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A형이라구요~? 그럴 리가?

by 별사탕아빠

며칠 전 Rh null이라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주인공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했다. 나름 과학과 관련된 상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생소한 것이었다.


하긴 혈액형을 분류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ABO 식 분류법 외에는 정확히 어떻게 나눠지는지도 모른다.


사실 ABO 식 혈액형이 익숙한 이유는 중학교 생물시간에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자식의 혈액형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 외에도 각각의 혈액에 따라 다른 성격적 특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차만별인 인간의 성격을 불과 4가지로 분류한 혈액형별 성격은 확증편향이라는 오류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과하지만 않은 경우 대화의 감칠맛을 더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사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맹신하게 되는 경우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과학적이라고 하더라도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맹신하는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Cis-AB형과 같은 희귀 혈액형이 빌미를 제공할 경우도 있지만 측정자의 실수에 기인할 가능성도 있기에 무턱대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 ♣



작년인가 아이와 같은 반 친구네 가족과 함께 동네 햄버거 가게에 갔던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화젯거리는 MBTI와 혈액형에 관한 것으로 넘어갔는데,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엄마가 아직까지 두 딸의 혈액형을 모르고 있다는 말에 놀라움과 함께 이유가 궁금했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던 아이 친구 어머니의 대답은 이외로 간단명료했다.


어차피 필요할 경우 혈액검사를 해야 하기에 미리 알고 있을 필요가 없는 데다, 신생아 때의 혈액검사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해 높고, 또 혈액형을 알아봐야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듣다 보니 맞는 말이다 싶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났는데, 가장 큰 이유는 20년쯤 전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한 사건 때문이었다.



♣ ♣ ♣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이었다.


막 출근했을 무렵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가 왜?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어...”

“......”


잠시 말을 잊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에 받혀 쓰러진 것을 이웃집 사람이 알아보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머리 부분이 다쳐서 위중할 수 있다는 얘기에 벗던 양복을 서둘러 입고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사무실이 있던 종로 5가에서 병원까지 오는 동안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술이 진행 중이었는데, 의사가 나와 수술이 잘됐다는 말을 할 때까지의 시간은 마치 억겁처럼 더디게 흘러갔다.




수술이 끝난 후 의사는 고령인 아버지가 피까지 많이 흘려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잘 처리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에 이어 한 마디를 붙였다.


“그런데 아버님 혈액형 AB형이 아니라 A형이에요~”

“예?, A형이라고요?~~~”

“네~~~ ^^* ”


응급수술을 위해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누나가 기재한 혈액형과 달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의사의 말에 우리 가족은 모두 깜짝 놀랐다.


젊어서 직업 해군생활을 했고, 아버지가 군무에 종사하던 기간 우리나라에서는 군대가 가장 시설이 좋았을 때였으니 우리 가족은 군대에서 검사한 기록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당연히 아버지도 70년이 넘도록 AB형으로 알고 있었다.


가끔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때면 AB형이라 그런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행동은 전형적인 AB형으로 보였다.



그런데 희한했다.


아버지의 혈액형이 A형이라는 사실을 듣고 난 이후 아버지의 행동은 A형의 전형처럼 보였다.


그러고 나니 혈액형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참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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