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남자: 헤이트풀 8

단순한 수다라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이라면 뭔가 다르다.

by 조현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영화는 언제나 화제였다. 일반 상업영화와는 차별화된 그 만의 스타일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팬인 사람들도 많다. 비선형적인 영화 구성, 복잡한 시간 배열,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배열하는 다중 플롯은 그의 대표적인 연출 방식이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대사량, 시시껄렁한 농담 (특히 대중문화에 관련된), 대중 팝 음악의 적극적인 사용 그리고 잔인함 및 피가 넘치는 화면 등은 그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이처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은 연출가로서 본인만의 지장이 확실한 감독님이다. <저수지의 개들>부터 이번 <헤이트풀 8>까지 본인만의 색채가 확실한 여덜 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존경해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본인 만이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운 쿠엔틴 타란티노. 사진 출처: 아시아 경제

<헤이트풀 8>에서도 역시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지장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전히 많은 대사량, 정말 효과적인 잔인한 장면의 사용, 비선형적인 영화 구성 등 우리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 할 때 떠오르는 그 모습 그대로인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나 인물 사이의 대화가 영화 전개의 핵심 역할을 한다. 보통 대사 위주로 흘러가는 영화에서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헤이트풀 8>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뛰어난 각본가와 연출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대사가 계속되는 장면에서도 서스펜스를 잃지 않는다. 마차 안에서 마커스 워렌 소령 (사무엘 잭슨)과 존 루스 (커트 러셀) 그리고 데이지 도머그 (제니퍼 제이슨 리)셋이서 대화를 하는 장면부터 그 뒤에 이어지는 존 루스가 데이지 도머그를 한 대 치는 장면까지 대사 외에 다른 행동이 있지 않지만 그 장면에서도 긴장감이 계속해서 느껴진다. 그리고 크리스 매닉스 (윌트 고긴스)가 남북전쟁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은 그 뒤에 딱히 어떤 사건이 이어지지도 않지만 크리스 매닉스와 마커스 워렌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엄청나다. <헤이트풀 8>이라는 영화에서 맛깔난 대사, 그리고 대사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는 이 영화의 최대 성취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인물 사이 대화 장면이지만 긴장감이 엄청나다.

대사 내에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 점이다. 대사 속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 마커스 워렌 소령과 크리스 매닉스가 마차 속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아니면 남부 연합군 장교 혹은 마커스 워렌 소령과의 대화 장면이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이 영화가 마커스 워렌과 크리스 매닉스가 힘을 합쳐 데이지 도머그를 죽이는 장면에서 이러한 주제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님 영화 답게 비판이 목적이 절대 아니다. 단순히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을 삼아서 그것을 소재로 최대한 영화의 재미를 추구한달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도머그를 목 메 죽이는 장면에서의 쾌감이 가장 크게 느껴질 뿐이지 교훈적인 측면은 느끼기 어렵다. 이는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과 유사한 측면으로서 비교할 수 있는데,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에서도 나치라는 소재를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했다기보다는, 쳐부수고 하는 폭력의 대상이지만 그러한 폭력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나치를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헤이트풀 8>은 동일 선상에 나치가 아닌 인종차별주의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훈적인 소재에서 장르적 쾌감을 최대한으로 뽑아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더욱더 대단한 점으로 <헤이트풀 8>의 연출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주로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데서 올 수 있는 지루함을 대사와 더불어 연출의 힘으로 극복해 낸다. 대표적으로 챕터 4의 <Domergu's got a secret>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챕터에서 바로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시간 되돌리기가 사용되는데, 여기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의 내레이션까지 곁들여지면서 영화적 재미가 극대화된다. 이 장면을 통해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궁금증까지 자아내면서 영화의 흥미를 한 껏 끌어올린다. 그렇기에 데이지 도머그가 기타를 치면서 존 루스가 죽기를 기대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 중 한 가지로 꼽힐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재치 있는 연출이 그 장면에서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뒷부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흥미까지 자아내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이야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빛나니 금상첨화라고 말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헤이트풀 8>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더 맛깔나게 만든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마커스 워렌을 맡은 사무엘 잭슨은 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 특히 고환을 권총으로 저격하는 장면 이후의 사무엘 잭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크리스 매닉스가 본인 편을 들 때 기뻐하면서 아파하는 장면은 정말 그가 대단한 연기자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크리스 매닉스를 맡은 윌트 고긴스는 이 영화에서 시종일관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특히 마커스 워렌과 함께 존 루스를 죽인 용의자 세 명을 조준하는 장면에서 본인의 의견이 인정받자 씩 웃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이다. 그 이후에 조 게이지 (마이클 매드슨)이 범인임이 들통나자 본인의 추리가 맞았다고 하는 장면은 정말 <헤이트풀 8>의 백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또한 데이지 도머그를 맡은 제니퍼 제이슨 리는 뭔가 비밀이 있는 여성의 모습을 정말 효과적이게 보여준다. 존 루스에게 얼굴에 주먹 한 대 맞고 나서 마커스 워렌을 보고 피를 핥으면서 씩 웃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데이지 도머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이 부분의 연기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 외에 여러 다른 주, 조연들도 모두 연기로는 흠잡을 부분이 없다. 흥미로운 이야기, 재치 있는 연출, 뛰어난 연기가 모여있는 이 작품을 꼭 한 번 씩 보는 걸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이 열 번째 작품을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한다고 하는 데, 한 작품 한 작품 줄어들 때마다 아쉬움이 점점 더 커진다.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을 계속해서 기대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진행하고 참여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에서도 다루었으니, 꼭 한번 팟캐스트로도 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팟빵과 아이튠즈 팟캐스트 두 군데 모두에서 들을 수 있다.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팟캐스트 홈페이지: http://www.podbbang.com/ch/10315)


2016.02.24

"어쩌다 보게 된 다섯 번째 영화" <헤이트풀 8>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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