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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22. 2018

048. 혼숙 도미토리에 관한 모든 것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숙박 체계는 혼숙 도미토리였다. 내가 경험했던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남자 전용과 여자 전용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침실부터 화장실, 그리고 샤워실 등 게스트하우스의 대부분의 시설이 그랬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호스텔 내 대부분의 시설이 남녀 공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젯거리도 아니지만 내가 호스텔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일종의 관념이 깨진 순간이라 좀 더 인상적이게 느낀 듯싶다. 결론은 혼숙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우선 투숙자들이 남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서로 여행은 어땠는지 묻는다. 여행 일정을 물어보기도 하고 갈만한 장소를 추천받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본질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방이 팬티만 입고 침대에 누워있든, 샤워를 하러 가든 간에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활동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방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고, 자신의 생활 방식을 아무렇지 않게 눈치 보지 않고 이어나간다. 물론 선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체로 방을 활보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팬티는 입는다.

  여행을 호스텔에서 이어나가면 이어나갈수록 혼숙이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일종의 개인주의,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다면 어떤 행위의 자유도 용납하는 사상 때문에 오히려 편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유가 남들에게 큰 피해로 다가가지 않는 다면 거의 대부분이 용납하고 인정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편했다. 혼숙이 중요하다기보다는 혼숙이라는 제도에서 엿볼 수 있는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남들의 삶에 대해서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존중해주는 삶의 자세. 나도 가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걱정이라는 탈을 쓴 간섭과 비-존중의 자세를 표현했다. 유럽에서 짧지 않은 기간을 머무르면서, 다시금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답은 서로를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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