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서 Dec 24. 2018

064. 종강 전 도서관의 짙은 공기의 농도

난 왜 이걸 좋아하지?

  대학교의 종강일은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듣는 수업의 기말고사가 언제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종강 날짜는 대략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난다. 시험이 없는 수업을 듣는 사람은 종강이 더 빠르다. 미대 같은 경우는 과제전 날짜가 곧 종강 날짜인 걸 생각해보면 대략 2주일 가까이 차이가 난다. 누구의 종강은 12월 12일 일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후일 수도 있다. 마지막 학생의 종강 날짜에 도달함에 따라 학교에서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 분위기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데,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에서 적막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반면, 거대한 학교 건물이 꼿꼿이 거대한 적막함을 온몸으로 견디는 학교 건물을 보면 고목의 처량한 고고함이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도서관 안에 사람들의 모습이다. 기말고사가 시작될 때, 종강이 시작될 때는 끓어오르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마지막 시험을 잘 해내겠다는 의지, 혹은 이것만이라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양심으로 이뤄진 공기가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날짜가 지나면 지날수록 공기 속의 의지와 양심의 농도는 점점 옅어진다. 마지막 주의 금요일에 다다르면 의지와 양심을 지녀야 할 사람들 조차, 의지와 양심을 달성한 사람들의 이탈로 인하여 점점 잃어간다. 물론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지만, 분명한 점은 숨 막히는 공기가 점점 옅어진다는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그렇게나 역한 짙은 농도의 도서관 공기가, 종강을 한 지금은 묘하게 가끔 떠오른다. 공부에 재능이 없기에 시험공부를 하는 종강 전 일주일간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왜 자꾸 그때가 떠오를까. 공기의 농도가 점점 옅어지는 게 왜 아쉬웠을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063. 적당주의자의 특별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