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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Dec 26. 2018

065.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이름 붙이기.

  무언가에 대해서 이름을 붙이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단순하게 편의상 그 대상을 지칭할 단어가 필요해서 그 대상에 대응하는 단어를 제공하는 것뿐일까? 이름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 대응에 불과하다면, 왜 사람들은 이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까? 이름은 그 대상을 지칭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어느 순간 수단이라는 목적을 넘어서서 의미와 목적성을 부여한다. 처음에는 특정 대상을 지칭하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지만, 어느 순간 지칭에 불과한 이름이 그 대상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편의성에 입각한 행동이 그 편의성을 달성하고 난 뒤,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대상은 부여받은 이름을 제외하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아현동은 계속해서 변하는 중이다. 내가 살았던 혜성아파트 앞에는 작은 슈퍼가 있었는데, 이제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눈 앞을 가로막고 있다. 친구들과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던 작은 골목은 아파트 단지 내 공원으로 변했다. 하늘 높은 지 모르는 거대한 직육면체가 아현동을 전부 다 점령하기 일보직전이다. 그렇지 않은 곳은 미약하게나마 이곳이 원래 '아현동'이었음을 증명하는 중이다. 칼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재개발 광'풍'은 아현동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중이다. 이름을 부여받았을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본질을 담고 있다면, 그 이름은 과연 정당한가? 그곳은 여전히 아현동인가? 아현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현동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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