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따로 수다 따로
북토크와 수다는 뭐가 다를까?
50년 넘게 살며 수없이 많은 수다를 떨었고, 지난 일 년 네 개의 북클럽에 참여했다.
그 결과 북클럽 대화는 수다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북토크가 수다와 질적 차이가 없다면,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 결국 그만두게 된다. 내가 그랬다.
수다는 수다일 때, 북토크는 북토크일 때 좋다.
수다는
가까운 사람과 한다(가족, 친구)
주제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한다.
주로 시댁, 남편, 아이가 주제인 경우가 많다.
시간제한이 없다.
이야기 배분이 없다.
책임과 약속이 없다.
장소 제약이 없다(카페, 벤치, 집 등)
사회자가 없다.
러더가 없다
생각나는 대로 배출하는 이야기가 많다.
즉각적이다.
기록하지 않는다
북토크는
모르는 사람과 한다(책이 관심사인 사람)
책을 중심으로 주제가 있는 이야기다
나 자신의 이야기다.
시간제한이 있다.
적당히 말하기를 배분한다.(독점 안됨)
책임과 약속이 있다(책 읽기, 발제문, 필사 등)
정한 장소(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 한다.
사회자가 있다.
리더가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한 후 이야기한다.(생산적)
준비가 필요하다
기록한다
북토크는 수다보다는 부담스럽다.
책을 읽어야 하고, 저자와 시대적 배경도 조사해 보고, 책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인상 깊은 문장, 저자, 주제 등 생각을 정리해서 나눈다. 한마디로 준비된 대화다. 준비 없이는 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다. 준비가 곧 자기 배움이다. 왜 내가 그 문장을 뽑았는지, 가장 몰입된 인물은 누구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정약용 선생은 제자들에게 독서 후, 초서라 하여 자신의 언어로 내용요약 및 자기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 기록하게 했다. 후에 기록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독자에서 결국 저자가 되라 하셨다. 받아들이기만 하는 독서가 아니라 생산하는 독서른 하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 자기 생각을 생산하기 위해 독서하는 거다. 내 의견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읽고 듣는 거다.
책모임에서는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이 모여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책의 저자가 될 수도 있고, 토의 주제를 생산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다른 이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독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만드는 독서가 되도록 돕는 것이 기록이다.
수다는 분명 필요하다.
가볍게 대화하고, 배출하고, 속상한 일을 나누는 대화는 중요하다. 수다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다. 사람은 결국 창조적인 생산을 해내고 싶다. 뿌듯한 성취감과 성장을 얻고 싶다. 머물러 있지 않고 발전하고 싶다. 변화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성장을 꿈꾸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취욕이 강한 나 같은 사람은 더 그렇다.
수다와 북토크는 분명 나누어야 한다.
수다는 개인적인 이야기, 가족, 일, 시댁, 자녀, 직장 이야기라면, 책모임은 그걸 쏙 뺀 이야기다. 그걸 빼면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취미, 시간 보내는 법, 여행하는 법, 그림, 음악, 책, 스포츠 등 어찌 보면 더 개인적인 지극히 나의 취향에 관한 이야기다.
북클럽을 하며 지난교사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좋아하진 않았지만 많은 걸 가르쳐 준 직업이었다. 그 중 하나가 북토크다. 공동 교재 언구나 공개 수업이 북토크와 가깝다. 한 주제를 어떻게 가르칠지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수업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회의를 통해서 한다. 일정한 주제로 수업을 하기 위해 생각과 아이디어를 모은다. 회의에서 수다를 떨지 않는다. 정한 시간에 수업이라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교재 연구가 끝나면 연구 수업이 끝나면 뒤풀이도 한다. 뒤풀이에서는 수업 이야기뿐 아니라 편안하게 수다도 떤다. 공동 연구 수업을 끝내면 교사로서의 수업력과 팀워크가 동시에 성장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성취감을 얻는다. 북클럽 발제문 쓰는 과정이 수업 연구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수다는 속 시원하게 비워내는 이야기라면, 북토크는 채우기 위해 이야기다.
북클럽 회원들과 수다가 필요할 땐 따로 날을 잡는 게 좋다. 마지막 날 뒤풀이 같은.
수다는 수다일 때, 북토크는 북토크일 때 좋다. 북토크와 수다를 분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