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쑤욱~, 시계 수난史

마이너스의 손이 시계를 건드리면 말이지

by 별사탕아빠

서너 살이 될 무렵부터 아이는 시계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도 시계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가 보던 드라마의 주인공의 영향 때문이었는데,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직원이었던 주인공은 박물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계를 통해 과거로 갔고, 항상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고 왔다.


모험의 시작은 항상 조심성 없는 박물관 직원의 실수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전시물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프테라노돈이 튀어나오며 시간을 알렸고, 주인공은 필요한 물건이 나오는 마법의 배낭을 둘러매고 시계형태의 장비를 손목에 찬 후 카우보이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는 벽에 놓인 시계를 통해 과거로 떠난다.


TV의 화면에서 시계의 종이 울리면 박진감 있는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는데, 소파에 있던 아이는 훌쩍 내리면서 주인공을 따라 모자도 쓰고, 공룡모양의 가방도 매고 나서 시계를 팔에 차고 나서 마루를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가끔 한 밤중에 뛰어다니는 아이의 행동이 아래층이 누리는 평화로운 시간을 깨뜨릴까 걱정을 하면서 조용하라고 하면서도 아내도 나도 아이의 귀여운 행동에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요즘은 예전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뛰는 일은 줄었지만, 시계에 대한 관심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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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시계에 대해 갖는 관심에 대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던 사람은 아이의 외할머니였는데, 부잡스럽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행동이 무엇보다도 깨끗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모님에게는 참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외갓집에서 아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소파 한쪽 벽에 붙어있던 뻐꾸기시계였다.


매시 정각이 되면 시간을 알리기 위해서 튀어나와 우는 뻐꾸기가 신기했는지, 그 뻐꾸기를 잡기 위해 소파 등받이를 밟고 올라가서 깡충거렸는데, 그때마다 풀썩거리며 먼지가 일어나는 모습이 장모님에게는 무지하게 거슬렸던 것 같다.


일단 그 모습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장모님은 아이를 만류했는데, 외할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행동이 계속되면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장모님은 최후통첩을 던졌다.


“야 피곤하다. 이제 너네는 그만 집에 가라, 나는 청소해야겠다.”



외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뻐꾸기를 잡아당기거나 시곗바늘을 제멋대로 돌려대는 아이의 행동은 한동안 지속되었고, 그때마다 장모님은 넌더리를 쳤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에게 시달림을 받은 탓인지 뻐꾸기시계가 고장이 나 버렸고, 놀잇감이 사라진 아이는 다소 풀이 죽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장모님은 아이에게 위로인지 장난인지 모를 한마디를 던졌다.


“네가 괴롭혀서 뻐꾸기시계가 고장 났으니, 아빠한테 더 좋은 시계로 하나 사다 놓으라고 해라”


또다시 같이 장난칠 수 있는 시계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소리를 들은 아이의 얼굴은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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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나는 훨씬 더 부잡스러웠다.


게다가 나도 아이처럼 시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시계는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았는지 내 손에만 들어오면 쉽사리 고장이 났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마이너스의 손을 피하지 못하고 고장 나버린 것들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하여 선물했던 명품시계들이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나의 희생양이 된 것은 부로바에서 만든 은색의 조그맣고 세련된 사각다이얼에 검은색 가죽 밴드가 시계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집에 어른들이 안 계시다는 사실을 알자, 화장대를 열고 시계를 꺼냈는데, 나의 머릿속에는 ‘어른들처럼 시계에 밥을 줘봐야지’라는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예전의 시계는 수동이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계패널 옆에 붙어있는 버튼모양의 용두를 뽑은 후 태엽을 감아야 했는데 어린 나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의 악력이 부족했는지 용두는 쉽게 빠지지 않았고, 방법을 찾던 나는 이빨로 용두를 물고 과감하게 잡아당겼고, 이제 됐다고 생각한 순간 용두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망했다. ㅜㅜ;;”


부모님께 혼나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몰래 시계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게 지내던 나는 다시 한번 사고를 쳤는데, 이번에도 나의 호기심에 제물이 된 것은 어머니의 금색 라도였다.


한 번 사고를 쳤던 기억이 있었기에 용두를 뽑는데도 최대한 조심했는데, 문제는 너무 기쁜 나머지 태엽을 너무 많이 감아버렸던 것이 문제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결국 부주의한 나로 인해 어머니의 시계들은 망가져버렸고, 예쁜 시계들이 고장 나버린 이후 어머니의 손목에서는 시계를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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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시계는 참 특이한 물건인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었던 많은 도구와는 사뭇 다른 길을 밟아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도구들은 편리함을 위해 주변 환경을 바꾸어왔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계는 다른 것이 오직 흘러가는 시간을 인식할 수 있게만 해줄 뿐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도구들 중에서도 변화를 꾀하지 않는 시계는 인간에게 겸손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모자나 장신구 같은 것을 몸에 걸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내가 시계를 차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한 마디 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시계를 차고 다녀? 가만 보면 오빠는 참 옛날 사람이야”


아내의 말마따나 핸드폰으로 시간을 볼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시계를 차고 다녀야 할 필요성이 예전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손목에 있는 시계가 연애 초 아내가 처음으로 내게 선물한 것이다 보니 말과는 달리 눈에서는 애정이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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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이라도 내가 예전에 고장 냈던 시계를 대신해 어머니께 선물하면 차고 다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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