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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10. 2018

042. 등산의 본질.

인생의 본질.

  슬로바키아의 하이 타트라는 집중을 요한다. 단 한순간이라도 산에서 정신을 놓는 순간, 가만두지 않는다. 하이 타트라를 오른다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때 바로 위험에 빠진다. 산을 오를 땐  '어떻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산을 오를 것인가'라는 생각뿐이다. 다른 생각은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장악한다면, 값을 치러야 한다. 결과는 어마 무시하게 클 수도 있고 사소해서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과는 항상 존재한다. 발이 미끄러져 타박상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암벽 등반 때 넘어져 스틱스 강을 건너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과의 경중은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기에 항상 산에 집중해야 한다. 등산을 할 때는 오직 나 자신과 산만 존재한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둘 사이의 관계 말고 다른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관계에 모든 힘을 쏟아 집중해야 한다.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요소를 하나 둘 제거하고, 발전시키는 요소는 계속 다듬어나간다. 그것이 바로 등산이다.

  등산은 인생은 본질적으로 같다. 인생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과정이다. 집중하는 데 방해하는 요소들을 하나 둘 찾아 옆으로 밀쳐내야 한다. 그 과정은 등산처럼, 하이 타트라 등반처럼 고통스럽게도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하지만 에너지를 쏟아부어 목표를 이뤄냈을 때,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누군가로 성장한다. 실패 또한 그만의 교훈을 지닌다. 하이 타트라를 통해서 나도 정확하게 이 과정을 다시 반추했다. 산과 나만의 온전한 교감은 내 인생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계기였다. 하이 타트라를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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