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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Nov 23. 2018

061. 천재

천재에 관한 짧은 이야기.

  뻔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뻔하게 자라서 뻔하게 대학을 입학해서 뻔하게 공부해서 학점을 따고 뻔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한 대학생이 있다. 그는 오늘도 뻔하게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뻔하게 8시에 집을 나와 뻔하게 9시에 도서관에 도착한다. 9시에 열람실에 들어가 뻔하게  노트북을 켜고 귀에는 뻔한 자세로 이어폰을 꽂는다. 뻔한 기업에 맞는 뻔한 자소서를 쓰면서 뻔하게 몇 시간 고생한다. 12시가 되면(뻔한 시간이다) 자리에 일어나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한다. 뻔한 식당의 뻔한 메뉴를 뻔한 목소리와 뻔한 자세로 주문한다. 정확히 10분 뒤 나온 음식을 뻔한 속도와 뻔한 자세로 먹는다. 뻔하게 카드로 계산하고 뻔한 인사말을 남기고 식당을 나와 다시 도서관 열람실로 향한다. 뻔한 시간대에 졸음이 몰려오는 그는 뻔한 카페에 들어가 너무나도 뻔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뻔하게 목을 주무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그는 뻔하게 4시에 도서관에서 나와서 잠시 학교 근처를 산책한다. 1시간 정도 지난 뒤 뻔하게 열람실로 들어와서 다시 자소서 작성에 몰두한다. 8시가 되면 뻔하게 가방을 싸고 열람실을 나선다. 이쯤 되면 뻔하지 않을 구석이 있을 것 같지만 지나치게 뻔하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뻔한 인물의 매일 반복되는  뻔한 하루다.

  그는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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