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연세대학교 대나무숲과 서연고라는 공고함.

그리고 조현서라는 비겁함.

by 조현서

최근에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https://www.facebook.com/yonseibamboo/photos/a.181699168706112.1073741829.180446095498086/868991329976889/?type=3&theater

https://www.facebook.com/yonseibamboo/posts/868754813333874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경쟁력 약화 학생 생활 복지 악화에 따른 개선안을 몇몇 원주캠퍼스 학생들이 오픈 톡방에서 논의했는데, 이에 대한 신촌캠퍼스 학생들의 반박이 주 댓글이다. 정확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파악하는 걸 추천한다.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두 가지를 느꼈다. 우선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너희들과 달라."라는 구분. 물론 글쓴이의 행동 방식이나 해결책이 거부감을 유발하는 건 사실이다. 신촌캠퍼스의 재정을 활용한다든지, 캠퍼스 이원화라든지, 글쓴이가 제시하는 방식은 굉장히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올바른 절차를 따른다고 보기도 어렵고 신촌캠퍼스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는 정책도 있다. 하지만 내가 댓글에서 느낀 건 그 이상의 감정이다. "원주는 지능 순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같은 류의 댓글은 해결책에 대한 반대 그 이상이다. "왜 역량미달평가를 받은 무능력자들을 신촌 캠에 떠넘기려 하는 건지 ㅋㅋㅋㅋㅋ"역시 조롱에 가깝다. 역량미달평가는 본질적으로 학교 운영의 문제이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총장의 사과문만 봐도 알 수 있다. 댓글의 주된 분위기는 비웃음이다.

네까짓 게 감히

대학교 입시는 운이다. 특히나 수능은 운이다. 게다가 수능은 학생들의 교육 태도 및 교육량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은 더더욱 아니다. 돈 많은 부모 밑에서 경험 많고 잘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도움이 시험 성적의 향상에 굉장히 크게 기여한다. 혹은 좋은 재수학원이라든지. 물론 하찮은 내 생각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학교 상황에 이렇게나 기를 쓰는 이유는 뭘까? 댓글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하고 신촌 캠퍼스는 다른 학교라던데. 정말로 댓글을 남긴 신촌캠퍼스 학생들은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행정적 피해만 고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까? 이러한 혐오 혹은 냉소의 근원은 바로 "네가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졸업장을 받으면 안 돼. 그러면 너무 짜증 나잖아." 아닐까? 왜 같은 졸업장을 받으면 안 될까. 서로 이중전공을 할 수 있는 학교라면 분명 정체성이 같은 학교일 텐데. 우선 이름부터 똑같은 데. 혹시나 같은 졸업장이라면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졸업장이 없다면 실제 역량도 구별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다른 졸업장을 수여하는 이유가 있을까? 수능 입결 차? 대학 입시의 혜택으로 능력 있는 교수진과 훌륭한 시설, 그리고 존경스러운 교우들로는 부족한가? 플러스알파의 사회적인 혜택이 필요한가?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두 번째 감정은 조현서의 비겁함이다. 조현서는 비겁하게 글 뒤에 숨는 인간이다. 학벌에 연연하지 않는 척하면서. 수능 두 번이나 본 주제에. 고3 시절과 재수학원 재학 시절에는 누구보다 수능 성적이 실제 역량을 제대로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에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고 학력 사회를 부정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랬기에 비겁하다. 물론 학벌 사회의 허황된 로맨스를 이제 전혀 신뢰하지 않지만 단 한 번도 등진 적이 없으면서 남들을 탓하는 글을 적는 점에서 비겁하다. 내가 고려대생이 아니라면 과연 적을 수 있었을까라는 묘한 만족감과, 서연고라는 학벌 사회에서 꿀을 받아먹는 인간이라는 자각과, 모두를 학벌 주의자로 돌리는 비겁함으로 씁쓸하게 점철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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