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예술의 위대함, 그 속의 여러 이야기를 파헤친다.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꾸거나, 영화 산업 관계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영화라는 예술 매체가 가지는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그 짧다고 하면 짧을 수 있는 10분 혹은 2시간의 영상을 담아내기 위해서 본인을 버려가면서 몰입하는 것 아닐까. 밤을 새워가면서 120명이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한 컷 한 컷을 담아내기 위해서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모습만으로도 코 끝이 찡해진다. <헤일 시저>의 감동은 그 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좀 더 의미 있는 작품일 수 있다. 영화라는 예술이 수많은 사람의 끝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순간순간의 노력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예술로 승화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작품이 바로 <헤일 시저>이다.
개고생
영화는 에디 매닉스(조쉬 브롤린)의 생활을 훑는다.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에디 매닉스는 수많은 영화 촬영신을 관리하고 조율한다. 영화 하나하나를 개봉시키기 위해서 온갖 수고로운 일을 다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업무가 아닌, 즉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과 다른 잡다한 업무까지도 다 처리한다. 배우의 부족한 연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감독을 달래야 하고, 스캔들을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기자들로 하여금 기사를 내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며, 돌발행동을 벌이는 배우를 잡아다가 혼을 내줘야 한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가족과의 저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영화가 뭐길래, 그것을 개봉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삶을 엄청나게 희생시킨다.
현실적인, 냉담한 시선
게다가, 그 당시 영화계는 부도덕하고 낡은 집단이라고 비판하는 세력도 있었다. 우선, 이념적으로 영화판이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공산주의 성향의 시나리오 집필가 모임과 기술적으로, 영화는 곧 쇠락할 것이라고 말하는 항공산업 측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전혀 악역이 아니고, 영화판에 대한 꽤 의미 있는 성찰을 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 시나리오 집필자 모임은 영화계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심지어 현재까지도 유효한 지적이다. 어째서 비슷한 노동을 하면서도 누군가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는가? 이에 완전히 대척되는 지점이 바로 공산주의 철학일지도 모른다.
또한 기술적으로 영화계가 쇠퇴할 것이라고 말하는 항공산업 측도, 물론 이 측의 주장은 요즘의 상황에 맞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기했다 보는 것이 옳다. TV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지금, 누가 영화관까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 것인가? 이 지점은 에디의 고민과 완전하게 연결된다. 항공사업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더 큰돈도 있지만 애초에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 당시 영화계는 영화를 TV와 같은 여러 유흥거리 중 하나 그 이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에디가 담배를 끊는 다고 말하면서 계속 끊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본인이 영화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영화의 가치에 대해서 코엔 형제는 고민 끝에 그럼에도 영화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다. 물에 비친 달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바로 그 근거이며, 한 없이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수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다면, 기꺼이 영화는 현란한 탭댄스를 화면 안에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수중 발레 장면을 수 차례 찍을 것이며, 멋들어진 서부극을 만들어낼 것이다. 극 중에서 베어니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공산주의자들의 사상에 동화되어서 바뀐 본인의 사상을 마음껏 에디에게 어필하고, 그 사상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저항하겠다고 말하지만 에디의 뺨따귀 한 방에 다시 순응하고 촬영장에 복귀해서 열연을 펼친다. 에디 역시 베어니 휘트록과 마찬가지다. 그 역시도 고민하지만, 영화가 가진 긍정적인 힘을 믿고 쉽지 않은 일을 다시 해나가기로 결심한다.
그 와중에 코엔 형제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영화계 종사자들에게도 눈을 돌린다. 마지막 즈음에 베어니 휘트록이 연기하는 장면 다음이 바로 베어니 휘트록이 연기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영화 스태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왜 영화 스태프들을 보여주는 장면을 넣었을까? 바로 영화 상으로 대중에게 보이는 장면과, 그와 대비되는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면 둘 다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거의 비슷한 시간 동안 영화의 주인공(베어니 휘트록)과 스태프들을 잡는다는 것을 통해 의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즉, 영화라는 예술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인물들에게 감사 인사를 던진다.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더 탭댄스를 잘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며, 어떻게 발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서 좋은 연기를 이끌어낼지 고민할 것이고, 몇 차례나 더 수중발레를 카메라에 담을 것이다.
2016.07.11
어쩌다 예매한 열여섯 번째 영화 <헤일, 시저!>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한 주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화 읽어주는 남자 매거진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업데이트됩니다.
*영화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거나, 다른 접근을 원하신다면 제가 참여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영화 리뷰 팟캐스트를 추천합니다.
*팟캐스트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0315
*곧 새로운 매거진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외 '시집 자화상' 매거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및 댓글은 항상 환영입니다! 피드백 역시나 항상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