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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Sep 07. 2018

054. 다른 공연이 결코 넘볼 수 없는 바로 그 지점

고려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로그스' 공연 <Logside out> 후기

  고려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로그스’의 정기공연 <Logside out>을 관람했다. 친한 형이 지난 학기부터 활동 중인데, 워낙 노래 실력이 출중해서 기대가 컸다. 특히 평소에 말수가 적은 이 형이 무대에서 어떤 에너지를 발산할지 궁금했다. 무대에 선 그 형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면서, 형을 어떻게 놀려먹을지 고민하면서,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인촌기념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예전에 돌빛에서 개최한 <Little Forest Festival> 때 로그스에서 영화 상영 사이 공연을 했는데, 실외행사였고 나는 행사 준비를 도와주는데 바빠서 로그스의 아카펠라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내에서 온전히 로그스의 아카펠라에 집중했고, 로그스의 훌륭한 무대는 내 가벼운 마음을 가볍게 상회했다. 특히 <Cheerleader>와 <Blackpink mashup>, 그리고 <Closer>의 무대는 보고 탄성을 내뱉을 정도였다. 아카펠라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음악의 완성도를 내가 평가하기는 무리이지만 내가 느꼈던 감흥은 실제 프로의 공연을 보는 것 못지않았다. 앙코르곡 <붉은 노을>은 내 감흥에 방점을 정확히 찍어줬다. 친한 형이 중앙에서 노래를 시원하게 잘 불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로그스' 전원이 무대에 나와 시원섭섭하게 마지막 무대를 다 같이 즐기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어느 무대보다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찼지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진하게 묻어나는 <붉은 노을>은 정말 완벽한 마무리였다.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우리는 학생 공연을 왜 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Logside out>처럼 훌륭한 질의 공연을 보여주는 경우도 물론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일반 기성 공연 혹은 문화활동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돈, 그리고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공연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장점만으로는 '어떤 측면에서 학생 공연이 관객이 2~3시간을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답하기는 부족하다. '로그스'의 <Logside out>처럼 학생 공연이라는 점을 배재해도 훌륭한 공연을 항상 마주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느 때는 완성도에서 아쉬울 수도 있고, 어느 때는 다른 이유로 아쉬울 때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왜 우리는 학생 공연을 볼까.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주인공 마에다 료야(카미키 류노스케 분)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영화를 대하지만, 막상 어느 영화감독이 될 거냐는 친구에 질문엔 "영화감독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라고 답한다. 다른 주인공은 하루에 몇 시간 씩 야구 배트 스윙을 연습하지만 프로 선수를 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온 힘을 다한다. 학생 공연을 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완성도나 전문성에서 부족한 지점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 공연이나 연극에서는 일종의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엄청난 에너지, 그리고 앞으로 다른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시원섭섭함, 여기가 끝이라는 아쉬움정도로 통칭할 수 있지만, 이 어휘들은 그때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부족하다. 말로 형연할 수 없는 이토록 다양한 감정,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는 결코 일반 기성 공연 및 문화활동이 넘볼 수 없는 지점이다. <Logside out>의 앙코르곡 <붉은 노을>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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