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버드맨, 이웃집에 신이 산다, 위플래쉬 그리고...
2015년에 역시나 수 많은 외국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걸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도 꽤 많이 개봉했는데요. 2015년에 개봉한 외국 영화 중 가장 좋았던 다섯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혹시나 여기 언급된 작품 중 보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꼭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5위부터 차례대로 공개하겠습니다.
5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한 줄 평: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속에서 숨 쉴 틈 없을 정도로 밀도 있는 카 체이싱 액션(들)의 극단을 선보이는 조지 밀러 감독.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을 영화관에서 보고 나오면 온 몸의 진이 빠진다. 그 정도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 영화이다.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장대하고 지독한 카 체이싱 액션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 내에서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여느 영화에서 단점으로 여겨지는 단선적인 스토리라인을 영리하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폭발 같은 쾌감과 긴박감을 주는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조지 밀러 감독님이 영화에서 여성을 그려내는 모습 또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또 다른 눈여겨볼 점이다. 체제의 불합리성을 깨닫고 체제 정복에 성공하는 주인공이 여자일 뿐만 아니라 그녀를 돕는 대부분의 인물이 여자라는 점을 볼 때 오히려 남성보다 더 주체적인 존재로서 여성을 그렸다. 이러한 여러 가지 매력 포인트 중에서도 가장 백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지독한 카 체이싱 액션 장면들이다. 와이어를 제외한 CG를 거의 쓰지 않은 광기 어린 액션(들)을 보고 있자 하면 압도당한다는 기분이 절로 든다. 정말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조지 밀러는 미쳤다!"라는 말로 요약 가능한 영화이다.
4위. <버드맨>
한 줄 평: 시나리오 내 캐릭터,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그리고 이냐리투 감독님의 연출이 서로 맞물려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버드맨>은 우선 눈이 즐거운 영화이다. 연극에서 자살 시도를 하기 전까지 원테이크 형식을 취하는 영화는 관객들을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리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인격이 있기에 따로 누구 역이라는 말을 넣지 않았다). 또한 공중부양을 하는 오프닝 시퀀스, 공중부양을 하며 거리를 폭파시키는 장면, 후반부에 팬티만 입은 채로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은 시각적인 강렬함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끌게 만들어 한 차례 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장면들이 켜켜이 쌓여 마이클 키튼이 연극 무대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에 이를 때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배우라는 존재의 위대함과 절박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원테이크의 형식을 취한 촬영 방식은 한 연극배우의 절박하고 불안한 심리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엇박자의 드럼 비트는 불안감을 한 층 더 고취시킨다. 그리고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이러한 형식 아래에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다양한 인격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본인 스스로의 인생을 끌어들인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을 보면 알 수 있다.
3위. <이웃집에 신이 산다>
한 줄 평: 통통 튀는 기발한 소재, 그 기발한 소재로 흥미롭게 전개되어져 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재기 발랄한 연출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재치 있다. 우선 캐릭터가 흥미롭다. 신을 악역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이렇도록 찌질하고 속 좁은 캐릭터로 묘사한 것이 색다르다. 이와 더불어 신에 반항해 세상으로 내려가는데 실패한 예수, 신에 기 눌려 사는 여신, 그리고 신에 반항하는 딸은 종교적 현실 통념을 완전히 비틀어 버리는 소재로서 영화를 한층 더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색다른 설정을 더 통통 튀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연출이다.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영화는 통통 튀는 매력을 잃지 않는다. 디유(신, 브누와 뽀엘부르드)가 하나님 맙소사라고 말하는 장면, 죽은 낙타 냄새가 난다 했을 때 실제 낙타 인서트가 들어가는 장면, 호두 깨는 소리가 난다 했을 때 실제 호두를 깨는 장면을 인서트로 넣는 등의 장면은 이 영화 특유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또한 계속해서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을 거는 에아(필리 그로인)는 이러한 영화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오히려 영화 내 상황에 대해서 관객이 이성적인 판단을 놓치지 않도록 유도한다. 이토록 특이하고 튀는 설정과 형식 속에서 영화가 선사해나가는 이야기는 진지하다. 새로운 성서를 쓰는 과정 속에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동시에 그들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죽을 날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보고 있으면 역설적으로 죽을 날을 모르는 현실의 나의 모습을 다시 반성하게 된다. 기발한 상상 속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개해 나가는 훌륭한 영화.
2위. <위플래쉬>
한 줄 평: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에너지의 극단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강렬하다. 극단을 꿈꾸는 학생과 극단까지 도달하도록 다그치는 스승이라는 단순한 소재 속에서 <위플래쉬>는 강렬한 영화적 에너지의 극단을 선사한다. 특히 중반부 앤드류(마일즈 텔러)가 드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 손에 피가 나는 지경까지 연습하는 장면, 그리고 플렛처 교수(J.K. 시몬스)가 정말 극한까지 앤드류를 몰아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차에 치이는 불상사를 겪고도 연주를 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장면, 그 뒤에 완벽한 연주를 광기 어리게 선보이는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웬만한 액션 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 이토록 엄청난 카타르시스 속에서도 영화는 할 말을 잃지 않는다. 플렛쳐 교수의 제자가 자살했다는 이야기 및 앤드류가 본인의 삶을 스스로 파괴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플래쉬>는 바로 비인격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성취한 엄청난 예술의 존재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이는 J.K 시몬스 교수를 클로즈업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앤드류의 성장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엄청난 에너지 속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보임과 동시에 말하려고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몇 안 되는 훌륭한 영화이다.
1위. <택시>
한 줄 평: "밟아도 묶어도, 영화는 멈추지 않는다." (김혜리 평론가 한 줄 평 인용)
<위플래쉬>가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잘 보여줬다면, <택시>는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대답이다. <택시>는 보면 존경심이 이는 영화다. 택시 안에 몰래 카메라를 두고 택시 관객의 삶을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는 이 영화는 각각의 등장인물의 삶, 그리고 그들이 취하는 삶의 자세를 통해서 영화라는 매체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감독의 예술혼을 보여준다. <택시>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말하는 예술혼은 현재 이란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처해있는 출국금지 및 영화 제작 금지 조치를 생각해 보면 한 층 더 존경심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영화는 예술은 통제 가능하다는 몇몇 망상가들에 대한 파나히 감독의 대답이며, 더 나아가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파나히 감독의 고민이다. 이토록 깊이 있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낸 연출은 이 영화를 대단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다. 예술을 통제하는 체제를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것 만으로 이미 예술가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강압적인 체제는 이 영화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모 대통령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올해 최고의 영화.
이외에도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인상 깊은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인사이드 아웃>
<사울의 아들>
<무스탕>
<킹스맨>
<폭스캐쳐>
<리얼 술래잡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더 랍스터>
사실 2015 외국영화 베스트라는 소재는 내가 진행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에서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팟캐스트에서는 저를 포함한 네 명의 DJ (정종혁, 조현서, 배영준, 박도영)의 순위를 합산한 결과이기에 이 글에서의 순위와는 다릅니다. 저 보다 더 영화에 능통한 다른 DJ의 의견도 듣고 싶다면 팟빵에서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을 검색해서 한 번 들어 보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팟캐스트 내 제 순위와 여기에서 소개한 제 순위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생각이 바뀌어서 그러하니 용서해주시길.)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팟캐스트 홈페이지
http://www.podbbang.com/ch/10315)
2016.02.18
2015 최고의 외국영화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