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서 초단편소설 프로젝트 #14
"비네"
"네?"
"삼만 원이 빈다고. 현지야.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무슨 말씀 하시는 지..."
"현지야, 내가 우습지?"
"아니요..."
"똑바로 하자... 응?"
"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3단계로 격상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후였다. 나는 카페 사장의 데이트 제안을 거절했고, 사장은 이후 자존심이 상했는지 나에게 온갖 트집을 잡으면서 괴롭혔다. 손님이 구경하다가 깨트린 찻잔도 내 잘못으로 몰아갔고, 건물 전체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 및 정전도 제대로 대비를 해놓지 않았다고 욕을 섞어가며 다그쳤다. 사장은 권력상 우위를 끊임없이 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걸 통해 자신의 수치심을 최대한 감췄다. 수치심을 티 나게 감출수록 나는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코로나 3단계에서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방법은 코인뿐이었다. 고용 하락으로 인하여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주가가 폭락한 와중에 폭락하지 않은 분야는 코인밖에 없었다. 한국 내 일일 코로나 감염자가 십만 명을 넘어가면서 코스피 2000이 무너졌지만, 코인 판은 여전히 건재했다. 앨론 머스크의 몇 가지 트윗만으로도 몇 만 퍼센트 폭증할 정도로 코인 판에 풀린 돈은 여전히 상당했다. 테슬라 주식이 오르는 것보다 도지코인의 상승 폭이 더 클 정도로, 코인 판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었다.
나에게도 이 지옥 같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방법은 코인밖에 없었다. 점점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기에 현재의 아르바이트 수입이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매일 카페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나는 집에서 업비트를 켜서 코인 가격과 거래량을 확인했다. 주식과 달리 마감 시간이 없어서 매일 쪽잠을 자면서 확인해야 했다. 계속해서 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뉴스와 관련 소식을 찾아보고, 단타 싸움을 하기 좋은 코인을 찾아서 넣고 빼는 일을 24시간 내내 해야 했다. 주식은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만 고생하면 그 이후에는 숨 쉴틈이 있었지만, 코인은 숨 쉴틈 없었다. 나는 아르바이트해서 버는 돈의 80%를 코인에 투자하고, 하루하루를 카페에서 제공하는 점심과 커피, 그리고 컵라면으로 버텼다. 사장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성희롱과 모욕도 코인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라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카카오톡 어플이 엄청난 카톡 트래픽으로 인하여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유는 바로 정부의 발표였다.
"청년들의 비상식적인 코인 투기를 정부는 적절히 막아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기준을 갖추지 못한 코인 거래소 50개소를 폐쇄하고, 코인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서 33.3%의 세금을 걷는 명령을 공시하고 시행합니다."
모든 코인 값이 30% 이상 급락하기 시작했다.
난 어떡하지...?
나는 이 지옥같은 아르바이트와 월세의 압박에서 앞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커피숍 밖에는 예보에 없던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는 파란 코인차트 급락과 똑같아 보였다. 비는 내 심장을 치는지도 모르고 세차게 내 심장을 가격했다. 카페에는 코드쿤스트와 타블로의 노래 <비네>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