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마음에서도 이탈해버린 <시간이탈자>

조악한 각본을 감독, 스탭 그리고 배우가 맞이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by 조현서

<시간이탈자>는 올해 상반기 개봉 영화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한국 영화들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두터운 팬덤과 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 조정석, 이진욱 그리고 임수정이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로맨스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클래식> 및 <엽기적인 그녀>의 연출을 맡은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곽재용 감독의 주 무기인 로맨스-드라마 장르가 아니라 (감성 추적) 스릴러 장르라는 사실은 <시간 이탈자>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더 커지는 데 일조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나에게는 특히 조정석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특종: 량첸 살인기> 이후로 계속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내 생각에 <시간이탈자>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간이탈자>는 전반적으로 결점이 많은 각본을 이해하는 데 감독, 각본가, 연기자 모두가 실패한 결과물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세 요소가 모두 헤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멜로 영화라는 목적 달성 실패


<시간이탈자>는 요약하자면 타임 슬립을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스릴러-멜로 영화이다. 감성 스릴러 영화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는 멜로 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는데, 이것이 <시간이탈자>의 최대 단점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영화가 멜로 영화의 틀을 따르고 있지만 멜로를 향해 달려가는 추진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향해 달려가는 그 감정의 깊이 조차 너무나 얕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주인공 윤정(임수정)을 구하는 데 이야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 두 명은 윤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범인을 쫒는 와중 범인과 관련된 여러 다른 사건의 해결까지도 담당한다. 예를 들면 강당 홀로코스트 사건, 학생들의 살인 사건 등등 말이다. 이렇게 부차적인 사건의 해결까지도 영화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멜로를 향해 달려가는 추진력이 너무나 약해진다. 곁가지는 화려하지만 결국 그것을 지탱하는 뿌리가 너무나 얉팍하달까. 게다가 향해가는 대상인 멜로 자체의 감정도 쉽게 휘발된다. 두 남자가 사랑하는 주인공 윤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여자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결국 윤정의 캐릭터 자체가 제대로 묘사된 적이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즉 윤정이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여자 주인공으로 기능적으로 활용되었기에,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감정이 깊게 남지 않는다. 멜로 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시간이탈자>가 관객들에게 각인해야 하는 것이 깊고 진실된 사랑인데, 그 목표에서 <시간이탈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멜로영화의 구조를 따른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멜로 영화에 가깝지만, 결국 감정 전달에 실패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조악한 디테일과 구멍 뚫린 개연성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와 이야기 자체의 부조화도 문제지만, <시간이탈자>는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의 디테일 그 자체에도 구멍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우선 범인인 생물 선생(전신환)이 윤정의 학생들을 죽이는 걸 미래의 꿈을 통해 알아챈 지환(조정석)은 살인이 벌어질 그 밤에 잠복한다. 분명히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가스로 죽이는 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를 하고 가지 않은 지환은 정신을 잃을 뻔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적어도 수건에 물을 적시는 정도의 준비는 했을 것이다.


이러한 장면이 셀 수 없이 많다. 초반부에 건우(이진욱)가 소은(임수정)을 따라가는 장면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숨을 거면 숨든지, 모른 척을 하려면 모른 척을 하든지 해야 되는데, 그 장면에서 건우의 행동은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또 있다. 강반장(정진영)이 소은을 쫒을 때 처음에는 그녀에게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지환의 말을 듣고 미행했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방범죄를 행하는데, 분명히 애초에 모방범죄를 일으킬 계획이 없었으면서 범죄를 일으킬 약품과 방독면은 왜 바로 조수석에 있는 것인가?


하이라이트는 바로 강당 살인 장면이다. 강당에서의 홀로코스트 살인을 실패한 생물 선생은 주인공의 눈을 피해 학생들의 틈에 섞여 칼을 신문지에 감싸 타임캡슐 안에 숨긴다. 이 장면에서만 몇 가지의 개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신문지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는 데에도 타임캡슐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때 체육복을 입고 있는데, 어느 학생도 놀라거나 말을 걸지 않는다. 선생님이 학생이 입는 체육복을 입고 학생들 사이로 들어갔는 데 아무 말이 없다. 이 장면은 특히나 관객들이 잘못된 예상과 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관객들은 화면에 나오는 샷들로 본인만의 추리를 진행해 나가는데, 그 추리를 완전히 잘못된 방향에서 배신해버리기 때문이다. 왜 그 화면이 영화의 결론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아예 배재되어있는 장면은 관객을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이다. 결과적으로, 개연성을 무시하는 스토리 전개와 장면들이 <시간이탈자>에 몰입하는 데 너무나 큰 장애물로 기능한다.


몇몇 장면에서의 무너진 개연성과 디테일의 부재는 관객들을 한숨쉬게 만든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헛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연기

<시간이탈자>에 나오는 배우들 대다수가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다. 그나마 평균 정도의 연기를 한 배우는 조정석 정도. 심지어 조정석 배우님도 몇몇 장면에서는 스스로가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대다수의 배우가 이렇게나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것은 분명 배우의 문제 보다도 감독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장면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시켜주지 못했기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윤정과 소은 역할을 맡은 임수정 배우님은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데 실패한다. 본인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만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없다. 건우 역을 맡은 이진우 배우님은 영화에서 등장할 때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 없다. <시간이탈자>에 녹아들지 못하고 튄다. 말투 하나하나가 마치 로봇이 치는 느낌이 들 정도. 하이라이트는 소은(임수정)이 강반장(정진영)이 한 유사범죄 현장을 빠져나와서 건우가 있는 곳으로 도망쳐 오는데, 도망쳐 오는 소은을 보지 못하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까지 다른 장면에 비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지만, 너무 이진욱 배우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 개연성까지 떨어져 보인다. 마치 오는 것을 봤지만 출발하는 상황 같아 보인다. 한 배우가 작품을 잘 못 이해할 때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시간이탈자>의 이진욱 배우를 통해 볼 수 있다. 심지어 여타 영화에서 꽤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정웅인이나 정진영 배우님의 연기까지도 <시간이탈자>에서는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요약하자면, <시간이탈자>는 개연성이 부족한 각본이 연기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따른 어색한 연기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이다.


연기가 맛깔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단 한 장면도 없다. 장담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감각적인 연출, 뛰어난 촬영, 현란한 편집

<시간이탈자>가 단점으로만 가득 차 있는 영화는 물론 절대 아니다. 이 영화에서도 나름의 매력포인트가 존재하는 데, 바로 감각적인 연출, 뛰어난 촬영 및 현란하고 빠른 편집이다. <시간이탈자>는 위에 언급한 여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보는 맛이 있는 영화이다. 한 컷 한 컷이 상당히 감각적이고 효과적이고, 부각되어야 하는 대상과 등장해야 하는 주인공 및 배경을 오차 없이 담아낸다. 특히나 소은이 강반장으로부터 도망쳐 나오는 장면과 마지막에 조정석이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중반부에 강당에서 건우와 지환이 마주하는 장면에서의 연출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감각적인 연출을 가능케 한 촬영 역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스릴감을 주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촬영은 단 한 차례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특히 중반부의 범인을 쫓는 신들에서의 촬영은 감탄을 자아낸다. 편집 역시나 촬영과 마찬가지로, 중반부의 범인을 추격하는 데 있어서의 빠른 편집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이토록 촬영과 편집이 상당히 훌륭했기에, 감독이 각본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불완전하게 재창조한 것(부족일 수도, 과잉일 수도 있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배우들의 연기와는 다르게 촬영과 편집은 훌륭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전반적으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너무 큰 영화이지만, <시간이탈자>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강력하게 추천을 밀어붙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러 간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2016.04.27

어쩌다 예매한 열두 번째 영화 <시간이탈자>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영화 읽어주는 남자 매거진은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업데이트됩니다.

*영화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거나, 다른 접근을 원하신다면 제가 참여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영화 리뷰 팟캐스트를 추천합니다.

*팟캐스트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0315


*곧 새로운 매거진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외 '시집 자화상' 매거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및 댓글은 항상 환영입니다! 피드백 역시나 항상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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