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살아남기 #8
스웨덴에서의 내 하루는 이렇다. 아침에 귀찮음을 이기고 일어나서 어제저녁에 먹은 접시와 냄비를 설거지하고, 설거지한 냄비에 불려놓은 쌀로 밥을 안치고, 계란 프라이와 닭가슴살을 굽는다. 밥 뜸 들일 때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샤워를 마칠 때 즈음 밥이 완성되고,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이빨을 닦고, 책상과 침대를 정리하고 라디에이터를 끈다. 수업 시간까지 여유로우면 아침에 먹은 그릇과 접시를 설거지한다. 그리고 수업을 듣거나, 운동을 하러 방을 나선다. 글로 적으면 채 한 문단도 되지 않는 이 일과가 실제로는 꽤나 시간을 잡아먹는다. 빨리하면 1시간이면 될 것 같은 이 아침 일과가 나는 거의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나는 한 5분 정도 여유를 부렸다고 생각했는 데 시간을 보면 30분이 이미 지나있다. '오늘은 좀 빨리 준비했는데?'라고 생각을 하면 바로 방을 나서지 않으면 수업에 늦을 시간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조금 쓰거나 장을 보고, 집에 가서 닭가슴살을 저녁으로 먹고, 운동을 간다. 이러면 딱 저녁 11시이다. 다른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살았을 때는 내 일상의 상당 부분을 어머니와 아버지가 대신해줬다. 내가 아침을 만드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고, 장을 보는 경우는 더 드물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께 시리얼이나 빵으로 간단히 내가 알아서 한다 해도 특히 어머니는 나보다 항상 1시간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내 분수에 맞지 않을 만큼 감사한 일이지만 교환학생을 오기 전까지 일상의 무게를 몸소 느끼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밥은 나에게 당연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심지어 내가 동아리 활동 때문에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가야 할 때도, 어머니는 네시 반에 일어나서 5시 반에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그 일상의 힘겨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글을 통해 부모님께, 특히 매일 아침마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리는 어머니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서울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서 쓸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과장된 시간이었다. 원래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시간을 부모님의 노고로 쓸 수 있던 거였다. 부모님의 시간을 내가 뺏어서 쓴 것과 다를 바 없다. 혼자 살아가는 데 현재의 나는, 살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보다 장을 봐야 한다. 글이 아무리 좋아도 며칠간 굶으면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글쓰기나 동아리 활동이라는 사실 보면 별로 현실적인 가치도 없어 보이는 일에 당신의 시간을 내어준 부모님께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