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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11. 2018

045. 통렬한 반성과 국가적 비극

Liberty Square에서 한국을 떠올리다.

  부다페스트에서 참가한 두 가지 free tour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가이드 Regi이다. 특히 Liberty Square에서 Regi의 설명이 한 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Liberty Square는 도나우강에서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들의 넋을 추모하는 곳이다. 공원 중앙에는 나치를 상징하는 검은 독수리와 유대인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여신상이 있고, 그 앞에는 신발들이 도나우 강에서 학살당할 때 신발을 벗은 채로 강에 수장됐기에 추모의 의미로 놓여있다. 몇십 년이 흘렀지만 기억하고 슬퍼해야 한다는 뜻 이리라. 우리나라의 비극이 떠올랐다. 발생한 지 채 10년 도 지나지 않았는 데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들. 얼마나 무자비한가. Regi는 이 동상과 신발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헝가리 정부는 나치가 이 학살의 책임을 진다고 말하지만 이는 온전치 않다. 헝가리 정부도 나치에 협력했기에 분명히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단순히 공원을 조성하는 건 너무 쉬운 방식의 추모이다.

  문득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전쟁 한 번 치르지 못하고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통째로 일본에 나라를 넘겨버린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들은 어떻게 책임을 졌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 팍팍한 삶에 잊고 있지는 않았는가.

  몇 년 전에 발생한 국가적인 비극에 관한 뉴스에 친구 목숨 팔아서 꿀빤다는 댓글을 봤다. 과연 우리는 그 참혹한 비극에 진심으로 공감했는가. 그 비극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과 공감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결국 그 댓글을 남긴 사람이 엄청난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이런 차원의 생각을 하게 만든 사회가 더 괴물인 것 아닐까. 헝가리 시민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우리나라와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 우리 자신을 응시할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 사회는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한동안 격양된 어투의 Regi를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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