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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10. 2018

044. 영어 공부

영어 공부를 써먹을 곳이 있다니

  영어 공부에 한때 엄청 열심이었다. 학원 선생님인 어머니가 불타오르는 교육열로 지핀 모닥불에, 한때 외교관을 꿈꿨던 나는 정말 가열차게 땔감을 집어넣었다. 불길은 거셌지만 산을 전부 태우지는 못했다. 목표에는 못미쳤지만 나름 많이 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에게 불길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한 때 내가 엄청나게 갈구했던 것이지만 더이상 필요가 없었다. <버닝>에서 벤이 더이상 타버린 비닐하우스에 관심을 가지지 않듯이 비록 다 태우지 못했지만 영어라는 산은 더이상 내게 흥미롭지 않았다.

  최근에 유럽을 쏘다니면서 영어라는 산을 조금이나마 태운게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어는 지나치게 필수적이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대화가 이어지지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의 말 조차 알아들을 수조차 없다. 영어라는 산을 태우려고 조금이나마 노력한 나는 다행이도 손짓발짓 써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참 다행이었다. 영어로 멋들어진 문장을 적거나 어려운 문장을 해석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영어로 말하는 걸 어찌저찌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나와 함께 숨 쉬는 인구가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영어 교육도 읽기보다는 말하고 듣는 데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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