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서 Aug 27. 2018

051. 입국

여행은 항상 아쉽다. 혹은 아쉬워야만 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여행의 그 어떤 날보다 새롭다. 마지막 날은 온전히 여행을 즐기는 날이기보다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선 상에 놓인 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만큼은 비록 헝가리에 있지만 이제 일상 속에서 부유하는 나를 떠올리고 변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여유롭게 트래킹을 즐기고 거리를 쏘다니며 글을 쓰는 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에서의 삶만 좋은 건 아닐뿐더러 서울에서의 삶이 나쁘지만은 않다. 여느 때의 나보다 흔하지만 가장 나다운 나는 서울에서의 나다. '조현서'라는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은 결국 대한민국 서울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24년을 서울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내가 '조현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기에 가장 편한 공간이자, '조현서'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큰 조각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유럽에서의 발걸음을 멈추고 귀국하는 날은 단순히 헬조선으로 돌아가는 절망스러운 날이라기보다는 다시금 나 스스로를 마주하러 가는 설레는 날인지도 모른다. 헝가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새로운 조현서를 마주하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050. 행동주의자의 정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