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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09. 2018

041. 외로운 여행

홀로 여행할 때 극복해야 하는 점.

  대학병원에서 한바탕 대소동을 벌인 다음날 몸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갔다. 긴 시간을 수면에 투자했지만 몸 상태는 수면 시간에 비례하지 않았다.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지만 실제 벌에 쏘인 이후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무래도 약이 독하거나 벌이 독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어느 이유든간에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여행이다. 여행은 계속되어야한다. 숙소와 교통비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계속 딛어야 한다. 송동훈 작가와의 만남을 끝으로 빈에서 떠난 나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했다. 도착 후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새로운 숙소의 새로운 룸메이트는 귀찮았고, 처음 온 나라를 살펴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10일간의 여행 중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몸이 좋지 않으니 좁디 좁은 내 마음은 완전히 닫혔다. 나중에 후회한다는 생각에 힘겹게 양말과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섰다. 브라티슬라바 성은 화려하지 않은 매력이 있었지만 그당시엔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게 어느 순간 몸에 공포로 다가올 뿐이었다. 사진과 셀카를 찍어도 내 공포감은 오히려 증폭했다. 그 순간만큼은 온 지구에 모든 사람들 중 나만 혼자였다.

  혼자 여행한다면 죽을만큼 외로운 공허함을 어느 순간 극복해야만 한다. 브라티슬라바를 보는 둥 마는 둥하고 숙소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카톡을 하는 데 그 때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그제서야 내 증폭된 두려움이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누군가와의 이야기는 이세상에 나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특히 소다솔누나와 여승은누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두 분 아니었으면 내 증폭된 공포감을 회복하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행내내 해결 못 할 수도 있었던 내 두려움을 녹여준 두 분의 위로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다시금 감사하다. 소중한 사람의 위로를 발판 삼아 나는 하이 타트라로 향할 에너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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