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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26. 2018

050. 행동주의자의 정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호흡하다.

  체코의 바츨라프 광장은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혹은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대한민국의 모든 거리와 본질적으로 같다. 프라하의 봄과 민주항쟁, 공산주의 정권과 독재 정권, 희생당한 학생들. 바츨라프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소련의 무력 개입에 항거하는 의미로 목숨을 끊은 얀 팔라흐와 얀 자이츠의 동상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박종철·이한열 열사, 혹은 전태일 열사가 있다. 처음 가 본 광장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느낀 건 동일한 역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영달을 초월한, 어떤 것도 꺾을 수 없는 강인한 시민의식은 아직 내가 갖추지 못한 것 중 하나이다. 사회적 부조리를 인지하고 어떻게든 타파해보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했는가, 혹은 SNS에 글 쓰는 걸 넘어선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와 부조리의 타파를 위해 직접 몸을 이끌고 광화문, 연세대, 고려대, 혹은 서울역 앞으로 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타오르는 시민의식을 군 복무하면서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바츨라프 광장에서 대학생 동상을 본 순간 다시금 느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단순한 말 잔치가 아니라 행동주의자들의 정의이다. 모두가 생각만 하고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촛불 혁명을 마주할 수 없었다. 프라하의 봄이 없었다면 벨벳혁명도 없었다.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처럼 빌보드를 내 거는 것처럼, 남성 중심의 영화 산업에 침묵하지 않고 행동한, 밀드레드 역을 맡아 열연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처럼 우리 모두 망설이지 말고 생각하는 걸 넘어서 발걸음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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