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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29. 2018

052. 후기 :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시대

우리는 모두 대단하다.

  15일 동안의 유럽여행이 입국 비행기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거창한 표현이겠지만 내 인생엔 이 정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이번 유럽여행이 소중하고 중요했다. 흔한 동유럽 여행일 수 있지만 아무리 흔한 무언가더라도 흔함에서 느끼는 무언가는 사람마다 다르듯 나에게 이번 유럽여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번 여행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일상은 평범하다 못해 권태로웠고 나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부속품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를 부속품처럼 생각할 때 떠난 유럽여행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군대라는 거대한 집단의 부속품으로 기능하는 21개월 동안은 내 가치관과 개성보다는 언제나 집단의 가치가 더 우선이었다. 우리나라 사회 전반도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의 기준에 약간 어긋나면 바로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사회의 기득권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관을 거세당한다. 설리가 비난받은 과정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인스타에서의 영상 몇 개로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설현도 또 다른 예시다. 남자 개그맨이 역사 상식을 틀리는 건 웃기는 레전드 영상이지만 여자 연예인이 역사를 모르면 매국노로 전락한다.

  유럽 여행 중 방문한 여러 공간들과 만난 소중한 인연은 내가 21개월 동안 젖어있던 낡은 사고를 버리는 데 충분했다. 개인이 먼저다. 개인이 존재하기에 사회가 존재한다. 여행을 하면서 이 당연한 명제를 다시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나갔다. 설령 사회에서 '정석'으로 여겨지지 않아도 그로 인한 불안보다는 그 방법에서 오는 행복을 더 우선시했다. 사회적인 터부 혹은 남들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타투로 몸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폐가 썩을 정도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클럽에서 엄청나게 몸을 흔들기도 한다. 물론 다른 방식도 있다. 이렇게 솔직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 역시 자신만의 방법을 갖췄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괴롭히는 호구지책의 문제 때문에,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 숨기고 있거나 사회에 적응한 것 아닐까. 어느새 사회의 적응이 한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큰 단면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면모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 개인이 존재하기에 사회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모두 대단하고,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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