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진행하는 Q&A이자, 중간점검, 혹은 개 짓거리?
Q) 휴가 둘 째날인데 어때요?
A) 휴가 첫날에 맥주를 과하게 빨리 마셔서 속이 뒤집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천천히 먹을걸... 사람은 만나도 술은 못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속이 안 좋으니까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희한하게 아침에 일어나서는 괜찮았는 데 오늘 점심부터 식욕도 없고 속도 안 좋습니다. 커피 마시면서 더 안 좋아진 거 같습니다. 오늘 자면 괜찮아지겠지...
Q) 군 복무 얼마나 했어요?
A) 병무청이 제공하는 네이버 군 복무기간 계산기에 따르면 271일, 43% 복무했습니다. 남은 일 수는 366일입니다. 1년 하고 하루 남았습니다.
Q) 군대 어때요?
A) 육체적으로는 견딜만합니다. 사실 육체의 혹사가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들 중 하나였는데 그 부분은 다행히도 괜찮습니다. 최근 부대 사정으로 작업이 많았긴 했지만 '혹사'정도의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Q) 왠지 다른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이네요?
A) 정신적으로 점점 더 피폐해지는 것 같습니다. 피폐함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이 조금씩 상실되는 것 때문입니다. 마치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문구 같은데, 저 표현 그대로입니다. 나 자신의 일부가 조금씩 계속 상실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군인 신분일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어도 상실은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Q) 자신이 상실된 다는 것, 무슨 뜻인가요?
A) 한 인간을 구성하는 데에는 수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 수많은 부품들 중 몇 가지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되찾을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부품 몇 개가 사라져도 인간이 굴러가는 데 아무렇지 않습니다. 사라졌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실되는 부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한 인간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잃어버린 부품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정말 중요한 부품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무너질 수도, 혹은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사고하지 못할 수도, 혹은 관계를 맺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냐는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결국 인간이 작동하는 데 있어 오류(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 오류가 견딜 수 없으면, 작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그러면 조현서의 어느 부분이 사라졌나요?
A) 우선 어떤 부품이 없어졌는지는 계속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없어졌다는 건 명백합니다. 군대를 들어갈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우선 굉장히 다릅니다. 그리고 제가 판단할 때, 그 차이는 '변화'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상실'에서 기인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을 대할 때도 제 태도가 미묘하게 다르고, 업무를 대할 때, 시간을 대할 때, 모든 것을 대하는 제 태도가 미묘하게 이전과 다릅니다. 그 다름은 제가 판단하건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훨씬 더 가까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왜 관종처럼 이걸 남기는 건가요?
A) 사람은 사실 망각의 동물이라, 어느 부품이 상실된 채로 오랜 기간이 지나면 그것이 상실되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립니다(물론 기억할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만약 이걸 기록해 놓지 않는 다면, 제가 변했다는 사실, 뭔가가 상실되었다는 사실, 오류가 있다는 사실까지도 잊어버릴까 두렵습니다. 그것이 가장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기록을 남깁니다. 적어도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그 뒤의 나 자신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