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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10. 2018

043. 죄책감 벗어던지기.

여행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면 죄책감에 빠진다. 특히 유럽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싼 비행기와 더 비싼 시간을 투자하기에 그만큼의 결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무더운 날씨에 계속 유적지를 돌아다니고, 맛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늦은 저녁에 기진맥진한 채 들어와 빠르게 샤워를 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내일 역시 오늘만큼이나 고된 하루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눌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바로 여유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먼 나라에서 온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만큼이나 비싼 항공편을 내고 온 사람도 다들 여유가 넘친다. 굳이 특정한 박물관과 카페와 맛집을 가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없다. 날씨와 시간, 자기 컨디션에 따라 나만의 여행을 여유롭게 설정한다. 어느 곳을 가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는다. 오후 1-2 시까지 호스텔에서 쉬는 것도 여행이다. 너무 더우면 근처 강가로 수영을 가고, 햇살이 좋으면 공원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한다.

  삶이 너무나 팍팍해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팍팍한 삶의 방식이 여행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몸이 녹아내릴만큼 일 하듯이 여행한다.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수 많은 유적지와 박물관을 탐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걸 탐해서 하나도 제대로 못 즐기거나 체력을 다 소진해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일상과 똑같이 몸이 녹아내릴거라면 굳이 꼭 여행을 해야할까? 여행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계획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일종의 의무를 벗어 던져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여행의 본질은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 놓는 ‘여유’이다. 이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참 아쉬웠다. 그래도 몇 일 남지않은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의 여행에서는 꼭 여유롭게 지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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