며 잠에서 깨어난 수현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현은 친구와 밤새 술을 마셨다. 서한대에 입학해도 등록금을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집이 가난하다고 어디 가서 이야기도 못할 정도로 쪽팔렸던 수현은 친구 한 놈을 불러 술을 진탕 마셨다. 술에 깨어 난 다음 날 머리는 몹시 아팠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돈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록금을 해결해야 해. 어떻게 공부해서 얻은 기회인데, 내 인생의 기회를 놓칠 순 없어, 이건 정말 기회라고.' 여기저기 물어서 처음 대학원 입학금과 등록금만 내면, 그다음 학기부터는 교수님 제량 하에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등록금과 소액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수현은 일단 첫 입학금만 해결하면 되었다. 엄마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드렸다.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총 학비와 용돈을 걱정한 엄마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대학교 생활 내내 수현은 용돈을 직접 벌어 사용했었다. 학비는 장학금을 비록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가까스로 해결한 정도이다. 대학원은 밤낮으로 연구실 생활하느라 용돈 벌 시간이 없다고 들은 엄마는 이것저것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셨던 눈치다.

며칠 뒤 아버지가 수현을 불러 돈을 건네셨다.


 "이거 입학금이다. 잘 내고 다녀라." 엄마가 아버지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셨나 보다. 아버지가 방바닥에 내려놓은 돈 봉투를 수현은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 돈을 어디서 빌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것을 안다고 해서 지금 안 받을 것도 아니고, 당장 갚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저 감사하게 받았다. 지금 수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되는 이 시간과 돈을 채우고 채우는 것이었다. 훗 날, 국립대 입학금 정도의 액수는 우스워질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1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