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총 4일간 12편의 기록.
수요일에 업데이트한다는 약속을 바로 다음 주부터 지키지 못해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전주국제영화제 일정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너무 부족했는데요. 다음부터는 <영화 읽어주는 남자> 연재 늦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월 7일까지 영화인들의 축제인 전주국제영화제는 계속 진행되는데요. 이번 연휴를 맞아 오늘부터 내려가서 즐기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고려대학교 중앙영화연구회 <돌빛>도 이번 연휴 때 내려간다고 하니, 오히려 이전 주보다 훨씬 더 북적거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본 열세 편의 작품을 하루빨리 짧게라도 평가를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무르는 기간에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작품을 보는 것이 영화제를 좀 더 즐겁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가 본 작품 리뷰 들어갑니다.
영읽남이 본 작품
<올드 데이즈>, <앙겔레스쿠 가족>, <라디오 드림즈>, <액터 마르티네즈>, <플랜타스>, <슈나이더 대 백스>, <맨 앤 치킨>, <네이키드 청춘>, <클랜>, <단식광대>, <더 클럽>, <최악의 여자>
사실 예매한 작품은 2~3편 정도 더 있는데 숙소에서 낮잠 자다가 놓쳤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님의 <주눈>을 놓친 건 진짜 후회되네요. 전에 추천드린 작품과 차이가 약간 있는데, <본 투비 블루> 같은 작품은 매진되어서 보지 못했고 그 외 몇몇 작품도 사정상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 점 사과드립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별점을 매겨볼 까 합니다. 사실 영화를 별점이라는 천편일률적이고 영화의 다양한 부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체계로 분류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별점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직관적이고 받아들이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리뷰이기 때문에 보충하는 자료로서 별점을 첨부하는 것이 꽤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가 최저점, ★★★★★가 최고점입니다. 그럼 바로 리뷰 들어갑니다!
1. 올드 데이즈(Old days)
감독:한선희 (HAN Sunhee)/ 장르: 다큐멘터리
현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큰 국제적 성공을 거둔 박찬욱의 <올드보이>. 시간이 흐른 지금 감독과 배우와 스탭들이 마술에 걸린 듯한 영화 현장의 기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곧 출시를 앞둔 <올드보이> 특별판 블루레이에 수록하고자 기획된 다큐멘터리.
별점: ★★★★
한 줄 평: 결국 영화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녹아있는 것
<올드 데이즈>는 평범하지만 충실하다. 그렇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꽤 울림이 클 수 있다. 영화를 구상하고 연출하는 단계에서의 박찬욱 감독의 완벽주의, 영화를 현실적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프로듀서의 노력, 각자 최고의 수준을 담아내려는 각 분야 감독들의 열정, 그리고 더 소름 돋는 장면을 위한 배우들의 끊임없는 캐릭터 연구와 연기. 이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올드 보이>라는 희대의 명작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찬욱 감독의 완벽주의와 그동안 구상한 것을 현장에서 바로 바꿀 수 있는 과감함이다(희대의 명장면인 장도리 액션 트래킹 샷은 현장에서 구상된 것이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내가 실수한 것 같다." 한마디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별 네 개 이상의 깨달음일 수 있다. 곧 10주년 <올드 보이> 블루레이에 실린다고 하니 다들 구입해보자.
2. 앙겔레스쿠 가족(Illegitimate)
감독: 아드리안 시타루 (Adrian SITARU)/ 장르: 극영화
네 자녀와 아버지의 평범한 저녁 식사가 아들의 폭로로 싸늘해진다. 과거에 아버지가 낙태를 지지하는 여성을 맹비난한 문서를 발견한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훨씬 더 불편한 진실을 공개해버린다.
별점: ★★★
한 줄 평: 파탄 나는 가정 속 광기 어린 갈등 속 변화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파격적인 소재를 보는 재미.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이다. 낙태를 하고자 하는 여성을 정부에 밀고했다는 아버지와 나머지 자녀들 간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중반부 쌍둥이 남매의 근친상간과 그로 인한 쌍둥이 여동생의 임신으로 갈등의 절정을 맞는다. 하지만 <앙겔레스쿠 가족>은 영화 내 광기 어린 갈등을 다루는 것을 통해서 그 너머에 있는 사회적 기제에 대해서 깊게 파고드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법과 제도 안에서의 여러 인간의 행동의 변화가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소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감독의 자세에서는 일견 통찰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한국에서 개봉 할리가 없기에(추측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영화제에서 관람하는 재미도 있다.
3. 라디오 드림스(Radio Dreams)
감독: 바박 잘랄리 (Babak JALALI)/ 장르: 극영화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하미드는 작가로서 꿈을 펼치고 중동의 문화를 널리 알리려 하지만 3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며 한계를 느낀다. 한편 방송국은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락 밴드와 메탈리카의 협연을 추진한다.
별점: ★★★
한 줄 평: 뼛속까지 전해지는 답답함 끝에 안타깝고 찝찝한 마무리.
하미드는 모든 예술가 혹은 작가가 공감할 만한 캐릭터이다.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바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그는 답답한 마음을 표출할,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 조차 없다. 게다가 새롭게 추진하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락 밴드 카불 드림스와 메탈리카와의 협연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온다는 메탈리카는 오지 않고 계속 시간이 지체된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 속에서 영화는 그 답답한 분위기를 오롯이 그대로 전한다. 초반부에는 웃음으로 다가오는 몇몇 장면도 나중에는 관객들도 온전히 하미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완전히 꽉 막힌 그 분위기에 관객들을 철저하게 이입시키는 감독의 의도는 그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딱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는 그 정도에서 그치고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 답답함 감정을 통해서 어떤 의도를 전달하려고 하는지가 약간 애매하다. 특히나 결말의 각본과 연출이 조금 아쉽다. 어떤 의도인지 짐작 가능하지만 확실하지가 않다. 아쉬움이 있지만 한 껏 캐릭터들에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
4. 플란타스(Plants)
감독: 로베르토 도베리스 (Roberto DOVERIS)/ 장르: 극영화
플로렌시아는 식물인간이 된 오빠를 난생처음 간병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소녀는 보름달이 뜨면 본색을 드러내는 식물들의 침공을 그린 만화 「Las Plantas」에 점점 집착한다.
별점: ★★☆
한 줄 평: 식물에 대한 집착은 온 데 간 데 없고 성적 욕망만 공허하게 남는다.
<플란타스>의 소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바로「Las Plantas」라는 책에 대한 집착과 점차 만개해가는 성적 욕망의 교차점이다. 이 부분이 바로 소녀들의 성적 욕망을 다루는 여타 수많은 영화와 차별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Las Plantas」라는 책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설득하는데 전혀 성공하지 못한다. 소녀가 식물인간이 된 오빠한테서의 해방감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성적 욕망이 점점 더 커져가는 과정은 자못 설득적이게 제시하나, 영화는 딱 그 정도에서 멈춘다. 간간히 책을 보는 장면이 제시되기는 하나, 그 이상의 의미를 함의하지 못한다. 구상은 좋았지만 결과물이 아쉬운 영화.
5. 액터 마르티네즈(Actor Martinez)
감독: 마이크 오트, 나단 실버 (Mike OTT, Nathan SILVER)/ 장르: 극영화
컴퓨터 수리기사이자 배우인 마르티네즈는 자신이 주연인 장편을 만들기 위해 두 명의 독립영화 제작자를 고용한다. 장르영화를 짜깁기하려던 원래 의도와 다르게 영화는 점점 마르티네즈 본인의 인생을 닮아간다.
별점: ★★☆
한 줄 평: 참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액터 마르티네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 들어 보면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줄거리가 실제 상황과 같다. 즉, 마르티네즈가 실제로 마이크 오트와 나단 실버 감독에게 본인이 주연인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그 과정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마르티네즈는 끝까지 영화가 촬영되는지 몰랐다고 한다. 과정이 자못 신기하고 흥미롭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흥미롭지 않다. 감독의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영상 자체가 크게 흥미롭지가 않다. 영화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지만 그 질문의 깊이 자체가 깊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접근 자체는 새로웠지만, 결과물은 한 없이 아쉬운 안타까운 작품.
6. 슈나이더 대 백스(Schneider vs. Bax)
감독: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 (Alex Van WARMERDAM)/ 장르: 극영화
살인청부업자 슈나이더는 의뢰를 받는다. 목표는 작가 레이먼 박스로 오늘 밤을 넘기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마침 생일이라 망설이던 슈나이더는 결국 일을 수락하지만, 간단해 보이던 암살은 의외로 쉽지가 않다.
별점: ★★★
한 줄 평: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하기에 중반부의 재치 있는 웃음 조차 공허하다.
<슈나이더 대 백스>는 웃기다. 초중반부에 나오는 재치 있는 대사와 상황은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데 충분하다. 블랙 코미디 장르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블랙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인간 세상의 부조리함 혹은 모순성에서 기인하는 웃음이 핵심이다. 하지만 감독이 <슈나이더 대 백스>를 통해서 인간 세상의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는 너무나 불분명하다. 주제 의식이 분명 존재하지만, 너무나 희미하다. 게다가 각각의 캐릭터도 너무나 기능적이다. 이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가?라는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는 슈나이더 한 명뿐이다. 슈나이더와 백스를 이간질시키는 캐릭터, 백스의 딸, 백스의 애인, 백스의 아버지 등은 왜 도대체 등장하는지 존재 가치를 찾기 조차 힘들 정도. 영화의 존재 의의라 할 수 있는 주제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캐릭터의 존재 의미는 찾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초중반부의 유머 조차 공허해지는 안타까운 영화.
지금까지 <영화 읽어주는 남자>의 전주국제영화제 관람 작품 리뷰였습니다. 나머지 작품은 2부로 다음 주 수요일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2부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6.05.06
전주국제영화제 작품 관람 리뷰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영화 읽어주는 남자 매거진은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업데이트됩니다.
*영화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거나, 다른 접근을 원하신다면 제가 참여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영화 리뷰 팟캐스트를 추천합니다.
*팟캐스트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0315
*곧 새로운 매거진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외 '시집 자화상' 매거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및 댓글은 항상 환영입니다! 피드백 역시나 항상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