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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19. 2018

047. 조현서 클럽가다.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밤.

  헝가리에서 머물던 숙소 1 층은 클럽이었다. 게스트 하우스 이름에 ‘클럽’이 들어가서 짐작은 했지만 진짜 있을 줄은 몰랐다. 기분만 내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꽤 큰 규모의 클럽이 있었다. 처음에 숙박할 때는 굉장히 불편했다. 잠을 청하려고 하면 온갖 EDM 음악이 쏟아졌다. 새벽 5 시 까지. 귀마개를 무료로 주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인 고단함이 함께라면 잠드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깊게는 못 잤다.

  헝가리에서 마지막 밤, 드디어 혹은 벌써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늦은 저녁에 어부의 요새로 꽤 먼 거리 산책도 가고 맥주도 한 잔 한 상태여서 고단했지만 정신은 희한하게 또렷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날인 만큼 몸이 과부화 걸리는 걸 뇌가 허락한 듯 싶었다. 다음 날 오후 비행기인 만큼 늦게 일어나도 상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1 층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터질듯한 EDM으로 귀가 울렸지만 왠지 나쁘지만은 않았다.

  클럽에서 또렷한 정신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데킬라를 스트레이트로 네 잔 마셨다. 그 때부터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일행인 듯 춤추고 놀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몸짓을 한 날이었다. 왈츠부터 막춤까지 정말 신나게 놀았다. 내 24년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클럽에서 모르는 여자와 춘 왈츠는 잊지 못할 경험이다. 심지어 EDM 반주에 신나게 췄으니.

  클럽에서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라는 게 참 중독적이다. 가장 원초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친한 관계인듯이 몸을 맞대고 춤을 추지만,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건 그 사람의 몸짓과 외모가 전부이다. 심지어 외모는 쉴새없이 바뀌는 조명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머리는 술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몸짓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수단으로 관계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이다. 왜 사람들이 클럽 죽돌이 죽순이가 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비자를 가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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