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불안감

그리고 한 순간의 편안함

by 조현서

아무하고도 연락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지친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게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같이 마음속 우물이 메마른 날에는 정말 큰 과제이다. 이런 날에 먼저 연락해주는 좋은 지인이 있다. 참 이기적 이게도 내가 먼저 연락하는 건 힘들지만 타인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면 기쁘다. 그 사람의 마음속 우물이 어떨지도 모르면서. 이기적인 나에 걸맞지 않은 소중한 인연이 있다는 게 참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타인의 우물을 감지할 이타성을 갖추지 못해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게.

문득 불안감이 밀려온다. 팟캐스트 녹음을 끝나고 멤버들과 카페에서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니었고 예전 추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순간 오늘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 순간, 유일하게 내 마음속 우물이 약간이나마 차올랐다. 왜 그랬을까. 지금 돌이켜봐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연락도 하기 싫으면서 막상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니 우물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불안하다. 편안함을 언제까지 느낄 수 있을까. 내일도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까? 남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걸 바라는 이기적인 놈의 불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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